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 곳은 누군가의 가슴속이야.
누구의 가슴속에서 살아야 할까? 나는 누구의 가슴속에 나의 자리를 만들어놓았을까?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 찾아가 아무 거리낌없이 드러누울 수 있는 그런 방 하나쯤 있었으면 했다.
언제고 방문을 열고 들어서기만 해도 가슴이 훈훈해지는 그런 가슴 하나 가졌으면 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그런 것들... 하지만 나는 되묻고 있다.
나의 가슴속은 누구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는가,
나에게 찾아와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렇게 쉼을 얻을 수 있는 사람 하나라도 있는가,
나와 함께 할 때마다 가슴이 훈훈해져와 좋다고 말해줄 사람이 있는가....
지친 마음 기대어 쉴 수 있는 작은 어깨를 하나 그린다.
과거를 되새기지도 말고 미래에 기대지도 말고 지금을 살아가야 하는 것.
누구나 상처하나씩은 보듬고 살아가지..
이별 한번쯤 겪어보지 않은 사람 있을라구?
그럴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이미 지나가버려 기억속으로 들어가버린 시간을 꺼내기 위해 얼마나 얼마나 싸워야했는지를..
한번 들어가버린 시간을 결코 내 곁으로 돌아와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작정 그렇게 기억속으로만 걸어들어갔었던 때가 있었다.
다가오지 못한채 서성거리던 나의 시간들은 저멀리로 던져둔채로..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시간이 울고 있는 소리를... 그토록이나 아프게 울고 있었는데도.
내게는..
내게는..
잊을 수 없는 사람하나가 있습니다. <-준세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은 잊혀진 사람이라고 했던가?
잊혀진 얼굴이 되고 싶지 않았다, 잊혀져가는 이름석자를 안고 살아가기 싫었다,
바람결에라도 소식 전하며 나 여기 있노라고 .. 그렇게 외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이름, 잊혀지기 싫은 이름 석자를 등에 업고서..
약속이 있어요..
꼭 지켜야 할 약속이..
그것이 내 운명인걸요. <-아오이>
운명이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그 운명을 비켜 당신과 나는 저 멀리로 돌아가 이제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언젠가 당신과 함께 했었던 그 카페를 찾아간 적이 있었지만 비켜간 운명처럼
이미 사라져버린 간판을 찾아, 나 얼마나 헤매었던지...
지난날을 생각하며 걸었던 그 길위에는 아직도 당신과 나의 시간이 멈춰선채로 있는데...
아니 어쩌면 덩그라니 남겨져 있던 나의 시간만을 보고 왔던 건 아니었을까..
이제는 갈 수 없는 기찻길을 따라 걸었던 날의 기억속에서
차마 까맣게 익지 못하는 해바라기 씨앗을 바라보았었다.
행여, 까맣게 익어 무거워진 가슴 옹크린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어찌할까?...
냉정과 열정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지나쳐왔던 시간들..
사랑했고 미워했고 원망했고 그리워했던 그 모든 시간들이 갇혀 있는가 보다.
사랑은 완결편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속에서 사랑의 완결편을 만난다.
준세이와 아오이의 그 간절함이 과일즙처럼 베어져 나와 시큼하도록 아련하게 한다.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화면이 정지되었으면 했다.
거리의 악사가 들려주는 첼로소리를 들으며 다시 잡은 손 놓지 않았으면 했다.
외로움과 고독이 가득찬 너의 눈동자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기적을 찾고 싶어했던 준세이에게
역장은 말해주었지, 다음 기차를 타면 먼저 간 기차보다 15분 일찍 도착할거라고..
기차에서 내려와 힘없이 걷던 아오이가 빠져나가는 군중틈에 서있던 준세이를 발견해냈을때의
그 마음은 어땠을까?
기쁨 아니면 슬픔이었으리라, 서글픔 아니면 서러움이었으리라..
끝까지 냉정했던 아오이의 그 깊은 슬픔을 준세이는 몰랐다.
누구나에게 오해의 시간은 찾아오지.. 단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일뿐이야...
하지만 사랑은... 오랜 기다림 끝에 잉태되어지는 기쁨인가 보다.
준세이역의 다케노우치 유타카, 아오이역의 진혜림..
독특한 느낌을 받았던 배우들이다. 배우가 아닌 마치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
평온이 가득하던 그 얼굴위에 한편의 영화가 머물러 있다. /아이비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