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길 1 - 노몬한의 조선인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내용으로 영화가 만들어져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니 궁금하기는 하다. 하지만 오래전에 TV를 통해 방영되었던 <여명의 눈동자> 가 오버랩되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얼마나 가슴 졸이며 그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지금까지도 여운이 남는 드라마중 몇 안되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책 장을 덮으면서 두가지의 의문이 나를 찾아왔다.  '전쟁은 왜 해야만 하는 것일까? '가 그 하나였고, '아버지란 의미는 무엇일까?' 가 남은 또하나의 의문이었다. 전쟁이야 욕심을 버리지 못하거나 살기 위해 벌이는 영역다툼이라고 한다하더라도 그 속에서 녹아들던 아버지란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는 말이다. 그 아버지 김길수는 영역다툼을 벌이기 위해 전쟁속에 뛰어든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전쟁은 필연적으로 묶여져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쉽게 읽혔다. 이미 알고 있는 길을 따라간다는 게 어쩌면 밋밋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 전쟁속에서 한포기의 들꽃처럼 질기게 피어오르던 짧은 情의 행렬들... 같이 있다는 건 누구나에게 평온함을 안겨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가?
에필로그에서 물었던 작가의 질문이다. 탐욕때문일까? 파괴본능 때문일까? 무기와 군사물자의 소비를 위한 경제적 논리를 적용시키기 위해서?  모든 답을 제시해놓고도 답을 찾기 어렵다고 말한 건 아마도  그 전쟁으로 인한 많은 아픔을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일 것이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김길수라는 한 남자의 발길을 따라가다보면 우리가 배워 익히 알고 있는 전쟁들이 총망라된다. 기대했던 아버지와 아들의 애틋함도 없다. 남편과 아내의 절절함도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은 끝까지 그 남자의 여정속에 머물고 있다. 안개속에 가리워져 잘 보이지도 않는데 언제 달려들지 모를 얼굴을 하고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기적같은 생존의 순간들은 또다른 전쟁을 만들어낸다. 원하지 않았으나 주어지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끝까지 살아 남았으나 끝내는 돌아오지 못하는 남자의 여정과 함께 전쟁도 끝났다. 기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던 질긴 생존의 순간들마다 아들을 향한 마음이 있었다. 돌아가리라던 그 약속이 있었다. 우리에게 있어 약속이라는 말은 왜 그리도 애절함을 안고 다가오는지...
귀천(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그 의미야 어찌되었든 책을 읽는 내내 내 곁을 맴돌던 싯구절이 애처롭다. 

아버지.. 그 이름을 다시 불러봅니다.
어머니라는 말과 아버지라는 말이 내게 주는 의미가 새삼스럽다. 지금까지 절절한 부정을 그린 책은 많다. 어린 아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을 보여주었던 조창인의 <가시고기> 아버지가 있었고, 췌장암 선고를 받고도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던  김정현의 <아버지>가 있었고, 외롭고 힘겨웠던 시간속에서도  <고향사진관>을 지켜내던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이제는 우리가 한번쯤은 아버지의 존재를 보듬어 안아줄 때가 되었다고 말하던 김정현의 또다른 아버지가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그 아버지란 말이 왜 이토록이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지... 어린 아들을 두고 징병트럭에 태워져야 했던 한 남자 또한 아버지였다. 그에게 아들은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보여지던 작은 불빛같은 희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많은 것이 가까이로 다가왔다. 先代에게는 뼈아픈 일이었을 우리의 전쟁, 아니 그들의 전쟁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아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면 너무 감상적인 말일까?  