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혼과 섹스는 충돌할까 - 현대 성생활의 기원과 위험한 진실
크리스토퍼 라이언 & 카실다 제타 지음, 김해식 옮김 / 행복포럼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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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자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수다의 공통분모가 되는 소재가 있다.  시어머니 또는 시집에 관한 이야기, TV드라마나 연예인 이야기,  성에 관한 이야기등이 그런 것들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은데 그 이면에는 어느정도의 과시욕이나 위안이 목적인 경우도 더러는 있다. 그런데 내가 마지막으로 예를 들었던 성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두가지로 나뉜다. 아무렇지도 않게 성을 이야기하거나, 표나게 내숭을 떨거나 둘 중 하나라는 말이다. 나 어릴적에는 성에 관한 교육을 지금처럼 받지 못했다. 금기시되어 있는 이야기처럼 밖으로 드러낼 수 없었던 그 말들이 지금은 어디를 가도 마주친다. 그만큼 개방적이라는 말인지 아니면 성문화가 그렇게 변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가끔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았다는 아들녀석의 말을 듣다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한다. 한때 '아우성'이라는 강의가 크게 논쟁거리로 떠올랐었다. 구성애라는 강사의 말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던 나는 지금도 성에 관한 한은 덮어놓고 숨길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언제였는지 언론지상에서 섹스리스 부부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성생활에 냉담해지는 부부가 늘고 있다는 말인데 그 원인이 각박한 현실때문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너무나도 많은 스트레스와 심리적인 위축감 등, 바쁜 생활로 인해 부부가 오붓하게 지낼 수 있는 시간도 없을뿐만 아니라 감정마져도 찌든다는 말이다. 그런가하면 성생활을 등한시한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는 부부들도 있다. 그만큼 성이라는 것이 결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모양이다. 성격차이로 이혼하는 부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성적인 문제가 더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말이 들리기도 한다. 성...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길래 그토록이나 많은 상처와 위안을 주기도 하는 것일까? 왜 결혼과 섹스는 충돌하는 것일까? 듣기좋은 말로 서로 사랑하는데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그리고 또 남자와 여자는 왜 성에 대한 관점이나 생리가 다른 것일까?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도 궁금했던 것들을 이 책을 통해 알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에 대해 거침없이 반격을 가하고 있다는 걸 금방 눈치챌 수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반격에 대한 근거를 충분하게 제시해주고 있다는 것도. 그런데 너무 많은 걸 늘어놓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알고 싶었던 것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지 않고 그 결론에 도달하는 길을 보여주고 있는 까닭도 있겠지만, 너무 먼 과거로부터 달려와야 했기에 솔직히 힘들었다. 아주 오래된 고대인들의 문화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과 너무나도 흡사한 유인원들의 생활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많은 예를 제시해주고 있다. 수렵이나 채집생활을 하며 이동했던 시절과 집단생활을 해야 했던 시절, 그리고 인간이 농사를 짓게 되면서부터 달라지는 생활패턴에 따라 여자와 남자, 암컷과 수컷의 반응 또한 달라진다는 것이다. 필요에 의해서 달라지는 많은 것들... 머리는 좀 아프지만 책을 읽으면서 놀라움이 생겨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려운 이야기지만 어느정도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결혼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느끼는 성문제의 크기는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똑같이 성에 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만들어낸다. 끝도없이 제기되는 정조관념, 일부일처제나 일부다처제 혹은 일처다부제에 관한 것들, 요즘 부쩍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중년 남성들의 젊은 여성을 향한 애정관, 어째서 동성애는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여성과 남성이 느끼는 성적 오르가슴에 대한 것들을 장장 5장에 걸쳐 길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문명이라는 것이 우리 인간에게는 그리 좋은 것만도 아니라는 것, 우리의 모든 순간들은 이미 만들어진 어떤 틀에 넣어져 짜맞추어진 듯이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렇게해서 우리는 타성에 젖은채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우습지도 않게 머리속을 꽉 채워버리고 말았다.  그럼으로해서 편집되어지기 싫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책을 써내고 있는거라고...

