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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를 이끈 아름다운 여인들
해리스 로젠블라트 지음, 최진성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처음에 이 책을 보았을 때 어쩌면 성경에 관한 색다른 맛을 느껴볼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성경속에 나오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어디 하나, 둘뿐이겠는가 말이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여인네들의 이야기가 색다른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주려니 생각했었다. 책을 받자마자 작가의 이력을 먼저 살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심리치료사로서 지속적인 성경연구를 하는 사람이라고 나왔다. 왠지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하는지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이 책속에서 만나지는 것은 그야말로 여자들의 이야기, 여자들의 삶, 여자이기에 겪어야 했던 것들, 그리고 여자였기에 가능했었던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자의 일생이란 말에 담긴 의미는 거기서 거기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여자와 남자라는 아주 단순한 분류기준 앞에서 왜 여자들은 그토록 가혹한 삶의 여정속에 자신을 버려야만 했을까?
굳이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성경속의 여인들 이야기. 그 많은 일화들 앞에서 문득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낀다. 우리는 가끔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던 그 순간부터 여자라는 원죄의 업보를 어찌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과연 그럴까? 이 책속에서는 의외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여자의 모습으로 이브를 그려주고 있다. 뱀이 이브를 꼬여 선악과를 따먹게 하던 그때에 이브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순간의 선택을 했었던 건 아니었다고 당당하게 비추어주고 있다. 많은 생각, 그 행위로 인하여 생겨날 문제들에 대해 곱씹어 본 후에야 선악과를 먹게 되었다는 해석과 이브가 주는 선악과를 아무 생각없이 덥석 먹어버리는 아담의 행위에 대한 해석은 나름대로 멋진 설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문제를 앞에 두고서 세심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여자의 특성과 그렇지 못한 남자의 특성을 비교해주고 있음이다. 여자들의 어머니이자 아브라함의 아내였던 사라의 선택은 자식을 낳지 못하는 여자의 힘겨운 마음속 고통을 대변해주고 있는듯 하다. 자손을 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바로 옆 남편의 천막안으로 자신의 여종을 들여보낼때의 서러운 아픔을 남자들은 알까? 이미 오래전 우리네 생활속에서 만나지던 여인들의 고통과 무관하지 않음이다. 아마도 지금과 같은 시대였다면 어림없는 이야기이리라.
이 책속에서 만날 수 있는 많은 여자들의 이름이 낯설지는 않았다.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서 성경에 관한 혹은 성서를 이끈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한때 성경이야기를 파고 들었던 적이 있었던 까닭에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이미 알고 있어 새롭게 다가오지 않았으나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겉으로 들어나는 여인의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강인했고 또한 용감했으며 모든 역경을 빠르게 극복해 나갔던 여인들의 숨은 공로를 파헤쳐주고 있었던 거다. 당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세상이 아마도 남성 중심의 사회였을 것이다. 그런 남성중심의 사회속에서도 항상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었던 여인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다.
이삭을 만나기 위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과감하게 따라나섰던 여인 리브가가 나이차이와 성격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쓰던 모습, 장자우선 원칙에 의하여 에서가 받아야 했을 이삭의 축복조차도 자신이 사랑하는 야곱에게 주어버린 그녀의 모습속에서 대리만족이랄까? 뭐 그런 상태를 살짝 엿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야곱이 사랑했던 여인 라헬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마음속의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되묻고 있다. 진정 사랑했으나 장인의 속임수로 인하여 라헬의 언니 레아를 본부인으로 맞아들이는 야곱이 자신이 진정 마음속 깊이 사랑했던 여인 라헬을 위하여 다시 7년이란 세월을 참고 인내하여 결국은 결혼을 하게 되는..... 라헬과 레아, 두 자매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정의는 다시한번 생각해 볼만 하다. 과연 우리는 마음하나만 믿으며 얼만큼의 사랑을 줄 수 있는것인지... 하지만 나는 현실을 무시한 사랑이란 관념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서글프게도..
다말이나 다윗의 아내 아비가일, 밧세바, 세바 여왕등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지혜와 미모로써 스스로 자신의 인생길을 바꿔 자신이 원하는 삶의 길을 걸어가는 여자들의 모습을 이야기할 때는 시대를 초월한 여인들의 당당함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이 책속에는 그토록 당차고 멋진 여자들의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손을 유혹하여 처참하게 망가뜨리는 여자 들릴라의 이야기나 욕망의 끈을 잡고 끝도없이 못된 짓을 저지르는 악녀 이세벨의 이야기도 있다. 허황된 한순간의 욕망을 위해 자신을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겹쳐져 안타깝기도 했던 대목이 아니었나 싶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성경속의 여인들이지만 작가는 성경을 단지 모티브로 삼았을 뿐이다. 그 성경속의 여인들을 빌려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아주 철저하게 분석하고 비교하여 주고 있다. 시대적인 배경을 떠나서 그야말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않고 살았던 여인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어쩌면 여자이기에 더없이 가깝게 느껴질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먼저 다루었던 이브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디에 있느냐.. 너희가 그 나무의 열매를 따 먹었느냐? 하고 신께서 물었을 때 아담이 대답했다. 여자가 그 열매를 주기에 먹었습니다. 이브도 대답했다. 뱀이 저를 꾀어서 따먹었습니다 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속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다를게 무엇이 있을까 작가는 말하고 있다.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타인에게 뒤집어 씌우는 문제는 우리네 인간사회에서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사회나 개인이나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의 결정과 선택은 없었던 것인양 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작가는 뼈아프게 힐책하고 있는것인지도 모르겠다. 일시적인 평화보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나오미와 룻의 일화속에 보여지는 고부간의 사랑과 믿음은 지금 우리에게도 지극히 필요한 것들이 아닐까 싶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따스한 마음을 주고 받을 때 진정한 평안의 시간을 나눌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음이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던 성서이야기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관점으로 보며 생각할 수도 있는거구나 싶어 좋았다. 눈앞에 보여지는 하나의 단면만 보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속내까지 들춰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어디 그렇게 하기가 쉬운일인가 말이다. 그러니 너무 쉽게 말하고 너무 쉽게 판단할 일은 아니다. 책속에서 만났던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질투, 유혹과 욕망에 갇혀버린 인간의 모습은 인정하고 싶지않은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작가가 보여주었던 여인들의 삶을 통해 힘겨운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지혜를 배워볼 일이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