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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 -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2년 6월
평점 :
그녀는 서툴지만 진심을 담아 그림을 그려나갔다. 자신이 살았던 농장의 모습, 마을 사람들의 일상, 마을 풍경을 화폭 곳곳에 채웠다. “나는 구석구석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늘에서부터 산까지, 그다음은 언덕까지, 그다음은 집과 성, 그리고 사람들까지 그리죠.” (-11쪽)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라는 소제목이 참 좋았다. 75세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문적으로 미술교육은 받아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작품들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피폐해진 미국인들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었다. 할머니가 그린 그림은 특별한 것도 없다. 그저 자신이 살아왔던 소소한 일상들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 많은 사람이 그림을 통해 위안을 받았을까. 책 속에 이런 말이 있었다. 그림은 어떤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표현되면 그것으로 된 것이라고. 공감한다. 멋지거나 특별한 소재를 찾아 그리는 사람도 있고, 어떤 기술적인 면을 독창적으로 보여주는 사람도 물론 있다. 사람마다 취향은 모두 제각각이니 어떤 것이 옳다고는 말 할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림이 정말 훌륭한 그림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아마도 그런 점에 마음을 빼앗겼을 것이다. 비록 오래전의 풍경이지만 할머니의 그림을 통해 미국의 농촌 풍격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빨래하는 여인들, 산타를 기다리며 잠든 아이들, 결혼식, 마을의 축제 장면, 창밖으로 보이는 마을 풍경... 또한 지나쳐가는 계절을 볼 수도 있다. 그야말로 소소한 행복이다. 소실점이니 원근법이니 이렇다 할 기본적인 용어를 들이댄다면 할머니의 그림은 정말 별 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런 기법을 무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속에는 온전히 할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을 하나라도 더 그려넣기 위해 애를 쓴 흔적도 보인다. 항상 긍정적으로 삶을 대하던 할머니의 모습 또한 이채롭게 다가온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그럼 그냥 하시면 돼요. 삶은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에요.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에게 모지스 할머니가 한 말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 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의 진정한 의미는 "남의 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속도로 시작하라" 는 것이다. 모지스 할머니가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