조금 장황스럽기는 했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어진 것인지 이해를 하는 많은 도움이 된 듯 하다. 자신의 본성을 문명이라는 거대한 괴물에게 밟힌 채 제대로 드러내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 혹은 세상을 지배하는 몇몇의 두뇌들에 의해 만들어진 틀에 끼워져 많은 것이 희생되어지고 있다는 것. 다시 떠오르는 그 한마디를 되새긴다. 진화는 인간의 편리성에 의해 달라지는 변화과정일 뿐이라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문명의 형태는 진화일까?  사람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퇴화되는 것일까?  책을 덮으면서 나는 愚問을 앞에 둔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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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괜찮다고 말해줘요!
탁기형 글.사진 / 신원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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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사진 한 장으로 많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가끔 이렇게 사진을  잘 찍는 이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경탄의 지경까지 이를 때가 있다. 무슨 거창한 풍경을 찍는 것보다 너무나 일상적인 삶의 순간속에서 찾아낸 단 한 장의 사진에 마음이 울컥할 때도 있다. 그렇게 이 책은 우리의 일상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사진으로 쓰는 일기?' 쯤이라면 될 것 같다. 지금은 훌쩍 커버린 아들녀석이 가끔 갓난아기였을 때의 앨범을 보면서 궁시렁거린다. 나 나름대로는 육아일기를 사진으로 쓴 건데 도대체 왜 이런 사진을 찍은거냐고 투덜거린다. 한창 사춘기여서 제 몸을 드러낸 모습이 싫은게다. 그래도 나중에 어른되어 다시보면 엄마한테 고맙다고 할 걸? 했더니 머리만 긁적인다. 슬쩍 들여다보니 정말 별걸 다 찍어 놓았다.  그런데 바라보고 있으면 흐뭇하다. 바로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사진의 매력은 아닐까? 이 책속에서 마주치는 사진 한 장, 한 장이 모두 귀하게 다가온다. 일상적인 삶속에서의 기쁨과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라는 책속의 말에 공감한다.

한 우물만 파왔던 사진기자의 중간성적표, 라는 머리글을 보면서 책의 제목을 생각한다. 지금도 괜찮다고 말해줘요!... 정말이지 책제목, 끝내준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왠지 모르게 내게 착, 달라붙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한 줄의 글이 두세개의 뜻을 갖기도 하는 어려운(?) 한국말로 볼 때 지금까지도 괜찮다고 말해달라는 것과, 지금이라도 괜찮다는 말의 의미를 떠올리게 된 거다. 살아오면서 내가 수도없이 하고 싶었던 말, 지금도 괜찮다고 말해줘요!.. 늘 부족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책장을 넘겨가며 마주치는 그 장면들이 나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가끔은 살포시 미소도 짓게 한다. 나도 이랬던 때가 있었는데, 싶었던 순간도 있다. 145쪽에 보면 외계인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꽃잎이 몇 장 남지않은 꽃이 보이는데 사진기를 들이대던 작가가 문득 거기서 외계인의 모습을 보게 되는 장면이다. 그런데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도 거기서 외계인의 얼굴과 마주치고 말았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웃어버렸다. 정말 눈도 있고 코도 있고 입도 있고 귀도 있는 외계인의 얼굴이다. 동화된다는 것은 좋은 일일까? 누군가와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좋은 일일게다.

part별로 담겨진 주제가 다르다. 일상에서 순간적으로 마주친 사소함이라거나 사람들을 통해 빛을 볼 수 있는 작가의 감성이 놀랍기도 했다. 또한 내 인생의 하나뿐인 특별한 순간처럼 자신이 겪어왔던 일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즐거움도 함께 보여준다.  원하지 않았던 시간속에서 우연하게 찾아온 기회를 사진속에 담았을 때의 환희가 글을 통해 내게 전해지기도 한다. 사진에 곁들여져 양념같은 역할을 하는 짧은 글이 참 좋았다. 자작나무를 보여주면서 우거진 자작나무 숲을 보고 싶었던 소망을 이루었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작가는 그 한 장의 사진을 통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때문에 나는 그토록이나 강하게 그것을 원했는가? 라는 의문부호 하나를 남겨준다. 못내 아쉬움으로 남겨진 사진 한 장의 기억은 그야말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추상적이거나 멋지기만 한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상보다는 현실쪽에 더 무게를 두는 성격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일상적인 모습을 그럴듯하게 잡아낸 사진이 더 살갑게 다가온다. 거기에 알 듯 모를 듯 한 생각거리를 담아준다면 더 훌륭하다.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야말로 별 것인 우리의 일상. 128쪽의 사진을 본다. 물레방아 인생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나는 개를 촬영하고, 한사람은 그런 나를 뒤에서 촬영하고, 또 따른 누군가는 그런 풍경을 모두 촬영하고... 그렇게해서 한 장의 사진속에 세 개의 피사체가 어울렸다. 그런데 묘하게도 잘 어울린다. 그런게 일상일 것이다. 모두 다른 듯 하지만 비슷한...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모를 뿐, 세상은 늘 이렇게 돌고 돈다.  책장을 덮으며 내게 말한다. 지금도 괜찮다고..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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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 지금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
