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제국 - 개정판
이인화 지음 / 세계사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들어도 아하!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책이 영화로 나올수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 베스트셀러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는 때문이다.
꽤 오래전에 이 책이 서점가의 앞줄에 서 있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만 해도 나는 우리나라의 역사라는 것에 과히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물론 지금이라고해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말해준다는 유적지나 유물에 관해 관심이 조금 있었던 탓에
한동안 유적지 답사 동호회를 따라다니며 짧은 역사의식속에 잠시 생각을 멈추었던
그런 관심밖에는 없을 따름이다.

개정판이 나왔다는 말에 호기심이 발동했다.책보다는 영화를 먼저 대한 까닭이다.
나의 경우 책으로 읽었던 것이 영화로 나오면 그 영화는 어지간해서 보지 않는다.
책에서 느꼈던 많은 감동들이 짧은 영화한편으로 인해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는 까닭이다.
그런 원칙에 의하면 나는 지금 예외적인 책읽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택했다는 것에 한점 후회가 없다.
 
부쩍 조선사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야사의 흥미로움에 빠져 있던 탓이었을까?
이 책은 처음부터 나에게 긴장감을 요구했다.
책의 마지막부분에서 모든 것이 허구였다는 것을 알고 소리나게 책을 놓아버렸다는
어떤이의 서평이 한편으로는 가슴을 싸아하게 만들었다.
완전한 허구였을까? 그렇지는 않을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다루는 책을 쓰면서 완전한 허구에 의존하여 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어느책을 보더라도 한결같은 나의 생각이다.
어쩌면 그 허구속에 묻혀진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영원한 제국>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우리가 학교에서는 배워질 수 없는 것들을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다.
이런 류의 책을 읽다보면 가슴 한구석이 싸아해져오는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있다.
성공한 자들, 혹은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 흔히 말하는 공인들의 사적인 마음을 담아내는 장면들.
사람은 누구나 똑같다. 단지 앉아있는 자리가 다를 뿐.
그 자리의 무게로 인하여 처신함이 서로 각기 달라질 뿐이라는 것.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크게 각인되어지던 두가지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왕이라는 자리를 책상물림쯤으로 그려지던 그 흔한 예가 아니라 강직한 왕을 그렸다는 것.
文뿐만 아니라 武에서조차 추종을 불허하는 깊은 신념을 가진 왕으로 그렸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이인몽과 연암 박지원이 만나 대화를 주고 받던 대목이다.
문체반정(文體反正)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순간 설레였다.
그랬구나, 그런일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을 졸이며 읽었던 대목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이 발표되고 문인들간의 공방이 있었다고 한다.
개인적인 사심에 의한 공방이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을 말함에 부족하지 않은 공방이었다고 한다.
<영원한 제국>개정판의 묘미를 나는 소설이 끝난 후 뒷부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저자 후기글, 그리고 많은 문인들의 서평, 그리고 편집자 정리로 이어지는 논쟁과 평론들.
책을 읽은 독자들의 서평 또한 재미있게 보았다.
나는 사실 제대로 된 서평을 써 본적은 없다.
늘 읽고 난 뒤에 느껴지는 것들을 정리해 보는 짧은 감상문에 불과할 뿐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읽고 싶은 책의 목록에 다시 추가되어지는 몇권의 책을 보게 된다.
첫장부터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는 책을 만난다는 게 참 드문일인데...
다시한번 영화를 감상해 볼까 한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늙은 사자 한 마리가 동굴 안에서 아파 누워 있었다.
여우를 제외한 모든 동물들이 동물의 왕인 사자에 대한
예우를 표시하기 위해 동굴을 찾았다.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한 늑대는 사자 앞에서 여우의 험담을 늘어놓았다.
"여우는 폐하나 폐하의 통치에 대한 예의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폐하를 뵈러 오지 않은 겁니다"
늑대가 말을 하는 동안 여우는 동굴에 도착해
늑대의 말을 모두 엿들을 수 있었다.
여우가 나타나자 사자는 분노로 고함을 쳤지만,
여우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여기 모인 모든 동물들 가운데 저만큼 폐하를 위해 애쓴자는 없을 겁니다.
 저는 폐하의 병을 고치기 위한 치료법을 알아내기 위해 머나먼 곳까지 갔고,
 결국 치료법을 알아냈습니다"
사자는 즉시 치료법을 알려달라고 했고,
여우는 이렇게 말했다.
"산 채로 늑대의 가죽을 벗긴 다음, 그것을 두르고 있으면 됩니다"
늑대는 밖으로 끌려 나갔고, 그 즉시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게 되었다.
늑대가 밖으로 끌려 나가는 순간,
여우는 늑대를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폐하께 나에 대한 험담이 아니라, 칭찬을 했어야지"
 
