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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라의 조건 - OECD 선정 '가장 행복한 13개국'에게 배운다
마이케 반 덴 붐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아일랜드, 스위스, 룩셈브르크, 벨기에, 헝가리... 내가 가고싶은 나라의 목록이다. 죽기전에 한번은 가고싶거나, 할수만 있다면 몇 년쯤은 거기서 살아보고 싶은... 나는 왜 이 나라들을 가고 싶어하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대체적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단언컨데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때 행복을 느끼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때 여유와 평온을 느낀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너무나도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자연을 지배하고자 하는, 혹은 자연을 이용하고자 하는 오만과 교만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이 묻고 있다. 당신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1번은 무엇인가?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끝없이 받아보았을 질문이다. 그래서 얻어낸 우리의 답은 간단했다. 지금 이순간이 중요하고, 지금 내 곁에 머무는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그러나 우리의 삶은 어떤가? 입과 머리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몸은 그렇게 살지 못하는 현실만 있을 뿐이다.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부자이고 일곱번째로 행복한 나라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랑질을 하거나 허풍을 떨고 멋을 부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그들은 지금 가진 것들을 후세대와 나누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들에게서 말할 수 없이 부러웠던 것은 자연을 멀리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돈이 많을수록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노르웨이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는 숲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던 어느 영화의 장면이 떠오른다. 삶의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빠름과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내려놓는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자면 자연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자연은 결코 서두름이 없으니까. 자연은 결코 우리에게 빨리 가라고 재촉하지 않으며 믿고 기다리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서로를 향한 믿음도 전제되어야만 한다.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살펴보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나라일수록 더 높은 수치를 보인다. 문득 우리나라 제주도의 정낭이 생각난다. 나무막대기를 하나 둘 걸쳐놓아 집주인의 소재를 알 수 있게 했다는... 높은 담장에 철대문을 달지않아도 사립문이나 삽작문만으로도 살 수 있었던 그런 세상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이 바로 그런 세상이다. 아파트 한귀퉁이에 작은 나무 몇그루 심어놓는것이 자연과 함께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악수가 곧 계약서라는 노르웨이, 모든 구성원에게 유익한 해결책을 찾는다는 스위스, 단순해서 행복하다는 캐나다, 앞날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기대어 앉아 마음껏 즐긴다는 오스트레일리아, 걱정하는 대신 춤을 춘다는 파나마, 노래하고 웃으며 삶에 맞선다는 콜롬비아... OECD가 선정했다는 가장 행복한 13개국. 어느 나라든, 누가 선정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왜 행복한가가 중요하다. 예의때문에 마음에 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핀란드 사람들은 정직했으므로 열린 마음을 가졌다. 문제를 숨기려하지 않고 다같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나'를 특별히 강조하지 않는다는 스웨덴 사람들. 그러니 그 사람들에게 배려라는 건 몸에 벤 습관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을 이유, 있을까? "내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사람들을 대하면 돼요!" 아이슬란드 사람이 말했다. 그냥 인생의 소박한 것들을 아끼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콜롬비아의 한 교수. 단순하게 살아서 행복하다는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람들. 책을 읽다보니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내가 가진 것들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놓친 채, 대단한 꿈만을 바라보며 사소한 것들이 주는 행복을 잊고 살았다는 결과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은 당혹스러울수도 있겠으나 그것이 정답이다. 삶의 일부가 될 정도로 하염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것이 문제가 될 뿐, 덴마크 사람들처럼 현실을 더 잘 이해하고 뭔가 득이 되는 한도까지 불평을 한다면 불평도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고개를 돌려 살며시 외면하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 세상의 온갖 불행을 모두 세세히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행복한 나라 사람들의 행복 비결이다. 맞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 주변에 떠도는 수많은 정보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쓸모없는 정보들이 더 많다. 그 많은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아이슬란드 정부는 국민들에게 절제를 권한다고 한다. 계획을 너무 많이 세우지 말라고. 새겨들을 만하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해야 할 목록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복잡하게 말할 필요없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가진 것들, 내 곁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먼 미래를 위해 버리고 있는 '지금'을 돌아보는 일이라고 행복한 나라의 사람들이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어쩌면 행복에 대한 정의가 바뀔지도 모르겠다.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네잎클로버는 유전되는 돌연변이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기형 현상일 뿐이다! 그러면 나는 행복한가? 생각해보니 행복한 편에 속한다. 있으면 좋겠지, 라고 생각은 하지만 없어서 불행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나는 열의 일곱정도는 행복한 사람이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