조금은 길었던 아버지의 길이 끝나던 거기에는 단지 기억만이 남아있었다. 끝내는 볼 수 없었던 아버지의 존재를 가슴에 품고 살았을 그 아들의 기억이 내게는 너무도 아프게 다가왔다. 실화를 바탕으로 생겨난 이야기여서가 아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 장면들이 찔끔 눈을 감게 만들었다. 책표지의 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저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 길이 끝나기는 할까? /아이비생각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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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의 전인적 공부법 - 조선 오백년 집권의 비밀
도현신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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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선 왕의 시간표를 살펴보자. 새벽 4~5시경에 일어나서 6시경이면 왕실 웃어른께 아침 문안을 드린다. 7시경에 아침을 먹고 8시경부터 아침공부를 시작한다. 10시경에 조참朝參 또는 상참常參과 같은 아침 조회를 한다. 여기서 조참이라 함은 중앙의 문무백관이 한 달에 네 번 정전에 모여 임금께 문안을 드린 후 정사를 논하던 일을 말함이고, 상참이라 함은 중신과 시종관이 매일 편전에서 임금에게 정사를 아뢰던 일로 일종의 약식 조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11시경부터 오전 업무를 보는데 이 때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신하들과의 접견이 있었다. 정오부터 오후 1시경에 점심을 먹고 오후 2시경에 낮공부를 한다. 오후 3시경에 다시 신료 접견을 하고, 오후 5시경에 내의 야간 숙직자를 확인한다. 오후 6시경에 저녁공부를 하는데, 아침공부는 조강, 낮공부는 주강, 저녁공부는 석강이라 한다. 오후 7시경에 저녁을 먹고 8시경이면 다시 왕실 웃어른께 저녁 문안을 올린다. 밤 10시경에 상소문을 읽고 11시경에 잠자리에 든다. 가만히 따져보면 정말 놀 틈이 없다. 속된 말로 정말 빡세다.저런 시간표를 받아들고 딴짓할 틈이 있었을까?  아마도 시간표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왕이 좀 시끄러웠던 게 아닐까 싶다.

'전인적 공부법'이란 제목을 보면서 문득 인성교육이란 말을 떠올렸다. 우리가 너무도 쉽게 말하는 인성교육.. 도대체 무엇이 인성교육인 것일까? 인성이라는 건 인간됨이나 인간다움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한다면 인간이 인간으로써 가야 할 올바른 길을 가르치는 것인데 그 의미가 쉽게 다가오질 않는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추상적인 느낌이라서 그럴까? 그래서 全人的이라는 말을 찾아보았더니 知, 情, 意를 모두 갖춘... 뭐 이렇다. 공부를 함으로써 뜻을 정하고 가치관을 세우고,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한다는 말일까?  그래서 인성교육에 대해 다시한번 찾아보니 인간이 가야할 올바른 길을 인도하며 나아가 全人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보인다.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생각하게 된다. 정말 어렵다. 사람이 사람의 도리를 다하며 산다는 게 그리 쉽진 않다는 말일게다.

어찌되었든 왕이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할 단계에 서연, 경연, 종학이 있었다. 서연은 왕이 되기 위한 공부를 말한다. 출생과 동시에 왕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경연은 왕이 되고 나서 하는 공부를 말하며, 왕실의 종친 관리를 위한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그것을 종학이라 했다. 종학이라는 게 왕족만을 위한 공부이기도 했겠지만 왕이 되어 종친들로 인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일종의 처세를 가르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智,德,體를 강조 했다는 서연은 정말 대단하다. 일찌감찌 유아교육에 눈을 뜬 셈이다. 회강과 고강으로 복습을 하거나 시험을 치르기도 했으니 쟁쟁한 선생들에게 합격점을 받기가 녹녹치 않았을 테다. 왕이 되고나서도 경연을 통해 역사와 시사를 배워야 했다는 건 지금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시 현실의 문제에 대한 답은 역사속에 있다는 말을 다시한번 인정하게 된다.