《이솝우화》-- 전쟁의 기술 중에서


내가 童話를 사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은 너무 편하다.
아무런 계산을 하지 않아도 진리가 내 앞으로 걸어나온다.
그리고 두번째는 너무 이쁘다.
나쁜 이야기를 하든 좋은 이야기를 하든 꾸밈새가 너무 이쁘다.
마지막으로 작은 이야기속에 품은 큰 의미가 너무 좋다.
하찮은 것들도 童話속에서는 아름답게 변신을 한다.
이러니 내가 어찌 童話를 싫어하랴...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보다 아름다운... 한 남자의 희망 수첩

영화<해바라기>의 메인카피다.
온 몸에 시커멓게 문신을 하고도 아름답게 보여질 수 있다는 걸
내 모든것을 다 걸어도 얻을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너무도 아프게 보여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에는 튀는 패션도, 럭셔리한 그 무엇도 나오지 않는다.
작은 수첩에 하나씩 지워져 가던 엄마와의 약속과 해야할 것들을
굵은 엑스표로 꾹꾹 눌러 지워나가던 남자.
싸우지 않기...
술 마시지 않기...
담배피우지 않기...
선물하기...
소풍가기...
여자와 숨막히도록 깊은 키스해보기....
온몸에 문신을 한채로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남자.
희망은 그토록 우리에게서 멀리 있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 것이 아닐까?
너무 깊은곳에 숨어서 찾아낼 수 없는 것은 아닐까?
10년을 참았는데 왜 모든 것을 가져가야하느냐고 울부짖던 태식의 절망.
그리고 그는 다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고, 싸움을 하고...

누군가의 가슴속에 사랑을, 희망을 심어준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리움과 기다림이란 꽃말을 갖고 있는 해바라기...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전해주는 의미가 너무나 서글프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뭐야?
뭐지?
하~ 이럴수도 있는거구나!
내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한 말이다.
속았다! 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또 있었다.
읽는 내내 앞뒤가 서로 얽혀지지 않는 고리때문에 머리 좀 굴렸었건만
끝내 풀리지 않던 실의 끝자락을 이렇게 마지막 부분에 와서야 찾게 된다.
읽는 이들에게 단 한번의 실마리조차 보여주지 않기로 작정한 듯한 문체를 보면서
다 읽고난 후에야 작가의 치밀성앞에 혀를 내두른다.
서정성을 잔뜩 안아든 제목만으로 선택되어졌던 책이었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나는 진한 사랑이야기 하나를 만나고 싶었었다.
그러나 이건 정말 심한 배신이다.
이 책은 사랑이야기지만 결코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추리소설이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하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고 보니
옮긴이 역시도 추리소설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지하철이 들어오고 한 여자가 뛰어내린다.
그리고 문득 여자를 보게 된 남자가 그 여자를 구한다.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던 여자와 그 죽음을 지나치지 못했던 남자.
그 여자와 그 남자의 이야기는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다.
그 여자의 삶속에 그 남자가 끼어들었는지 아니면 그 남자의 삶속에 그 여자가 끼어들었는지
보여주지 않기로 작정한 작가는 마지막까지 줄달음질을 치게 만든다.
미노타우로스가 있는 미로에 빠져버린듯한 느낌.
어디선가 황소머리를 한 괴물이 먼저 나를 찾아내 다가올 것 같아 마음을 서두르게 만든다.
이야기속에서 작가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일본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직시해야하는 문제일수도 있다.
문제를 앞에두고서도 아직은 풀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에게
작가는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실현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직접 해봐야 아는거야.
머리로만 생각해 결론을 내버리는 녀석은 결국 그 정도의 인간밖에 될 수 없어.
나는 살아 있는 한 계속 도전하겠어...<502쪽>
가슴 뜨끔한 말이다.
가끔은 내가 주절거리듯이 내뱉던 말이기도 하지만
나 역시도 그렇게 머리로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픈 반성이다.
언제나 그렇듯 현실을 무시할 수 없어서 그런거라고 자기위안을 삼으면서 말이다.
이 책의 결말부분을 미리 알고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을 잠시 해 본다.
그랬다면 아마도 이 책이 주고자 하는 느낌들을 많이 찾아내지 못했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선입견이나 편견의 힘은 무서운거다.
너무 뜻밖의 반전때문이었을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그냥 호기심만으로 책장을 넘겼다고 하는게 더 솔직한 내 심정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보여준 멋진 반전은 선물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인생의 퍼즐을 맞춰나가는 우리의 나이테 한겹을 본 것 같다. /아이비생각
 

