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총서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신현준.이기웅 엮음 / 푸른숲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골마을 같은 느낌이 있어서 여기가 좋다고 젊은 예술가는 말했다. 그가 사는 곳은 한남동이다. 빈촌과 부촌으로 나누어진 한남동은 높은 곳에서 낮은 삶을 사는 사람과 낮은 곳에서 높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동네라고 한다. 그는 당연히 높은 곳에서 낮은 삶을 사는 사람편에 속한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주는 울림은 크게 다가온다. 시골마을같은.... 시골마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정말이지 간단하다. 바로 '情' 이 있는 삶이다.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지 않고 그저 마음으로 다가가 나눔을 생활화하는 곳이 바로 시골마을이라는 정의와 일맥상통한다. 품앗이가 껄끄럽지 않은... 그렇다면 우리가 꿈꾸는 삶의 정의 또한 간단하게 정리될 듯 하다. '情'을 나누며 사는 삶을 꿈꾸는 우리. 그러나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각설하고, 나는 그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 자체가 싫다. 창신동에 봉제거리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이 언제 붙었을까? 그 타이틀을 붙인 사람들이 봉제라는 말속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알기나 하는 것일까?  재봉틀을 돌리며 살아왔던 사람들의 삶에 대해 단 한번만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있을까?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그곳을 박제화하려는 게 분명해보인다. 왜? 그들은 거기에 살고있거나 살아왔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을테니까 말이다. 도시재생이라는 게 과연 주민을 위한 것인지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봐야겠지만 단언컨데 정책은 살고있는 주민들의 기득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아름답게 볼 수는 없다. 그것을 아름다움으로 치장하여 자신들의 치적(?) 쌓기에 분분한 어떤 이들이 문제일 뿐이다.

 

자본주의라는 것이 이윤추구를 위해 우리를 암에 걸리게 만들었고, 먹을 수 없는 것들을 먹게 만들고... 자조적인 저 말투, 어디선가 들어봄직하지 않은가?  바로 우리의 목소리다. 누구나 한번쯤은 했을 그런 말.. 그러나 그런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는 그 사회의 현상을 만들기도 하고 또 없애버리기도 한다. 우리가 꿈꾸는 것은 그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행동은 또 그런 사회를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의 모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껄끄러웠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다는 게 그리 유쾌한 일만은 아니기에. 도시재생 사업은 지금도 여기저기서 진행중이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공사중! 어딜가도 마주치는 공사중 입간판이라니... 사람이 몰려드니 돈이 움직이고 그 돈을 따라 공사중 입간판은 끝임없이 세워질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쫓겨날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웠거나 기억하고 남겨두어야 할 우리의 환경은 무참히 파괴될 것이다.

 

오래된 동네에 예술가들의 공간이 하나둘씩 들어서면, 그 직전까지 개발에서 소외된 노후한 곳이라는 평을 듣던 동네는 특별한 장소로 재생 또는 소생된다. 이른바 공간의 미학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37쪽)  과연 그럴까?  그들로 인해 공간의 미학화가 일어나는 건 맞는 말인 듯 하다. 때로는 이미 재생 또는 소생된 곳에 예술가들이 들어와 그 공간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니 문명 또한 변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머문 자리에 변화가 오는 것은 과연 누구 탓일까? 이 책속에는 사람냄새가 없어지는 현사회의 모습이 담겨있다. 서촌도, 종로3가도 예전의 느낌이 사라진지 오래다. 발전과 변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금의 상태가 모두 불편함만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닐터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없이 외쳐댄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변화가 몰고오는 병폐로 인해 우리가 버렸던 것들로의 회귀를 다시 외치고 있음에도.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도시들을 생각했다. 각각의 도시마다 안고 있어야 할 특성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 대한민국의 도시들. 도시재생이라는 말로 다시 태어난 곳들을 가보면 정말이지 두번다시 찾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재생은커녕 포장만 그럴싸하게 한 곳들도 종종 보게 된다. 어떻게하면 같아질 수 있는지 그것만 연구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인사동도 그렇고 서촌도 그렇고 변화를 통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개성시대를 말하면서도 몰개성화로 치닫고 있는 대단한 모순!  얼마나 더 많은 곳이 도시재생이라는 말로 미화되어질 것인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면 어찌되는지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주제였음에도 은근하게 잡아당기는 힘이 있다. 그만큼 우리의 현실과 맞닿은 주제였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말미에서 엄청난 참고문헌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나 많은 책이 있었구나! 그 많은 책속에서 겨우 한두 권 낯익은 제목을 찾아낸다. 읽을거리가 많아지고 말았다. 그리고 한번쯤은 찾아가고 싶은 장소가 생겼다. 더 늦기전에 찾아가보리라. 책을 덮으니 책표지에 이런 말이 보인다. 장소가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 정책이 먼저인가, 자생이 먼저인가? 내게 묻는다면 당연히 사람이 먼저고, 자생이 먼저라고 말할 것이다. 부유한 도시에서 우울한 삶을 살기보다는 마음이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이 더 옳다고 보는 까닭이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