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들은 못다 이룬 사랑을 위해 다시 만난건 아니었을까?
타쿠미와 유우지의 기억과 미오의 기억이 다시 만나 또다른 한편의 사랑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이영화는 정말 수채화같은...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나의 행복은 바로 당신 곁에 있는 것이야..
그래, 당신이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당신 곁에 있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
나의 행복은 바로 당신이야..
 
처음부터 다시 사랑하기 위해, 지금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사랑이야기는 다시 써야만 될 것 같네요...
당신이 알지 못했던 나의 사랑이야기도 들려주어야 할 것 같네요...
내가 알지 못했던 당신의 사랑이야기도 들려주어야 할 것 같네요... 
 
엄마는 다시 돌아갈거야...
엄마가 가기 싫다고 해도 누군가가 와서 데려갈거야...
모든 동화는 다 그렇게 끝나는거잖아...

이미 잃어버린 시간을 뒤로한채 홀연히 나타난 엄마의 존재.
비의 계절에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했던 그녀가 잃어버렸던 기억은 어떤 기억이었을까?
자신만이 간직하고 있었던 그 기억속으로 되돌아가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사랑을
타쿠미와 유우지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밝게 갠 하늘을 바라보면서 엄마를 부르며 달려가야하는 유우지의 슬픔때문에 눈물이 흘렀다.
자~ 이렇게 하는거야 팡,팡,팡...
자신의 기억을 하나씩 되찾아가면서 어린 유우지에게 살아가야 할 일상을
하나 하나씩 가르쳐야 했던 미오는 그토록 많은 눈물을 어디에 숨겨두었던 것일까?

미래를 알아버린 미오의 선택은 아름다움이었을까?
이미 보아버린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여 준 미오의 선택앞에서 나였다면, 하는 생각을 한다.
다이어리를 펼쳐든채로 눈물을 흘리던 미오와 그녀 앞에 펼쳐지던 집안 풍경은 너무 슬프다.
뜻하지 않은 반전...
몇번을 다시 만나도 사랑해야만 하는 건 아픔일까? 기쁨일까? 

믿지 못하시겠지만... 그런 일이 있었답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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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 곳은 누군가의 가슴속이야.
누구의 가슴속에서 살아야 할까? 나는 누구의 가슴속에 나의 자리를 만들어놓았을까?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 찾아가 아무 거리낌없이 드러누울 수 있는 그런 방 하나쯤 있었으면 했다.
언제고 방문을 열고 들어서기만 해도 가슴이 훈훈해지는 그런 가슴 하나 가졌으면 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그런 것들... 하지만 나는 되묻고 있다.
나의 가슴속은 누구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는가,
나에게 찾아와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렇게 쉼을 얻을 수 있는 사람 하나라도 있는가,
나와 함께 할 때마다 가슴이 훈훈해져와 좋다고 말해줄 사람이 있는가....
지친 마음 기대어 쉴 수 있는 작은 어깨를 하나 그린다.

과거를 되새기지도 말고 미래에 기대지도 말고 지금을 살아가야 하는 것.
누구나 상처하나씩은 보듬고 살아가지..
이별 한번쯤 겪어보지 않은 사람 있을라구?
그럴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이미 지나가버려 기억속으로 들어가버린 시간을 꺼내기 위해 얼마나 얼마나 싸워야했는지를..
한번 들어가버린 시간을 결코 내 곁으로 돌아와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작정 그렇게 기억속으로만 걸어들어갔었던 때가 있었다.
다가오지 못한채 서성거리던 나의 시간들은 저멀리로 던져둔채로..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시간이 울고 있는 소리를... 그토록이나 아프게 울고 있었는데도.

내게는..
내게는..
잊을 수 없는 사람하나가 있습니다.  <-준세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은 잊혀진 사람이라고 했던가?
 잊혀진 얼굴이 되고 싶지 않았다, 잊혀져가는 이름석자를 안고 살아가기 싫었다,
바람결에라도 소식 전하며 나 여기 있노라고 .. 그렇게 외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이름, 잊혀지기 싫은 이름 석자를 등에 업고서..