문답식과 토론식 공부를 했다는 것을 왜 우리의 교육 현실은 잊었던 것일까? 논쟁이 있어야 발전이 있다며 신하들의 논쟁조차도 허용했다는 왕의 열린 마음이 대체적으로 조선을 만들어낸 왕의 마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조선 왕들의 재위기간과 경연 횟수를 비교해 본 표가 재미있다. 물론 재위기간이 길어 경연의 횟수도 많을 수 있겠지만 재위기간과는 다르게 학문에 열중했던 왕의 모습도 보인다. 문종의 경우 2년이라는 재위기간동안 155번이나 경연에 참가했지만 철종의 경우 14년동안 4번밖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물론 상황에 따라 어느정도는 변수가 있었을 테지만 말이다. 세종이나 성종, 중종, 숙종,영조와 같이 치세를 이룬 왕들만 보더라도 경연의 의미가 상당히 컸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그 당시부터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조건이었음에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점은 안타까울 뿐이다.  그나마 일방적인 주입식을 벗어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창의적 교육을 운운하며 내세운 교육이념이 오히려 논술이라는 파행을 불러오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해도 우리의 옛 선조들이 행했던 문답식과 토론식 교육을 갈고 다듬어 이 시대 혼란스러운 교육을 이끌어가는 이정표로 삼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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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서울 산책 - 오세훈의 마지막 서울 연가!
오세훈 지음, 주명규 사진, 홍시야 그림 / 미디어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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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울.. 서울은 어떤 도시일까? 일전에 읽었던 <내 인생의 도시>라는 책을 떠올린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고향같은 곳이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콕 집어서 말 할 수 있는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있었던 곳이라면 기억속에 항상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 때 과연 나는 어떤 도시를 혹은 어떤 곳을 마음속에 품고 있을까 한번 생각해 보았었는데 이렇다하게 다가오는 장소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막연하게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곳은 있다. '진주'라는 도시가 그렇다. 왜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말은 없다. 통일이 되면 묘향산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바램이 있기도 하다. 백두산이나 금강산이 아닌 묘향산이라 왜? 라고 묻는 사람이 종종 있긴 하지만 역시 '그냥'이다. 막연하지만 지친 삶을 포근하게 안아줄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서울은 어떨까? 아주 어렸을 적부터 나는 서울에서 살았다. 학창시절도 서울에서 다 보냈고 결혼할 때까지 직장생활도 서울에서 했다. 태어난 곳은 대전이지만 누군가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오면 서울사람이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서울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솔직하게 말하면 잘 모르겠다. 그런데 서울시장이었던 저자에게는 서울이 엄청난 크기의 의미를 안고 있었던 모양이다. 글을 읽으면서 단순히 서울시장이었기에 서울을 소개했다는 느낌보다는 마음이 느껴져 좋았다. 

저자가 가장 먼저 내세운 주제는 전통이다. 지금은 서울을 찾는 외국인에게도 관광코스가 되어버린 북촌한옥마을로 문을 열고, 그야말로 사람냄새가 흥건한 광장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풍물시장도 소개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솔직하게 말해 옛흥취를 느낄 수 없는 까닭이다. 그냥 찾아가기에는 조금 멋적을 듯 싶은 창작센터는 조금 생소하다. 그리고 나 역시 추천하고 싶은 남산코스가 나온다. 실개천과 꽃들이 어우러지는 북측산책로의 맛은 그만이다. 예전에는 답답했던 식물원이 야외식물원으로 옷을 바꿔입었는데 그 바꿔입은 옷이 화려하다. 함께 사진찍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 정도로.. 지금 젊은이들은 서울타워하면 아마도 자물쇠를 매달아놓은 풍경부터 생각하지 않을까? 한때는 그냥 멀리 던져버리는 열쇠가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언론지상에서 목소리를 높일 때도 있었다. 그 다음 주제는 문화공간이다. 어린이대공원이 바뀐 모습으로 맞이해준다고 하니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이제 가을이 완연해지면 이 곳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추천하곤 하는데 바로 하늘공원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긴채 서로 몸을 부딪히는 갈대의 풍경이 얼마나 멋진지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하늘공원은 눈내린 겨울에 가도 멋진 곳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곳 중에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한번쯤은 꼭 찾아보길 바라는 곳이 있다면 역사라는 주제를 안고 있는 서대문독립공원과 장충단공원이다. 우리의 아픈 과거를 되돌아 보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거기에 또 한 곳, 이 책에서는 골목길이라는 주제를 붙여 놓았지만 나라면 역사가 살아있는 길로 소개하고 싶은 정동길이 있다. 정동길은 아이와 함께 손잡고 걸으며 근현대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배재학당이나 정동교회와 같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옛건물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더욱 더 좋은 공간이기도 하다. 그 골목길을 걷는 날 덕수궁과 중명전만큼은 꼭 보고 오시길... 생태공원도 좋고 캠핑장도 좋고 자전거길도 좋다. 하지만 어느 곳엘 가든 자신이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만큼 느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느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도 되겠다.


