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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길 1 - 노몬한의 조선인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내용으로 영화가 만들어져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니 궁금하기는 하다. 하지만 오래전에 TV를 통해 방영되었던 <여명의 눈동자> 가 오버랩되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얼마나 가슴 졸이며 그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지금까지도 여운이 남는 드라마중 몇 안되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책 장을 덮으면서 두가지의 의문이 나를 찾아왔다. '전쟁은 왜 해야만 하는 것일까? '가 그 하나였고, '아버지란 의미는 무엇일까?' 가 남은 또하나의 의문이었다. 전쟁이야 욕심을 버리지 못하거나 살기 위해 벌이는 영역다툼이라고 한다하더라도 그 속에서 녹아들던 아버지란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는 말이다. 그 아버지 김길수는 영역다툼을 벌이기 위해 전쟁속에 뛰어든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전쟁은 필연적으로 묶여져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쉽게 읽혔다. 이미 알고 있는 길을 따라간다는 게 어쩌면 밋밋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 전쟁속에서 한포기의 들꽃처럼 질기게 피어오르던 짧은 情의 행렬들... 같이 있다는 건 누구나에게 평온함을 안겨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가?
에필로그에서 물었던 작가의 질문이다. 탐욕때문일까? 파괴본능 때문일까? 무기와 군사물자의 소비를 위한 경제적 논리를 적용시키기 위해서? 모든 답을 제시해놓고도 답을 찾기 어렵다고 말한 건 아마도 그 전쟁으로 인한 많은 아픔을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일 것이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김길수라는 한 남자의 발길을 따라가다보면 우리가 배워 익히 알고 있는 전쟁들이 총망라된다. 기대했던 아버지와 아들의 애틋함도 없다. 남편과 아내의 절절함도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은 끝까지 그 남자의 여정속에 머물고 있다. 안개속에 가리워져 잘 보이지도 않는데 언제 달려들지 모를 얼굴을 하고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기적같은 생존의 순간들은 또다른 전쟁을 만들어낸다. 원하지 않았으나 주어지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끝까지 살아 남았으나 끝내는 돌아오지 못하는 남자의 여정과 함께 전쟁도 끝났다. 기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던 질긴 생존의 순간들마다 아들을 향한 마음이 있었다. 돌아가리라던 그 약속이 있었다. 우리에게 있어 약속이라는 말은 왜 그리도 애절함을 안고 다가오는지...
귀천(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그 의미야 어찌되었든 책을 읽는 내내 내 곁을 맴돌던 싯구절이 애처롭다.
아버지.. 그 이름을 다시 불러봅니다.
어머니라는 말과 아버지라는 말이 내게 주는 의미가 새삼스럽다. 지금까지 절절한 부정을 그린 책은 많다. 어린 아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을 보여주었던 조창인의 <가시고기> 아버지가 있었고, 췌장암 선고를 받고도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던 김정현의 <아버지>가 있었고, 외롭고 힘겨웠던 시간속에서도 <고향사진관>을 지켜내던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이제는 우리가 한번쯤은 아버지의 존재를 보듬어 안아줄 때가 되었다고 말하던 김정현의 또다른 아버지가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그 아버지란 말이 왜 이토록이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지... 어린 아들을 두고 징병트럭에 태워져야 했던 한 남자 또한 아버지였다. 그에게 아들은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보여지던 작은 불빛같은 희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많은 것이 가까이로 다가왔다. 先代에게는 뼈아픈 일이었을 우리의 전쟁, 아니 그들의 전쟁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아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면 너무 감상적인 말일까? 조금은 길었던 아버지의 길이 끝나던 거기에는 단지 기억만이 남아있었다. 끝내는 볼 수 없었던 아버지의 존재를 가슴에 품고 살았을 그 아들의 기억이 내게는 너무도 아프게 다가왔다. 실화를 바탕으로 생겨난 이야기여서가 아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 장면들이 찔끔 눈을 감게 만들었다. 책표지의 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저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 길이 끝나기는 할까? /아이비생각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