약속이 있어요..
꼭 지켜야 할 약속이..
그것이 내 운명인걸요.  <-아오이>
운명이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그 운명을 비켜 당신과 나는 저 멀리로 돌아가 이제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언젠가 당신과 함께 했었던 그 카페를 찾아간 적이 있었지만 비켜간 운명처럼
이미 사라져버린 간판을 찾아, 나 얼마나 헤매었던지...
지난날을 생각하며 걸었던 그 길위에는 아직도 당신과 나의 시간이 멈춰선채로 있는데...
아니 어쩌면 덩그라니 남겨져 있던 나의 시간만을 보고 왔던 건 아니었을까..
이제는 갈 수 없는 기찻길을 따라 걸었던 날의 기억속에서
차마 까맣게 익지 못하는 해바라기 씨앗을 바라보았었다.
행여, 까맣게 익어 무거워진 가슴 옹크린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어찌할까?...


냉정과 열정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지나쳐왔던 시간들..
사랑했고 미워했고 원망했고 그리워했던 그 모든 시간들이 갇혀 있는가 보다.
사랑은 완결편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속에서 사랑의 완결편을 만난다.
준세이와 아오이의 그 간절함이 과일즙처럼 베어져 나와 시큼하도록 아련하게 한다.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화면이 정지되었으면 했다.
거리의 악사가 들려주는 첼로소리를 들으며 다시 잡은 손 놓지 않았으면 했다.
외로움과 고독이 가득찬 너의 눈동자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기적을 찾고 싶어했던 준세이에게
역장은 말해주었지, 다음 기차를 타면 먼저 간 기차보다 15분 일찍 도착할거라고..
기차에서 내려와 힘없이 걷던 아오이가 빠져나가는 군중틈에 서있던 준세이를 발견해냈을때의
그 마음은 어땠을까?
기쁨 아니면 슬픔이었으리라, 서글픔 아니면 서러움이었으리라..
끝까지 냉정했던 아오이의 그 깊은 슬픔을 준세이는 몰랐다.
누구나에게 오해의 시간은 찾아오지.. 단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일뿐이야...
하지만 사랑은... 오랜 기다림 끝에 잉태되어지는 기쁨인가 보다.

준세이역의 다케노우치 유타카, 아오이역의 진혜림..
독특한 느낌을 받았던 배우들이다. 배우가 아닌 마치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
평온이 가득하던 그 얼굴위에 한편의 영화가 머물러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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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떤 집안에 병든 아버지가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해 드리려고 백방으로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 다녔고
그러던 중 정말 신통력이 있다는 한의원에서 병을 낫게 하는 처방을 알게 되었다.
"이보게 젊은이! 삼년 묵은 쑥을 구해다가 그것을 달여드시게 하면
 자네 아버지의 병은 씻은듯이 나을 것이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삼년 묵은 쑥을 구하기 위하여 길을 떠났다.
어디에나 지천에 깔려 있는 것이 쑥인데
그까짓 삼년 묵은 쑥이야 어디선들 구하지 못하랴 싶었다.
그러나 막상 삼년 묵은 쑥을 구하려하니 그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동네 저 동네 수소문을 하여 돌아다녀 보아도
삼년 묵은 쑥을 보관하고 있는 집은 한 집도 없었다.
한 달, 두 달, 세 달....
봄이 가고 여름이가고 가을 겨울이 다 가도록 다녀봤지만
삼년 묵은 쑥은 구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젊은 아들은 아버지의 병환을 기어코 낫게 해드리겠다는 일념으로
다른 일은 팽개치고 오로지 삼년 묵은 쑥을 구하러 다녔다.
끝내 쑥은 구할 수가 없었고 아버지의 병세는 깊어져 결국 세상을 떠나기에 이르렀다.
그제야 아들은 탄식하기 시작했다.
의원이 말하였을 때 쑥을 뜯어 잘 간수하였더라면 삼년 후에는 삼년 묵은 쑥이 되었을텐데...
삼년 묵은 쑥을 몇번이고 만들 수 있는 칠년을 허비하고 아버지는 돌아가시다니...
<-이야기21C 中에서->

