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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평점 :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세간에 많이 회자되었던 소설 <아몬드>가 저자의 작품이라고 한다. 책 소개글을 읽으면서 문득 제목이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은 젊음의 나라입니까? 이 소설은 묘한 느낌을 남긴다. SF적인 요소때문인지 들어가는 부분에서는 몰입이 되지 않아 살짝 당혹스러웠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을 느꼈던 책이다. 오히려 AI의 일상화와 주인공 유나라가 자신의 마음을 담는 일기 형식의 구성이 대비되며 책의 흐름을 잘 다독여준다. 일기 형식의 책을 정말 오랜만에 읽어본 듯 하다. 책 속에 펼쳐지는 세상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고령화와 저출생, 극단적인 혐오와 차별, 외국인 노동자 등의 문제의식이 다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AI가 일상화 되어버린 세상. 스물 아홉 살의 나라는 기계에 대체되는 삶이 버겁기만 한데 유일한 가족인 엄마와의 관계마저 어색하다. 게다가 월세를 줄여보자고 구한 룸메이트 엘리야는 이주민 2세대로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인된 사회적 약자'다. 나라에게는 그것조차 마음에 돌덩이처럼 내려 앉았다. 하지만 나라에게는 꿈이 있다. 시카모어 섬에 정식으로 입도하는 것이다. 시카모어 섬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수퍼 리치 시니어들이 호화로운 서비스를 누리며 노후를 보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젊은이들 역시 만족스러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유토피아로 그려지고 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유카시엘에서의 경험이 필요하다.
뜻밖의 기회로 유카시엘에 채용된 나라. 국내 최대의 노인 복지 시설이라고 하지만 놀랍게도 유카시엘에는 ABC로 나뉘는 등급이 있었으니 사파이어 레이크, 선샤인 마운틴, 뉴시티 필드, 아리아드네 정원, 프리하우스로 나뉜다. 마치 우리의 현실을 똑바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사파이어 레이크는 말 그대로 최상급의 대우를 받는다. 가진 돈이 많은 사람들의 노후다. 그에 비해 프리하우스는 자신이 움직여야만 밥을 먹을 수 있는 최하위 등급이다. 놀라운 것은 최상급에 있었다 하더라도 어떤 상황이 오면 아래 등급으로 쫓겨난다는 것이다. 다양한 시니어들을 만나면서 나라는 생각하게 된다. 노인을 대하던 자신의 편견에 대해. 그리고 그들도 모두 젊음을 지나쳐 왔다는 것에 대해. 마지막으로 시선을 끈 것은 역시 조력사망 문제였다.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나라도 있지만 그 허용 범위는 상당히 좁다.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있긴 하지만 그 역시 허용 범위가 넓지는 않다. 존엄사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각설하고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결론은 관계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서로가 서로의 말을 들어주고,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 줄 수 있는 그런 관계. 아무리 AI가 일상화되고 있는 세상일지라도 마음을 나누는 일 만은 기계가 하지 못한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