"최근에 벚나무를 본 적이 있어?" 내가 불쑥 물었다.
"아뇨" 그녀의 목소리가 내 몸에 진동으로 전해져, 살아 있음을 실감한다.
"그런거야. 꽃이 떨어진 벚나무는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기껏해야 나뭇잎이 파란 5월까지야.
 하지만 그 뒤에도 벚나무는 살아있어.
 지금도 짙은 녹색의 나뭇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지.
 그리고 이제 얼마 후엔 단풍이 들지."
"단풍이요?"
"그래, 다들 벚나무도 단풍이 든다는 걸 모르고 있어"-<50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8요일
마렉 플라스코 지음, 박지영 옮김 / 세시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비요일, 우요일,13월,32일, 그리고 제8요일...
우리의 생각속에만 존재하는 날들.
그리고 우리에게 야릇한 의미로 다가오는 날들.
그런 날들속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비요일과 우요일의 그리움을 이야기하고
13월과 32일의 아쉬움을 이야기하고...
그러다 다시돌아와보면 그자리.

작가 박범신이 작품속에서 최고의 순수성으로 추천해주었던 아그네시카를 만났다.
아그네시카가 머무는 곳에는 폐허와 술과 슬픔과 좌절과 절망이 있었다.
어쩌면 그들에게 희망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녀를 순수하다고 봐줬던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꾸미지 않는 그녀의 내면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욕망과 처해진 상황을 하나의 꾸밈도 없이 그대로 보여주며
또한 그대로 느끼며 인정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우울한 감정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왜 이러는거지? 도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지은이 마렉 플라스코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출생하여
스물여섯 살에 작가로 성공을 거두었으나 조국을 잃고 망명길을 떠나야 하는
비참한 운명을 맞이했다는 말에,
모순투성이인 폴란드의 암울한 현실을 폭로하고 인간 본질의 문제를 심도있게 파헤친,
이라는 말에 그렇구나,하면서 배경을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인간이 이토록까지 처절한 우울감속에 빠질수도 있는것인가를 되묻고 있었다.
시대적 배경이 아무래도 가슴에 와닿지가 않았다.
이념과 사상의 기로에 서있으면서 자신에 대한 분노를 어쩌지 못하는  오빠를 바라보던
아그네시카의 시선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져 있었을까?

아주 평범한, 지독히도 평범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들.
그들에게 찾아갈 희망은 아직도 흙탕물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무겁게 내려앉은 회색빛 하늘과 멈출것 같지 않은 비를 바라보며 절규하는 아버지.
어디고 꺼져버리든지,뒈져버리든지 하라니까!
이대로 가다간 내가 미쳐버리겠어! 어떤 결판을 내든지 해야지.
병이 들어 죽음을 바라보는 아내,  사랑과 이념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해 술로 사는 아들,
그리고 딸이 얽켜있는 비좁은 일상속에서 잠시만이라도 탈출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일요일은 빗줄기에 가려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고독을 외쳐대는가?
가슴속에는 그토록 많은 사랑과 열정을 담고 있으면서도
어느 누구에게도 전해줄 수 없는 공허함만을 한가득 품고 살아가는 까닭에
우리는 모두 외로운 것일까?
우리의 현실은 참으로 전쟁같다. 때로는 처참하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제8요일을 그린다.
하지만 우리는 설령 오지 못한다해도 희망을 기다린다.
내일은 괜찮아질거라고 주문을 외고, 오늘까지만이야 하면서 최면을 건다.
그렇게 털어내고 털어내고 또 털어내면서 산다.
아마도 그렇게 믿고 싶은게 들키고 싶지 않은 속내일것이다.
그래서 기다리고 갈망하고 꿈을 꾸는 것일게다.
좀 더 나은 내일을.
어쩌면 이미 지나쳐갔을 제8요일을.
어쩌면 저 앞에서 나를 기다려줄 희망의 제 8요일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기 위한 벽이 있는 그 작은 방을 아그네시카는 찾지 못했다.
사방이 벽으로 가린 방을, 아니면삼면만이라도 괜찮다고 말하던 아그네시카는
결국 그 방에서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었다.
자유롭게 사랑을 나눌 그 작은 방, 제8요일이 머금은 희망이란 존재가 그녀를 찾아와 주었을까?  
/아이비생각

아침이었지만 여전히 하늘은 흐려 있었고, 어제 하루 종일 쏟아부었던 비는이제 멎어 있었다.
"하늘은 뭐가 불만인지 그토록 쏟아부은 비만으로는 부족해서 아침부터 또 저렇게잔뜩 구름에 가려 있구나.
 이러다간 이번 주 한 주일 내내 온통 장마로 잡쳐버리는 게 아니냐?"
하늘을 잔뜩 노려보면서 아버지가 불만스럽게 옆에 서 있는 아그네시카를 보고 말했다.
"아아,오늘이 어제의 일요일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버지의 긴 한탄이었다. <208쪽 마지막 문장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