이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곳이지만 나 역시 여러번 추천해주는 곳이 있다. 서울성곽길과 여의도샛강공원인데 서울성곽길은 코스별로 나뉘어져 있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느 코스가 좋으냐고 묻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서울성곽길은 어느코스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코스마다 저마다의 특징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풍경을 보여주는 탓이다. 가끔은 등산복장을 하고 보란듯이 둘러앉아 무언가를 먹고 있는 아줌마, 아저씨들의 모습이 보여 안타깝게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장면은 정말 꼴불견이다!) 조금씩 나아지리라 기대해보기도 한다.  단, 아이와 함께라면 동대문~ 낙산공원~ 혜화문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시대별로 구분지어진 성곽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곽의 안쪽과 바깥쪽을 동시에 느낄 수가 있어 좋다. 그리고  7,80년대의 동네가 여전히 그 곳에 남아 있어 번듯한 아파트만 보고 자란 아이들에게는 정말 낯선 풍경으로 다가서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사진은 지난 겨울에 서울성곽길을 찾았을 때 찍은 것이다. 바람이 불어 춥기는 했어도 낙산공원에서 내려다보던 서울풍경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또 하나, 연초록의 잎이 산뜻하게 피어오르던 초여름의 여의도샛강공원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나 역시 소개로 찾아갔던 곳이었는데 정말 끝내준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싶다. 여의도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놀라웠다. 수양버들 춤추는 길에 ♪ 꽃가마 타고 가네 ♬ ~~ 노래가 절로 나왔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하겠지만 어찌되었든 내가 만난 여의도샛강공원의 모습은 싱그러웠고 아름다웠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가까이에 너무나도 좋은 것들을 두고 산다. 그럼에도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북한산과 도봉산을 바라보며 서울은 정말 복받은 도시라고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말에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각각의 도시는 저마다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것처럼 이 책이 서울이라는 도시와 다시한번 마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빌미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 소개하지 않았어도 서울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곳은 많을 것이다. 가장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있다는 말을 새삼스럽게 되뇌이게 된다. 아울러 나의 걷기 여행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아 고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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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왕의 역사 - 고구려부터 조선까지
박영현 편저, 한종수 감수 / 삼양미디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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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다 외울 수 있는게 있다.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광인효현숙경영정순헌철고순~~이다. 조선을 주물렀던 왕의 계보..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왕의 계보를 외우기 위해 애를 썼는지 모르겠다. 시험에 그다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래야만 했을까? 조금 비약시킨 말일수도 있겠지만 왕의 계보를 외운다고 그 시대에 일어났던 일들을 모두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저 주입식으로 넷 중 하나만 찍으면 그만인 역사를 공부해왔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지금의 아이들은 우리와 같은 식으로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한 일일까? 역사에 대한 홀대도 조금은 나아진 듯 하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말이다. 광화문에 서울광장이 생겨나고 처음으로 그 곳을 찾았을 때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 작은 물길을 아직도 기억한다. 지금이야 있는 듯 없는 듯 흐지부지한 느낌을 주지만 당시만해도 많은 시선을 받았었다. 실개천(?)을 따라가며 그 시대에 있었던 일을 하나씩 서로 돌아가며 말하기도 했었는데... 역사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는 말 때문에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이나 열심히 왕의 계보를 외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가끔씩은 삼국시대까지 아우르는 왕의 연보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얼른 받아들었던 책이다.