신현림 엮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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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 선배한테서 시집 한권을 선물받았었다.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모임이라 모두 바쁜 마음이었을텐데 그런 자리에서 받는 시집이 얼마나 뭉클하던지... 단지 시집 한 권일뿐인데 너무 좋아하니까 내가 더 민망하다고 말씀하시던 선배의 그 마음이 나는 좋았었다. 詩.. 늘 곁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안개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하지만 각박하기만 이 세상속에서도 詩는 살아있다. 아니 어쩌면 우리의 숨통으로 남아있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선배가 준 시집을 펴 한 편, 한 편 아껴 읽었던 詩와 함께 했었던 시간들이 너무 좋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내가 지금까지 가슴속에 품고 있던 시 한구절을 꺼내본다. 언제인지도 모를 아주 어린시절에 우연히 보게 되었던 詩.. 무던히도 좋아했던 故조병화님의 『남남』)이라는 작품이라는 걸 뒤늦게야 알게 되었던 詩.. “버릴 거 버리며 왔습니다/버려선 안 될 거까지 버리며 왔습니다/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어느 자화상)  그 때는 무슨 뜻인지도 몰랐을 이 한 줄의 문구가 어찌 그리도 가슴깊이 박혀버리던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아마도 내 삶의 화두가 된 글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이 한 줄의 문구는 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단 하나, 단 한 줄의 낱말과 문장이 그리도 깊은 의미를 숨겨두고 있다는 게 마술같다.

교복입고 단발머리를 찰랑거리며 조잘대던 학창시절에 우리를 사로잡았던 시 한편..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 서정윤님의 『홀로서기1』이다. 지금이야 아이들 인권이 어쩌고하며 자유화 물결에 휩쓸려가고 있지만 그때는 기껏해야 제과점이 만남의 장소였었다. 한창 사랑이라는 말에 가슴 설레일 사춘기여서 그랬는지 그때의 우리는 이 한 편의 시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버려 수첩에 넣고 다니기도 하고, 예쁜 일러스트와 시 한 편이 멋지게 들어간 그림 한 장쯤 가지고 있는 것이 예사로웠다. 그리고 도종환님의 『접시꽃 당신과 같이 애절한 느낌을 전해주던 詩들이 학창시절을 좀 더 멋지게 장식해주었던 듯 하다.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의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故함석헌옹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이다. 친구에게 선물 받았던 책속에 끼어있었던 이 詩는 처음 읽는 그 순간부터 참 외로운 느낌을 준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저런 사람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과 내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참 좋겠다,라는 욕심을 품어보기도 했었다. 나이들면서 사람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슬프면 슬픈대로, 기쁘면 기쁜대로, 즐거울 때도, 아플 때도 함께 있어 줄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처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늘 장난처럼 하는 말 중에 -언제 어느 때 전화해도 달려와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바로 저 詩속에서 말하고 있는 사람일테니.. 하지만 나는 지금도 묻고 있다.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나 또한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그런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건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詩'라는 말을 듣게 되면 어색하지 않게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 나는 그 '사랑한다'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껴준다는 말도 있고, 위해준다는 말( 이 두가지 말에는 소중하게 여긴다는 공통점이 있다!)도 있는데 그 모든 것을 뭉뚱그려서 '사랑'이라는 말로 만들어버린 것만 같아 왠지 씁쓸하다는 거다. 그 모든 의미를 하나로 묶어버리고 나니 남는 것은 '집착'뿐이다. 집착한다는 것은 따지고보면 상대방의 입장보다는 나의 입장에서 먼저 시작하는 일일테다. 그러니 사랑은 늘 과부하 상태다. 사전을 찾아보면 -상대에게 성적으로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 마음의 상태- 라고 나오는 말.. 詩처럼 그렇게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주는 마음이 담긴 것이 사랑이라면 참 좋겠다. 이런! 詩를 이야기하다 엉뚱하게 삼천포로 빠져 버렸다. 한 권의 시집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의미는 많다. 특히나 이 책처럼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선택한 詩속에는 우리가순간마다 헤쳐나가야 할 삶의 힘겨운 여정도 들어 있다. 하지만 그 여정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詩 또한 함께 들어 있다. 사랑의 강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그것이 인생의 시작과 끝이 아니라는 걸, 절망에 빠졌어도 그것으로 인하여 새로운 시작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걸 한 편의 詩를 통해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 권의 詩集이 아련한 추억속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바로 그런 게 詩의 매력은 아닐까?  엄마의 마음이 담긴 詩選集.. 한 권쯤은 가방속에 넣고 다녀도 좋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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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
