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 세계를 뒤흔든 선언 4
알렉스 맥길리브레이 지음, 이충호 옮김 / 그린비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어제 주말농장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난 주에 가질 못했는데, 그 사이에 상추와 엔디브(endive), 열무, 시금치가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열무는 그 뿌리가 총각무만큼이나 커졌고, 엔디브1)는 쌈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크고 질길 정도로 자랐습니다. 쑥갓은 드문드문 조금 자라있었고, 방울 토마토는 버팀목을 세우지 않아 힘겹게 처져 있었습니다. 가지와 고추는 아직 열매를 맺기까지 한참을 더 기다려야할 것 같았습니다. 깻잎은 잎 넓은 것으로 서른 장 정도 따왔습니다. 겨우 세 평 될까말까한 곳에 참 여러 종류를 심어놓았음을 새삼 알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배불리 쌈을 싸먹었습니다. 우리 식구 한 주 내내 쌈 싸먹을 만큼은 충분한 양입니다. 열무는 버무리 김치나 물김치로 담궈 먹어야겠지요.
가족과 주말을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주말농장에서 채소를 직접 길러 먹는 또 다른 맛은, 다들 아시다시피 농약을 치지 않은 깨끗한 채소를 먹는 데 있습니다. 씨 뿌리거나 모종을 심어놓고, 오로지 물만 줘서 기른 채소라, 비록 벌레 먹어 이파리에 구멍 쑹쑹 나있긴 하지만, 그래서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습니다.


   제   목 : 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
   지은이 : 알렉스 맥길리브레이
   펴낸곳 : 그린비 (초판 출간일 2005.2.28 / 초판 1쇄를 읽음) ₩9,900

상추와 쑥갓, 깻잎으로 배불리 쌈 싸먹고 나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해설한 《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을 읽었습니다. 그린비에서 출간한 세계를 뒤흔든 선언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지난 번에 《공산당 선언》과 《시민 불복종》을 소개드렸는데 그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이 시리즈는 말 그대로 ‘세계를 뒤흔든 선언’의 등장 배경과 인물, 그 내용과 여파에 대해 해설한 책입니다.

레이첼 카슨은 우리에게 비교적 생소한 인물인 것 같습니다만, 오늘날 미국 어린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과학자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또한 해리엇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UNCLE TOM'S CABIN)》이 노예제도의 실상과 죄악을 알리고 남북전쟁의 불씨를 당겼다면,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신비화된 과학기술 이데올로기를 맹신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환경운동을 일으킨 불씨라고 평가합니다. 1970년에는 그녀를 기려 ‘지구의 날’이 만들어졌습니다.

과학자와 작가가 되고 싶어했던 카슨은 《침묵의 봄》 이전에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그 꿈을 이룬 상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말년에 암과 투병하면서까지 이 책을 집필하다가 출간 2년 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가 그토록 사명감을 가지고 이 책을 써야만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이 책의 출간으로 수많은 화학 업체로부터 고소 고발을 당할 것을 염려해 기업명이나 제품명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써야 했고, 출간 후에는 남은 체력을 다해 적극적으로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알려 나간 그녀의 의지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왜냐고 물을 것도 없지요, 그녀가 죽고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환경을 둘러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으니까요. 시장에서 어디 마음 놓고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어디 하나라도 있나요? 비록 그녀로 인해 DDT 사용이 금지되고 수많은 독성 살충제 사용 규제 조처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정은 오히려 더 악화되었습니다.

이런 사정을 안다면, 2002년 9월, 부산의 과학영재학교 개교를 앞두고 10여 개 국의 영재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한 국제학술대회에서 미국 영재교육의 대부라는 조지프 렌줄리(Joseph Renzulli) 박사가 그녀를 일컬어 21세기 영재형 인간으로 소개한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닙니다. 빈틈 없는 과학지식과 시적언어로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켜 독성 살충제 DDT 사용을 중지시키고, 카슨의 그림자임을 자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환경부를 탄생시킨 그녀야말로 자신의 영재성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한 진정한 영재일 것입니다.

참, 왜 ‘침묵의 봄’이냐구요?
하늘에서는 대량으로 살충제가 뿌려지고, 이로 인해, 곤충이 죽고 새가 죽고, 그나마 살아남은 놈들도 먹이사슬을 통해 서서히 독성 물질이 농축되어 죽어가고...
이로 인해, 봄이 오면 응당 함께 있어야 할 새가 사라졌으니 봄이 침묵할 수밖에요...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오고, 가을 밤에 우렁차게 울어대는 귀뚜라미도 돌아오고, 시장에서 산 채소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그런 날이 다시 돌아오기는 하는 것일까요?
고요한 새벽, 귀뚜라미가 살지 못하는 곳이라면 사람조차도 살지 못하는 곳이 아니겠냐는 이선관 시인의 탄식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
1) 엔디브, 엔다이브, 앙디브라고도 합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아직 표준어로 정해질만큼 두루두루 쓰이는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글을 보니 영어로 치커리라고 한다는 사람이 있고, 누구는 치커리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다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영어 사전을 찾아보니 우리말로 ‘꽃상추’라고 번역되어 있으며 미국에서는 치커리(chicory)의 어린 잎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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