가끔 관심을 끌기도 하는 소재를 다루어주는 사극을 볼 때마다 궁금했던 점은 그 많은 왕중에 선택되지 못한 왕의 시대였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이렇다하게 극적인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무탈하게 보낸 왕의 시대가 그러하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드라마 성격상 무언가 자극적인 소재가 있어야 할테니 말이다. 그런 까닭인지 제일 먼저 살펴보았던 부분이 바로 삼국시대의 연보였다. 몇 명의 왕이 그 시대를 이끌었던 건 아닌 탓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왕은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니 궁금했다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고마웠던 점은 한 시대로 들어가면서 세계사와 견주어 볼 수 있도록 연도별로 비교하여 정리해 주었다는 것이다. 끝 부분에서는 고구려면 고구려, 백제면 백제를 이끌었던 왕의 계보를 다시한번 보여주니 다시 한번 정리하는 느낌이 들어 괜찮았다. 물론 왕의 역사를 부분 부분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다루다보니 밋밋하기는 했다. 소설처럼 재미를 추구하는 책은 아닌 듯 하니 그걸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한번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면 우스울까?

시대별로 큼직한 사건 사고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다지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라 식상함이 느껴진다는 게 솔직한 말일게다. 하지만 중간중간 그 시대에 있었을 설화나 작은 이야기들을 각주처럼 달아준 것은 감칠맛이 났다. 유물 유적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조금씩이나마 밋밋함을 벗어나기도 한다. 오래전에 읽어보겠다고 펼쳤다가 조금 읽고나서 팽개치듯이 책꽂이에 꽂아 두었던 <조선왕조실록>이 생각났다.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시 꺼내보고 나 자신의 태만함을 탓해보기도 했다.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렸던 건 아닐까 싶어서...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 편벽한 사람은 되지 말자는 다짐을 또한번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책만큼은 편식하지 말아야 한다고 버릇처럼 이야기하면서도 그게 잘 안되는 걸 보면 한참 멀었지 싶다. 조금은 지루했지만 때마침 생각하고 있었던 주제를 다루어 준 책인지라 고맙게 보았다. 역사를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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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제국 2
우영수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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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와 관련있는 전투를 찾아보면 관산성 전투, 황산벌 전투, 백강 전투 이렇게 세가지를 보여준다. 신라와 함께 나제동맹을 맺어 고구려를 공격했지만 신라 진흥왕이 다시 고구려와 동맹을 맺고 백제의 한강 유역까지 빼앗았던 싸움이 바로 관산성 전투다. 그 싸움으로 인해 백제의 부여시대를 열었던 성왕이 죽게 된다. 그 때가 554년이다. 그리고 660년에 백제와 신라는 황산벌에서 다시 만난다. 의자왕이 신라의 여러 성을 공략하여 함락하자 이에 놀란 신라가 당나라와 군사동맹을 맺어 백제를 공격하게 된것이 황산벌 전투의 원인이라면 원인일 것이다. 그 당시 의자왕이 고구려와 동맹을 맺어 신라를 압박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토록 잘 나가던 백제가 왜 망했을까? 실제 인구도 고구려나 신라에 못지 않았고, 비옥한 땅을 차지하고 있어 나라살림도 어렵지 않았었다. 그것뿐일까? 바닷길을 이용하여 중국쪽과도 교류을 하였음은 물론이고 이 책에서 보여주듯이 일본과도 상당히 밀접한 관계였었다. 그런데 왜? 그것은 간단하다. 의자왕 후반기에 왕권강화를 위해 무리수를 두었던 탓이기도 했지만, 귀족간의 정치적 분쟁이 절대적인 원인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말할 수 있는 게 백강전투다. 백강이라 함은 지금의 금강 유역을 말한다. 백제와 왜의 연합군이 나당 연합군과 벌였던 전투가 백강 전투인데 백제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6,7세기의 한반도는 삼국시대였다. 뺏고 뺏기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 상황은 중국쪽 대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삼국시대의 싸움속을 들여다보면 묘하게도 대륙(중국쪽)의 힘을 어떻게 이용하였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앞서 말했던 관산성 전투 이후의 상황을 이 책의 배경으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중요한 건 고구려나 신라에 비해 백제의 흔적이 많지 않다는 거다. 