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라의 조건 - OECD 선정 '가장 행복한 13개국'에게 배운다
마이케 반 덴 붐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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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아일랜드, 스위스, 룩셈브르크, 벨기에, 헝가리...  내가 가고싶은 나라의 목록이다. 죽기전에 한번은 가고싶거나, 할수만 있다면 몇 년쯤은 거기서 살아보고 싶은... 나는 왜 이 나라들을 가고 싶어하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대체적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단언컨데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때 행복을 느끼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때 여유와 평온을 느낀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너무나도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자연을 지배하고자 하는, 혹은 자연을 이용하고자 하는 오만과 교만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이 묻고 있다. 당신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1번은 무엇인가?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끝없이 받아보았을 질문이다. 그래서 얻어낸 우리의 답은 간단했다. 지금 이순간이 중요하고, 지금 내 곁에 머무는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그러나 우리의 삶은 어떤가?  입과 머리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몸은 그렇게 살지 못하는 현실만 있을 뿐이다.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부자이고 일곱번째로 행복한 나라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랑질을 하거나 허풍을 떨고 멋을 부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그들은 지금 가진 것들을 후세대와 나누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들에게서 말할 수 없이 부러웠던 것은 자연을 멀리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돈이 많을수록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노르웨이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는 숲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던 어느 영화의 장면이 떠오른다. 삶의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빠름과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내려놓는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자면 자연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자연은 결코 서두름이 없으니까. 자연은 결코 우리에게 빨리 가라고 재촉하지 않으며 믿고 기다리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서로를 향한 믿음도 전제되어야만 한다.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살펴보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나라일수록 더 높은 수치를 보인다.  문득 우리나라 제주도의 정낭이 생각난다. 나무막대기를 하나 둘 걸쳐놓아 집주인의 소재를 알 수 있게 했다는... 높은 담장에 철대문을 달지않아도 사립문이나 삽작문만으로도 살 수 있었던 그런 세상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이 바로 그런 세상이다. 아파트 한귀퉁이에 작은 나무 몇그루 심어놓는것이 자연과 함께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악수가 곧 계약서라는 노르웨이, 모든 구성원에게 유익한 해결책을 찾는다는 스위스, 단순해서 행복하다는 캐나다, 앞날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기대어 앉아 마음껏 즐긴다는 오스트레일리아, 걱정하는 대신 춤을 춘다는 파나마, 노래하고 웃으며 삶에 맞선다는 콜롬비아... OECD가 선정했다는 가장 행복한 13개국. 어느 나라든, 누가 선정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왜 행복한가가 중요하다. 예의때문에 마음에 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핀란드 사람들은 정직했으므로 열린 마음을 가졌다. 문제를 숨기려하지 않고 다같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나'를 특별히 강조하지 않는다는 스웨덴 사람들. 그러니 그 사람들에게 배려라는 건 몸에 벤 습관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을 이유, 있을까?  "내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사람들을 대하면 돼요!" 아이슬란드 사람이 말했다.  그냥 인생의 소박한 것들을 아끼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콜롬비아의 한 교수. 