생각해본다.
나는 혹시 삼년 묵은 쑥을 구하기 위하여 다른 길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일상속에서 찾아지고 또한 느껴지는 것들을 소중히 여길 수 있어야 한다.
다시 찾아 온 무력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발밑에 낭떠러지를 두고 있는 것 같은 이 느낌을 어이할까.
알 수 없는 심연속에서 나의 하루를...살아내고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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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1 - 왕의 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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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에 보탬이라도 될까하여 숲에서 가져온 돌이 있었다. 신비한 색깔을 가진 돌이었다. 소년에게는 그저 단순한 돌이었지만 그것은 알이었다. 집으로 가져온 뒤 알이 부화되어 그 안에서 새끼용이 한마리 태어났다. 그 용과 소년은 하나가 될 운명이었다. 용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순탄하기만 했던 소년의 생활은 모험의 길로 들어서게 되면서 진정한 드래곤 라이더가 되기 위한 삶을 살게 된다. 용과 드래곤 라이더의 감정이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 색다른 설정으로 다가왔던 <에라곤>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알고보니 그 영화 역시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였다고 했다. 영화 <에라곤>에서의 드래곤 라이더처럼 이 책속의  용에게 선택되어지는 비행사의 모습이 비슷하다.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관계 역시 함께 감정을 나누는 그런 사이이다. 이야기는 잔잔하다. 이렇다하게 긴장감을 주는 대목도 없고, 깜짝 놀라게 해 줄만한 스릴도 없고, 와~ 멋지네! 하고 감탄할만한 환타지한 면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용과 비행사의 끈끈한 우정(?)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것 같다. 서로에게 이끌리는 마음을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으로 가꾸어가는 일상을 그려내고 있음이다.

중국의 황제가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에게 선물로 주었던 용의 알. 그 용의 알은 조금 특별한 의미를 띠고 있는 듯 보여진다. 오로지 왕가에서만 키워질 수 있는 그야말로 왕족 용이었던 까닭이다. 그러니 그 용이 가지고 있는 능력 또한 특별하다. 다른 용처럼 불을 내뿜지는 못하지만 신비한 진동과 고함소리로써 적을 제압할 줄 아는 힘을 가진 용이다. 독서를 좋아하고 궁금한 것들도 많아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애를 쓰는, 고상하게 음악을 즐길 줄도 알며 외국어 실력도 탁월하고 대인관계 역시 무리없다.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자기것으로 만드는 능력 또한 대단하다. 생긴 모양새는 서양용을 닮은 반면에 중국 출신이라든가 성격을 보면 다분히 동양적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의인화시킨 용의 모습에서 또다른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네 인간들이 꿈꾸어오는 것들을 그 용에게 심어준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하지만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는 장벽앞에서 무너져버리고 만다.

"당신은 빅토리아투스와 그 승무원들의 목숨이 다른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여길는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달라. 나한테는 그들 목숨을 전부 합친 것보다도 당신 목숨이 훨씬 중요해. 그러니까 앞으로도 당신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다른 이들을 구하진 않을 거야. 그런 요청이라면 따를 수 없어. 그게 의무라고 해도 난 신경 안 써. 나한테는 세상 무엇보다도 당신이 중요하니까"
"나 때문에 네가 불행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끼고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보다도 더욱 농밀하게 그려져 있는 내용속에서 나는 우리가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情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나 상대방을 향해, 그리고 상대방에게 원하는 그런 마음들이 이 책속의 주인공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있었던 까닭이다. 로렌스와 그랜비를 통해 보여주었던 아랫사람과 윗사람의 대립을 풀어가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로렌스의 곁에 있는 것이 용이라는 생각을 잊어버리고 가까운 친구와 함께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그런 친구 하나 있다면 무엇이 부러울까? 마음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 그만큼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일게다.