나당 연합군에게 밀려 멸망했으면서도 끝까지 백제 부흥을 꿈꿨다던 백제의 유민들... 그랬기에 백제에 대한 관심과 상상이 날로 더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흐름처럼 언론지상에서 삼국시대를 오가는 이야기들을 보게 된다. 일전에 읽었던  <잃어버린 왕국, 대백제>와 <일본에 고함>이라는 책의 내용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오버랩되었다. <잃어버린 왕국>이나 <일본에 고함>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듯이 쉽게 찾을 수 없는 백제의 흔적을 우리보다 더 많이 보여주고 있다는 <일본서기>가 한층 더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임나일본부설을 만들어냈다는 <일본서기>가 비록 사료로서의 신뢰성이 적고 의도적으로 조작되었을 확률이 많다고는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게 솔직한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너무나도 오랜 세월동안 백제의 패망에 대한 변명조차도 할 수 없었던 의자왕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만 한다고.. 백제의 흔적은 대륙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일본 열도속에 숨겨진 백제의 수많은 흔적이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게 아니냐고.. 1,400년동안 중국의 북망산에 묻혀있는 의자왕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는 저자의 말에 왠지 숙연함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어쩌면 그랬기에 일본의 도발이 끊임없이 이어져오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무리일까? 속내를 들춰내어 우리로부터 비롯되어진 그들만의 역사를 인정하기 싫은 까닭은 아닐까 하는...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역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야만 한다. 알기만 해서는 안된다. 더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와 같은 이들의 노력을 허투루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의자왕의 아버지 아좌태자로부터 시작되어지는 <태양의 제국>은 흥미로웠다. 새로운 각도로 다시 바라보게 된 의자왕의 일생은 험난했다. 백제의 역사속에서 잠깐 등장했던 계백보다도 적은 분량으로 그다지 명예롭지 못했던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 義 의롭고, 慈 자애로운 왕이라는 해석이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퍼즐맞추기를 끝낸 느낌이다. 흩어져 있던 백제의 조각들을 끌어와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 흩어놓은 퍼즐조각을 찾아 이리저리 맞춰보다가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 듯한 그런 느낌말이다. 책의 말미에 <일본서기>의 기록에 대하여 잠깐 언급되어져 있다. "<일본서기>로 연구하기 이전에 <일본서기>를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는 말이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대륙의 백제가 망하고 열도에서 다시 태어나는 백제.. 책의 이야기처럼 정말 일본은 그렇게 생겨난 것일까? 하지만 일본천황이 백제의 후손임을 인정했으니 거짓은 아닐 것이다. 굳이 연오랑과 세오녀의 이야기를 끌어오지 않아도 백제의 유민들이 건너가고 일찍부터 망명한 사람이 많았으니 역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말하던 백제의 흔적이 어쩌면 그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일이니... 남겨진 기록이 많지 않다하여 수많은 상상을 불러 올 수도 있었던 백제라는 주제가 흥미로웠다. 저자의 상상이 어디까지일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어설픈 상상보다는 차라리 역사의 흔적을 쫓아가 준 것이 어쩌면 더 고마운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볼 때가 있다. 신라가 아닌 고구려나 백제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그랬다면, 너무나도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랬다면, 정말 그랬다면... 어찌되었든 <고사기>와 <일본서기>를 한번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이비생각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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