단순하게 살아서 행복하다는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람들. 책을 읽다보니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내가 가진 것들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놓친 채, 대단한 꿈만을 바라보며 사소한 것들이 주는 행복을 잊고 살았다는 결과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은 당혹스러울수도 있겠으나 그것이 정답이다. 삶의 일부가 될 정도로 하염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것이 문제가 될 뿐, 덴마크 사람들처럼 현실을 더 잘 이해하고 뭔가 득이 되는 한도까지 불평을 한다면 불평도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고개를 돌려 살며시 외면하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 세상의 온갖 불행을 모두 세세히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행복한 나라 사람들의 행복 비결이다. 맞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 주변에 떠도는 수많은 정보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쓸모없는 정보들이 더 많다.  그 많은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아이슬란드 정부는 국민들에게 절제를 권한다고 한다. 계획을 너무 많이 세우지 말라고. 새겨들을 만하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해야 할 목록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복잡하게 말할 필요없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가진 것들, 내 곁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먼 미래를 위해 버리고 있는 '지금'을 돌아보는 일이라고 행복한 나라의 사람들이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어쩌면 행복에 대한 정의가 바뀔지도 모르겠다.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네잎클로버는 유전되는 돌연변이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기형 현상일 뿐이다!  그러면 나는 행복한가? 생각해보니 행복한 편에 속한다. 있으면 좋겠지, 라고 생각은 하지만 없어서 불행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나는 열의 일곱정도는 행복한 사람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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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총서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신현준.이기웅 엮음 / 푸른숲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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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같은 느낌이 있어서 여기가 좋다고 젊은 예술가는 말했다. 그가 사는 곳은 한남동이다. 빈촌과 부촌으로 나누어진 한남동은 높은 곳에서 낮은 삶을 사는 사람과 낮은 곳에서 높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동네라고 한다. 그는 당연히 높은 곳에서 낮은 삶을 사는 사람편에 속한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주는 울림은 크게 다가온다. 시골마을같은.... 시골마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정말이지 간단하다. 바로 '情' 이 있는 삶이다.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지 않고 그저 마음으로 다가가 나눔을 생활화하는 곳이 바로 시골마을이라는 정의와 일맥상통한다. 품앗이가 껄끄럽지 않은... 그렇다면 우리가 꿈꾸는 삶의 정의 또한 간단하게 정리될 듯 하다. '情'을 나누며 사는 삶을 꿈꾸는 우리. 그러나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각설하고, 나는 그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 자체가 싫다. 창신동에 봉제거리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이 언제 붙었을까? 그 타이틀을 붙인 사람들이 봉제라는 말속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알기나 하는 것일까?  재봉틀을 돌리며 살아왔던 사람들의 삶에 대해 단 한번만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있을까?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그곳을 박제화하려는 게 분명해보인다. 왜? 그들은 거기에 살고있거나 살아왔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을테니까 말이다. 도시재생이라는 게 과연 주민을 위한 것인지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봐야겠지만 단언컨데 정책은 살고있는 주민들의 기득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아름답게 볼 수는 없다. 그것을 아름다움으로 치장하여 자신들의 치적(?) 쌓기에 분분한 어떤 이들이 문제일 뿐이다.