김선현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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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한다면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깊은 뜻을 많은 사람이 공감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것이다. 그저 유명한 화가들의 뒷배경을 알게 됨으로써 그림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명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수많은 그림들을 보게 된다. ~~주의, ~~파 라고 열심히 외쳐대도 관심이 없거나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갖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그림속의 뒷배경을 통해서 따뜻한 마음여행을 하라고 권하니 어찌 쉬울까? 심리는 잘 모르겠으나 그 그림이 그렇게 그려질 수 밖에 없었다는 걸 알게되니 하나의 그림을 이해하는 폭은 조금 넓어진 것 같기도 하다. 일전에 심리치료에 관심이 있어 겁없이 덤벼들었던 적이 있었다. 누군가의 심리를 치료해주기 보다는 내 자신을 위로해주고 싶다는 욕심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끝까지 마음을 주지 못한 채 물러서고 말았었다.  책을 읽다보면 한 장이 끝날 때마다 그림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테라피 노하우라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일게다. 그림을 통해 그 사람의 상황을 읽어내기도 하고  속으로 감춰진 내면의 불편함을 끄집어내는 작업이라는 걸 몇 차례에 걸쳐 해 본 적이 있었지만, 일종의 정형화되어진 듯한 평가나 해석에 왠지 거부감이 일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 사는 일이라는 것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고는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어떤 형식에 치우친 이론에 맞춰 다독여준다는 그 설정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향기로 마음을 치료한다는 아로마테라피가 한동안 시끄러웠던 때가 있었다. 자신에게 맞는 향기를 찾아낸다면 그 향기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었을게다. 그것처럼 한 장의 그림도 물론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다. 쉽진 않겠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그림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항상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비롯되어지는 것이니 내가 그린 그림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오래전에 읽었던 김형경의 <사람풍경>이라는 책을 떠올리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제 안에 또하나의 어린아이를 감춰두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었다. 그것이 감추고 싶어하는 나의 어둠일수도 있고, 외면하고 살아가는 억압된 무의식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던 책이었다.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만났던 많은 이들을 통해 자신을 사랑해야만 한다는 메세지를 전해주었던 그 한 권의 책으로 인한 충격은 매우 컸었다. 담담하게 자신의 어린시절을 되새겨가던 지은이의 마음에 동참하면서 가슴 한켠이 얼마나 아팠었는지.... 이 책속에서 소개되어진 화가들 역시 그 아픔을 그림을 통한 자신과의 소통으로 풀어낸 듯 하다. 딱히 그림이 아니어도, 글이 아니어도 또하나의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색을 통해 바라본 심리의 세계... 붉은 색으로 혹은 황금빛으로 또는 어떠한 상징으로 자신의 심리를 그렸다는  그림을 통해 마음속에 자리한 어둠을 발견하는 것부터 첫장을 열었다. 그리고 그 상처입은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마음속의 고통을 직시함으로써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화려한 색채로 치유의 길을 유추해 보다, 무의식을 통해 치유의 길을 찾다, 초현실의 세계에서 마음 치유의 통찰력을 얻다와 같이 그림을 통한 심리치료를 보여주고 있지만 솔직하게 말해 어렵다. 현대인들은 많은 불안과 심리적 갈등을 안고 살아간다고 한다.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도 꽤나 많다고 들었다. 그 복잡한 세상속에서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이기는 했지만 내게는 명화를 이해하는 도움말이 된 듯 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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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사 속의 미스터리 - 역사 속 인물의 또 다른 얼굴