이 책의 주요 배경은 나폴레옹 전쟁이 한창이던 19세기 초의 유럽이다. 당시엔 존재하지 않았던 공군 부대와 그 공군 부대의 주요 구성원인 각종 용들, 다양한 성격을 지닌 비행사들을 등장시키고 세계 4대 해전으로 꼽히는 트라팔가르 전투를 재해석하여 공군들이 펼치는 공중전과 실제 해전을 결합시켰다. 실제로 트라팔가르 해전은 1805년 10월 21일 넬슨 제독이 이끄는 영국 함대가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를 스페인 남서쪽 끝의 트라팔가르에서 격파한 해전이다. 테메레르는 이 트라팔가를 전투를 측면 지원하고, 이후 도버 전투에 직접 참여하여 큰 공을 세우게 된다. 역사속 인물들인 넬슨 제독, 나폴레옹, 빌뇌브 제독 등이 이 작품에서 어떤 식으로 그려지는지도 볼 만하다. 해전과 공중전의 각종 전략전술이 등장한다는 점도 이 소설의 재밋거리다.... <표지의 책 설명글에서>
테메레르는 로렌스가 몇 년 전에 보았던 영국 해군의 드래드노트형 군함 이름이었다. 그 군함 역시 이 작은 새끼 용처럼 움직임이 매끄럽고 우아했다... 로렌스가 테메레르에게 이름을 지어주던 장면을 읽으면서도 사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책 설명글에서 말해주었던 것처럼 이 책속에는 공군과 해군의 전쟁장면이 많이 묘사되어져 있다. 실제적인 이름도 거론되어져 있다. 역사적인 배경을 미리 알고 읽었더라면 단순히 소설로만 읽혀지기보다는 좀 더 많은 감명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비생각

덧붙임-
트라팔가르 해전 :  1805년 10월 21일 넬슨의 영국함대가 프랑스-에스파냐 연합함대를 에스파냐 남서쪽 끝의 트라팔가르에서 격파한 해전.
나폴레옹은 1805년 여름, 영국 본토 상륙군 15만을 집결시키는 한편 해군에게 영국함대를 견제하라고 명하였으나 시일에 맞추지 못하여 8월 15일 넬슨의 함대가 영국해협에 집결하였다. 나폴레옹은 체념하고 상륙군을 동쪽으로 옮기게 하고 에스파냐의 카디스에 있던 빌뇌브 제독의 연합함대를 이탈리아로 움직이려고 하였다. 카디스 남방 트라팔가르곶의 앞바다에서 연합함대 33척은 넬슨의 함대 27척의 습격을 받아, 침몰 5척, 포획당한 함선 17척, 전사자 8,000명이라는 참패를 당하였다. 영국측의 전사자는 넬슨 이하 1,663명이었다. 나폴레옹의 울름, 아우스테를리츠의 승리는 그 전야였으나 영국의 제해권은 이때 확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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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
표윤명 지음 / 북웨이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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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소설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도대체 신화소설이 뭐야? 했었다. 솔직히 역사소설이란 말은 들어봤어도 신화소설이란 말은 들어보지 못했던 까닭이었다. 약간의 호기심도 있었고 일단은 내가 엄청 좋아하는 신화가 밑바탕으로 깔려 있다는 말에 무조건적으로 달려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읽고 난 후의 느낌이랄까? 아니 어쩌면 읽는 내내 뭔지 모를 어색함이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주었기에 있을 수 있었던 트로이 전쟁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것 역시 신화속의 이야기지만 신들의 이야기이기 보다는 인간세계의 싸움을 그렸다는 점에서는 이 책의 내용과 비슷한 면도 없지 않아 있어 보인다. 하지만 트로이 전쟁과는 느낌이 달랐다. 씨줄 날줄이 자연스럽게 엉켜들어 하나의 완성품이 나오듯이 그렇게 자연스러운 맛이 없었다고 해도 맞는 말일것 같다. 인간과 사랑에 빠진 님프 안실리오네를 향한 아폴론의 질투심이 매개체가 되었던 것도 아니고 ( 물론 다프네에게 마음을 빼앗겼을 당시처럼 그 질투심 또한 에로스의 화살때문이지만 ) 신들간의 영역다툼을 그린 것도 아니고 이것이다,하고 말 할 만한 주제를 찾아내지 못하고 말았다. 순전히 모자란 내 탓이려니 하지만...