 

자본주의라는 것이 이윤추구를 위해 우리를 암에 걸리게 만들었고, 먹을 수 없는 것들을 먹게 만들고... 자조적인 저 말투, 어디선가 들어봄직하지 않은가?  바로 우리의 목소리다. 누구나 한번쯤은 했을 그런 말.. 그러나 그런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는 그 사회의 현상을 만들기도 하고 또 없애버리기도 한다. 우리가 꿈꾸는 것은 그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행동은 또 그런 사회를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의 모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껄끄러웠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다는 게 그리 유쾌한 일만은 아니기에. 도시재생 사업은 지금도 여기저기서 진행중이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공사중! 어딜가도 마주치는 공사중 입간판이라니... 사람이 몰려드니 돈이 움직이고 그 돈을 따라 공사중 입간판은 끝임없이 세워질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쫓겨날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웠거나 기억하고 남겨두어야 할 우리의 환경은 무참히 파괴될 것이다.

 

오래된 동네에 예술가들의 공간이 하나둘씩 들어서면, 그 직전까지 개발에서 소외된 노후한 곳이라는 평을 듣던 동네는 특별한 장소로 재생 또는 소생된다. 이른바 공간의 미학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37쪽)  과연 그럴까?  그들로 인해 공간의 미학화가 일어나는 건 맞는 말인 듯 하다. 때로는 이미 재생 또는 소생된 곳에 예술가들이 들어와 그 공간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니 문명 또한 변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머문 자리에 변화가 오는 것은 과연 누구 탓일까? 이 책속에는 사람냄새가 없어지는 현사회의 모습이 담겨있다. 서촌도, 종로3가도 예전의 느낌이 사라진지 오래다. 발전과 변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금의 상태가 모두 불편함만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닐터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없이 외쳐댄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변화가 몰고오는 병폐로 인해 우리가 버렸던 것들로의 회귀를 다시 외치고 있음에도.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도시들을 생각했다. 각각의 도시마다 안고 있어야 할 특성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 대한민국의 도시들. 도시재생이라는 말로 다시 태어난 곳들을 가보면 정말이지 두번다시 찾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재생은커녕 포장만 그럴싸하게 한 곳들도 종종 보게 된다. 어떻게하면 같아질 수 있는지 그것만 연구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인사동도 그렇고 서촌도 그렇고 변화를 통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개성시대를 말하면서도 몰개성화로 치닫고 있는 대단한 모순!  얼마나 더 많은 곳이 도시재생이라는 말로 미화되어질 것인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면 어찌되는지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주제였음에도 은근하게 잡아당기는 힘이 있다. 그만큼 우리의 현실과 맞닿은 주제였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말미에서 엄청난 참고문헌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나 많은 책이 있었구나! 그 많은 책속에서 겨우 한두 권 낯익은 제목을 찾아낸다. 읽을거리가 많아지고 말았다. 그리고 한번쯤은 찾아가고 싶은 장소가 생겼다. 더 늦기전에 찾아가보리라. 책을 덮으니 책표지에 이런 말이 보인다. 장소가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 정책이 먼저인가, 자생이 먼저인가? 내게 묻는다면 당연히 사람이 먼저고, 자생이 먼저라고 말할 것이다. 부유한 도시에서 우울한 삶을 살기보다는 마음이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이 더 옳다고 보는 까닭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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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지?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8
장준영 글.그림 / 책고래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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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쁘다. 그림도 예쁘고 그림으로 표현되어지는 아이의 마음도 예쁘다. 거실에서 놀고 있던 아이에게 창밖의 놀이터가 보이고, 그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아이는 장난감 자동차를 끌고 밖으로 나온다. 어쩌면 시끄럽게 떠들던 소리들이 아이를 밖으로 불러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끄럼틀에서 '주르르륵' 미끌어지기도 하고, 발을 굴러 '씽씽' 그네를 타기도 하고, '달그락 달그락' 소꿉놀이를 하기도 하는 아이들의 모습속에는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담겨있다. '솔솔'부는 바람도 있었을 것이고, '맴맴맴매애애앰'하는 매미소리도 있었을 것이고, '까악까악'우는 까치소리도 들렸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빵빵'거리며 경적을 울리고 지나가는 자동차도 있었을 것이다. 귀를 기울이던 아이는 생각한다. 무슨 소리지?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거기에 자연이 있다. 자연의 소리를 쫓아가는 아이의 모습 그대로가 하나의 풍경이 된다. 놀이터를 향해 걷는 아이에게 들려오던 많은 소리... '뚤뚤뚤 쑬쑬쑬' 이라는 책속의 의성어가 재미있게 다가온다. 만약 아이곁에 엄마가 있었다면 "엄마, 이게 무슨 소리지?"하고 물었을 것이다. "응, 그건 귀뚜라미 소리지." "귀뚜라미? 근데 귀뚜라미는 왜 저렇게 울어?" 분명 이렇게 묻지 않았을까 싶다. 어느 순간 찾아오는 왜? 라는 끝없는 질문앞에서 그만 손을 들고 말았던 기억, 엄마들은 다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가 귀에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마음에 담고 있다. 갑짜기 풀벌레 소리, 바람소리를 잊고 사는 어른들의 시간이 떠오른다. 하늘 한번 제대로 올려다본지가 언제인지...

 