기류 미사오 지음, 박은희 옮김 / 삼양미디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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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史는 멀다. 그리고 깊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열심히 배우고 외운다. 연도별로 정리해가면서 그해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때는 어떤 인물이 존재했었는지, 그리고 그 인물이 무엇을 했는지.. 그것이 진실인가는 묻지 않는다. 시작하기 전부터 그것을 이미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많은 역사가들이 존재하고, 수많은 고고학자들이 그 멀고 깊은 것들을 파헤쳐 사실을 밝혀내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다시 밝히려 애쓴다. 일전에 읽었던 <편집된 역사>라는 책을 생각한다. 일부의 기득권자들에 의해, 혹은 일부 힘있는 자들에 의해 편집되어지거나 새롭게 만들어지던 것들은 많았다. 심한 오류를 발견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수정되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 들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런 책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알고 싶다는 호기심보다는 제대로 된 것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픈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혹은 살아낸 생활속에는 많은 미스터리들이 존재한다. 가끔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감춰지기도 하고, 가끔은 불편하지만! 이라는 명제를 내세워 우리앞에 다시 서기도 하는 것이 미스터리다. 그리고 외친다. 이것이 진실입니다,라고.. 하지만 단언컨데 그 진실뒤에 또다른 진실은 숨어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에도 몇몇의 부사가 허용되어진다. 과연 그럴까? 하고 다시 묻기도 한다. 판단과 믿음은 오직 나의 몫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전제를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그렇게하는 것이 편한일일테니까. 그러나 사람의 심리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다. 특히나 다른 사람에 관한 일이라면 시대를 막론하고 그 폭발적인 궁금증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래서 수없이 많이 회자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말한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미스터리라고..

이 책은 총 8장으로 나뉘어 여러방면의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다. 각장마다 다른 주제로 다루었다. 끊임없이 의혹을 불러오는 이야기들, 논쟁을 남긴 역사들, 위조나 도난으로 세계를 농락한 사건들, 욕심을 버리지 못한 욕망의 역사... 개인적으로 정말 그럴까? 라는 강한 의문에 사로잡혔던 것들이 보인다. 소설이나 영화, 그리고 음악으로까지 되살아나야 했던 철가면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정말 그럴까? 라는 의문점을 찍게 된다. 결국은 루이 14세의 쌍둥이 동생이 아니었다는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다가 수많은 유태인들을 고통속에 머물게 했던 아돌프 히틀러가 어쩌면 어딘가에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앞에 두고, 정말 살아있다면 인터뷰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사람이 사람이기를 포기한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가끔 중세법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흥분하기도 한다.  잔혹한 역사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잔혹함 역시 우리의 삶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세기의 살인마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제프리 다머.. 그의 배경처럼 깔리던 영화 <양들의 침묵>은 왠지 섬뜩하다. 그것뿐일까? 인간성보다 앞서가는 문명의 이기가 만들어가는 현재도 그런 상황은 진행중이다!  그것처럼 책속에 존재하는 미스터리에는 어찌되었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원인과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이 세상을 산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미스터리가 아닐런지...

어린시절을 더듬게 하는 두 편의 미스터리가 눈길을 끌었다. '성궤'에 대한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어딘가로 운반되어지던 '성궤'는 열어보면 안되는 성물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욕심으로 '성궤'의 뚜껑이 열리게 되고 그로인한 재앙을 그렸던 영화로 기억되는데 어린 마음에도 그 재앙의 모습이 엄청 무서웠던 듯 하다. 책속에서 보여주는 '성궤'의 여정이 흥미롭다. 그렇다면 정말로 '성궤'가 있었다는 것일까?  하나의 신화처럼 만들어졌거나 부풀려졌을 그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정말 있었다면 왜 사라졌으며 지금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거기다가 그토록 재미있게 읽었던 <보물섬>이 어쩌면 실재로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끝없는 사람들의 욕심이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하긴 지금도 타이타닉호의 보물을 찾으려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언젠가 그 보물섬이 우리앞에 떡,하니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표지의 제목을 보면 '역사 속 인물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부제가 보인다. 그것처럼 세계사라는 흐름을 짚어주기 보다는 그 흐름속의 인물들에 관점을 두었다. 사건을 만들어낸 인물에 대한 또다른 시선이다. 결과만을 보여준 세계사
에 덧붙여진 하나의 각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현재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의 진상과 그 인물의 정체를 밝힌다고 되어있던 책소개글에 공감하게 된다. 모든 것에는 그렇게 된 원인과 과정이 있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요즘의 세상을 생각해볼 때 앞으로는 더 많은 미스터리가 생겨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상식으로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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