우리 인간은 처음부터 그렇게 신을 믿어왔을까? 불완전한 자아를 위해서 혹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위해서 그런 것들을 만족시켜줄만한 어떤 존재를 찾다가 신이란 이름을 만났던 것은 아니었을까? 신이란 자체는 굳이 종교적인 의식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우리곁에 너무도 가까이 머물고 있는 것 같다.

신화소설이라는 장르의 새로운 시도였다는 점에서는 참 대단하다. 신화속의 주인공들을 내세워 하나의 이야기를 멋들어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신과의 종속적인 관계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인간의 자각을 그려주었다는 것이 새삼스러운 느낌을 갖게 했다. 아라킬리온이란 책속 주인공은 제우스가 인간세상을 물속에 빠뜨렸을 때 살아 남았던 데우칼리온과 피라의 첫번째 자식으로 나온다. 그러니 신의 피가 섞이지 않은 완전한 인간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왜 신의 놀음에 놀아나야 하느냐고, 어찌 인간이 신의 뜻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해야만 하는 것이냐고 신과의 연결선을 끊으려한다. 사실은 트로이 전쟁 역시 신들의 사주에 의한 싸움이었듯이 말이다. 자신들을 위한 일이라면 인간은 어떠한 희생물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신이었다고 말하며 신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는 사람. 바로 그런 점들이 새롭게 느껴지는 어떤 것들이 아니었나 싶은데...

아틀란티스.. 상상속의 섬인지 아니면 실제했다가 바다속으로 가라앉은 것인지 아직 확실하게 나타나지는 않으나 우리가 환상적인 이미지로 많이 찾아가는 곳이 바로 아틀란티스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일까? 이 책속에서 등장하는 아틀란티스 역시 너무도 멋지고 아름다운 그야말로 유토피아 같은 곳으로 그려지고 있다. 우리의 주인공 안틸리우스와 안실리오네 그리고 아라킬리온이 신과의 연결선을 끊어버리기 위해 마지막으로 찾아 나섰던 곳이 바로 포세이돈의 아틀란티스였으니.. 신탁으로 인하여 바다밑으로 가라앉을 수 밖에 없는 아틀란티스는 천상의 신전 올림포스로 떠나는 신들이 다시한번 인간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메세지를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아라킬리온과 안틸리우스, 안실리오네가 겪어야 했던 모든 일들이 모험담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또 무엇때문일까? 모든 것이 에로스의 화살때문이었음을 알게 된 아폴론이 마지막까지 자신이 사랑하는 님프 안실리오네와 안틸리우스를 떼어놓기 위하여 트릭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서 신이란 존재는 역시 인간과 너무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분명히 인간이 신의 존재를 만들었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은 언제나 하나로 통하는 거야. 우라노스가 곧 크로노스요, 크로노스가 곧 제우스이자 우라노스인 것이지. 앞으로 또 다른 세상이 열리면 그곳에서도 그는 다른 이름과 다른 형상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겠지" 라고 말하던 안틸리우스의 독백은 참으로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어쩌면 영원히 신이란 존재를 가슴속에 품은 채 살아가고 싶어하는 인간의 넋두리처럼 들려오기도 했다. 그만큼 가슴속의 욕망에 풀무질을 해가며 살수 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문제지를 받은 것 같은 이 느낌을 어이할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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