'쪼르르 쪼르르', '깍깍 깍깍', '사륵 사르륵', '하하하 호호호', '톡톡톡 톡톡톡', '후우후 후우후'... 마침내는 놀이터에 가는 것도 잊어버리고 소리를 쫓아가는 아이. 할머니들의 웃음소리에 절로 웃음이 난다. 바람에 날려가는 씨앗을 보며 손을 내밀어보기도 한다. 줄을 지어가는 개미들의 행렬을 보려고 쪼그리고 앉은 아이의 모습이 귀엽다. 맨홀뚜껑에 뚤린 구멍속에서 이상한 소리도 들린다. 이게 무슨 소리지? 궁금한 아이는 그냥 속절없이 들여다 볼 뿐이다. 소리때문에 노는 걸 잊고 말았다. 그리고 아이는 생각하지. 엄마는 아실까? 도대체 이런 소리가 모두 어디서 오는거야? 책을 보고 있는 내 입가에 살포시 웃음이 찾아온다. 이 책속에는 의성어뿐만 아니라 의태어도 보인다. 비록 많은 낱말은 아니지만 아이가 느낄 수 있기에는 충분해보인다.  잔디밭에 누워 활짝 웃고있는 아이가 사랑스럽다. 그리고 그 옆에 세워둔 장난감 트럭에는 솔방울도 있고, 은행잎도 있고, 떨어진 나뭇잎과 이름모를 열매, 작은 풀꽃도 담겨있다.  그 모습이 너무 예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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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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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내게 가족이라는 말은 언제나 멀고도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항상 곁에 있지만 그 생각까지는 알 수 없는 존재. 그러나 그건 딱히 가족이 아니라해도 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에게만큼은 왠지 무한한 희생과 인내를 요구하곤 한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왜? 가족이니까!  요즈음의 세상에서는 남보다 못한 가족이라는 말도 많이 들린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시선을 끌었던 것도 바로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제목부터가 서글프다. 그들이 서로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은 무엇일까? 왜 그들은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절대로 말해서는 안되는 것들이 생겼을까? 말하지 않아서, 혹은 말하지 못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엄마는.... 사실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남자에게 사랑받으며 가정을 꾸리는 것만이 여자로서의 삶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고 그만큼 뛰어난 실력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예기치않은 변수가 생겨버리고 말았다. 그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사랑, 그 달콤함은 그녀의 생각을 멈추게 했으며 달콤했으므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녀의 엄마는 물론 결혼을 반대했다. 그리고 남들도 말했지. 그 결혼은 성공하지 못할거라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있었다. 왜? 그 남자를 사랑했으니까.

 

아빠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부모를 따라 와 낯선 곳에서 살아야했기에 남들보다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되었다. 말이 달랐고 피부색이 달랐으며 생김새도 달랐다. 그러나 자신의 아픔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으며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늘 외로웠다. 그러다가 만난 한 여자로 인해 세상은 달라보였고 그 여자와의 삶은 행복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런 삶이 영원하리라 믿었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자신들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때문에 아들과 딸은 서로에게 의지했다. 불현듯 자신의 꿈을 이뤄보겠다고 훌쩍 떠나가버린 엄마의 존재를 이해하기에 아들과 딸은 너무 어렸다. 아직은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많이 필요한 때였기에. 그래서 생각했지. 엄마가 돌아오면, 엄마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엄마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들어줄거야.... 파란눈의 딸은 그렇게 엄마의 희망이 되었고, 그렇게 엄마의 희망이 되어버린 딸때문에 아들과 또하나의 작은 아이는 관심밖으로 밀려났다. 아들은 생각했지.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상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균형이 맞지않는 시소처럼 모든 것이 기울어져 있다고. 그리고 딸은 말했지. 사람들은 나에 대해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해. 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하곤 전혀 다른데 말이야....

 

처음 몇장을 넘기면서 뭐지? 싶었다. 그런데 책장이 넘어갈수록 조바심이 났다. 책장을 너무 쉽게 넘길 수가 없었던 거다. 이 가족의 구성원들이 겪어내고 있는 아픔이 너무나도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던 아이들은 스스로 그 힘겨움과 싸워야했다. 그 힘겨운 짐을 덜어내주고 싶었다.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부모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아들은 끝내 그렇게 했고, 숨막힐 것 같은 현실을 오빠에게 의지했던 딸은 자신만을 남겨둔채 집을 떠나려고 하는 오빠를 원망했다. 결국 그들은 모두가 제 말만 했다. 이것은 오직 너를 위한 거라고 말하며 자신의 의지만을 강조했으며 상대방의 말은 들으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오직 한사람, 유일하게 이 가족을 멀리서 바라보던 눈길이 있었으니 가장 어린 막내였다. 언니가 그렇게 세상을 버렸던 그 날의 진실도 결국 막내만이 알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만이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울타리안에서 아무것도 원해서는 안된다는 걸 이미 알아버린 그 어린 동생에게 언니는 말했었지. 잘 들어. 네가 할 일을 생각해. 네가 하지않을 일이 아니라. 웃고 싶지 않을 때는 웃지않는 거야. 꼭 기억해야 해, 라고.

 

우리는 왜 항상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가족은 항상 그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어째서 가족은 나를 위해 항상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어째서 가족은 항상 내 말을 들어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단 한번만이라도 엄마가 되어서, 아빠가 되어서, 아들이 되어서, 딸이 되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단 한번만, 정말 단 한번만 그렇게 생각했다면.... 따지고보면 엄마의 욕심이 화를 부른 건 아니다. 서로의 마음, 서로의 상처를 외면했던 결과였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끝내는 싸우게 된다하더라도 대화는 필요하다. 그리하여 서로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한번쯤은 물어도봐야 하는거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관심과 배려만 있으면 된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당연하다는 듯 외면당하고 있는 말! 가슴이 아리다.../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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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통 - 죽음을 보는 눈
구사카베 요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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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 심신박약자의 행위는, 그 형을 경감한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일본 형법 제39조다.

우리 형법에도 있다.

제10조(심신장애인)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③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뉴스를 봐도 신문을 봐도 좋은 이야기보다는 나쁜 사건이 더 많다. 아니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두기 위해 어쩌면 그런 것만 더 부각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볼 때마다 분통을 터트리게 하는 사건들이 있다.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마셔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핑게를 대거나 정신과 치료 운운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술을 먹었다면 술먹은 것 자체도 범죄다. 누가 억지로 입을 벌려 술을 들이부은 건 아닐테니까. 그럼에도 그 이해할 수 없는 법의 테두리는 그런 사람들을 보호한다. 악법도 법이란 말인지... 그런데 얼마전부터 술을 마셨다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핑게로 인정하지 않고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대찬성이다. 그 사람을 위해서도 그런 조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바로 거기에서부터 출발한다. 묻지마 범죄가 횡행하는 昨今의 시대에 살면서 이미 만연하는 사회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하기엔 뭔가 좀 찜찜하다.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하려한다면 언젠가는 정말 무서운 세상이 우리 곁을 맴돌 것이다.

 

고베의 한적한 주택가에서 일가족 네 명이 참혹하게 살해당했다. S사이즈의 모자와 XL사이즈 신발 자국... 범인이 남겨놓은 흔적은 이상했다. 뭔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런 모순된 정황과 말할 수 없이 잔인한 범죄수법은 그가 정신장애자일 것이라는 짐작을 불러오게 된다. 정말 그럴까? 사건과 얽히게 되는 두 명의 천재의사는 또 뭐란 말인가! 그들은 환자의 얼굴을 보기만해도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죽을 사람인지 나을 사람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그들은 얼굴에 나타나는 범죄자의 표식을 알아볼 수가 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소설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때로는 분노하면서, 때로는 안타까워하면서... 주인공 다메요리, 천재의사중 한명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들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천재성을 한눈에 알아본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또 한명의 천재의사 시라가미다. 자, 이제 둘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되어질까?

 

일가족 살인사건을 쫓는 형사 하야세. 죽을 힘을 다해 범인을 잡아 넣어도 어떻게 된 일인지 형법 39조에 의해 감형 되거나 풀려나는 현실을 보게 된다. 그런 까닭으로 그는 형법 제39조의 불합리함에 도저히 공감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그의 분노와 안타까움은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아마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다. 우리의 현실속에도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니까. 하지만 이 소설속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임상심리사로 등장하는 나미코를 통해 정신장애자 보호시설에 관한 것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고, 우리가 스토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관한 정신적인 면을 다시한번 짚어주고 있다. 어느날 나미코를 통해 자신이 일가족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말하는 중학생 여자아이의 존재를 알게 된 다메요리. 그로 인해 결국 일가족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지만 그 복선 또한 기가 막힌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반전이라면 반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통...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다. 선천적 무통증, 조현병...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병이다. 앓고 있는 이들이나 그 주변인들에게는 너무나도 커다란 고통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무서운 害惡을 끼칠 수  있는 것이라면 받아들이는 이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숨가쁘게 달렸다. 마지막을 보고 난 후 나도 모르게 후우~~ 숨을 내쉬었다.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 아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책장을 덮으니 무통이라는 제목이 시선을 빼앗는다. 무통....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앓고 있는 병은 아닐까? 비이커속의 개구리는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의 온도를 감지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러가지 현상을 생각하게 된다.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 묻기보다는 그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하기에 급급한 우리의 모습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역시 비이커속의 개구리는 아닌지... 우리 모두가 무의식중에 심신상실자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건 아닌지... 기시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소설속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현실감이 놀랍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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