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쇼크
한스 울리히 그림 외 지음, 도현정 옮김, 유태우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광동제약의 비타500이 월 매출액에서 사상 처음으로 박카스를 앞질렀습니다. 식품류에 가까운 비타500과 의약품류에 가까운 박카스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어쨋든 일반인들은 둘 다 약품이라기 보다는 건강 보조 음료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꽤 의미있는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바야흐로 비타민의 시대입니다. 쏘시지나 햄, 과자에 천연 식품보다 더 많은 비타민이 들어 있습니다. 주스에도 비타민이 강화되어 있습니다. 천연 주스에 합성 비타민을 첨가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비타민 하루 권장량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비타민 C 하루 권장량은 70mg인데 비타500 작은 병(100g) 하나에만 700mg의 비타민 C가 들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일일 권장량의 10배입니다. 레몬 20개, 사과 25개, 귤 15개에 해당되는 양이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TV 프로그램 중에는 '비타민'이라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건강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입니다.

과하면 항상 부작용이 따르는 법입니다. 비타민 열풍의 시대에 <비타민 쇼크>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하루 한 알! 당신이 먹고 있는 비타민을 의심하라!"고 말합니다.
독일인이 쓰고 우리나라 유태우 박사가 감수한 이 책은, 비타민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보조제라는 것과 비타민 결핍을 강조하는 문구는 비타민 제조 회사의 판매 전술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식품 첨가물로 사용되는 비타민으로 인해 과자 몇 봉지만 먹어도 비타민 A, B, C의 하루 필요량이 충족되는 이상 시대에, 비타민 과다 복용의 폐해를 말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식품에도, 화장품에도 합성 비타민이 첨가되고 있는 현실, 비타민은 결핍보다 과잉 사용이 오히려 문제라고 말합니다. 합성 비타민은 식품을 통해 섭취되는 천연 비타민과는 달리 특정 성분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연 상태의 음식에 포함된 영양소의 상호 작용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영양소만 선별하여 섭취하는 것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예로 비타민 과다 복용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용성 비타민인 A,D,E 그리고 베타카로틴 과다 복용의 부작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상식이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수용성인 비타민 C를 과다복용한 임산부에게서 오히려 비타민 C가 결핍된 아기가 태어나는 사례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런 사례를 통해 '과유불급'의 폐해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합성 비타민의 제조 과정을 보면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에서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대량 생산을 위해 박테아균, 곰팡이, 개구리, 그 밖의 썩은 동물 시체가 원료료 사용되거나 유전 공학(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고 있다고 고발합니다.
따라서 비타민은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통해 - 유기농이면 더욱 좋고 - 자연스럽게 섭취해야 하며,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저도 비타민을 즐겨 먹는 편입니다. 사무실 책상에 종합 비타민제와 고함량 비타민 C가 있습니다. 물론 '저렴한' 합성 비타민제입니다. 잦은 외식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채식 식단을 거의 접하기 힘들어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이왕재 박사의 비타민 C 예찬론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요즘은 먹는 횟수가 뜸한데, 게을러서 자꾸 잊어버려서 그런 것이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런 와중에 우연히 <비타민 쇼크>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이미 위에서 언급했듯이 제약사의 상술에 필요 이상의 비타민을 섭취하고 있으며, 건강 트렌드에 편승하여 과도하게 합성 비타민이 식품 첨가제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책입니다. 나름대로의 문제 의식에 공감하여 책을 구해 읽었습니다.

결론은, '쇼크'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지용성 비타민의 과다 복용은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은 원래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 정도는 알아서, 또는 몰라도 종합 비타민제를 두 세 종류 먹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너도 나도 먹는 비타민 C일텐데요, 그래서 제 관심사는 수용성 비타민, 특히 비타민 C를 많이 복용했을 때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비타민 C 예찬론자인 이왕재 박사는 하루 7~10g, 즉 7,000~10,000mg의 비타민 C를 벌써 십 수년 째 복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약회사에서도 마케팅 차원에서 이 분의 말을 자주 인용하고, 저 역시 이 박사의 사이트(http://doctorvitamin-c.co.kr/)를 보고 1,000mg 백색 비타민 C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비타민 C를 과다복용한 임산부 2명이 비타민 C 의존성 유아를 출산했다는 보고를 인용합니다. 산모가 비타민 C를 많이 복용하여 흡수되지 못한 비타민 C가 체외로 계속 방출됐는데, 이로 인해 뱃속의 아이는 선천적으로 비타민 C를 무조건 배출하는 괴혈병에 걸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이 나오기 전에도 비타민 C 복용에 따른 비타민 C 의존성 유아 출산에 대해 어떤 사람이 이왕재 박사에게 질문한 것이 있는데, 이 박사는 다음과 같이 답변을 했습니다.

비타민 C는 외부에서 주기적으로 복용하지 않으면 죽습니다. 간단한 영양제 정도로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그렇게 쉽사리 의존성이 생기는 물질이 아닙니다. 예컨대 밥을 늘 먹으면 밥에 의존성이 생깁니까 ? 밥을 안 먹으면 죽기 때문에 계속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의존성이라는 이야기는 언젠가부터 안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신다는 증거인데 비타민 C를 복용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시는 순간부터 죽음이 눈앞에 오게됨을 잊으시면 안됩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임산부의 비타민 C 복용에 대해 많은 글이 올라가 있고 아울러 이미 많은 임산부들이 비타민 C를 복용하시며 태아와 산모의 건강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물론 비타민 C를 복용하지 않으면 그 순간부터 죽음이 눈앞에 오게된다는, 좀 과하다 싶은 말을 하긴 하지만, 위 답변을 토대로 생각하면, 책에서 인용한 두 건의 사례는 무언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물론 이 박사 - 이 분의 비타민 C 예찬은 거의 종교적 믿음에 가깝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박사의 글에서 자주 인용하는 라이너스 폴링 박사(노벨상 2회 수상)도 하루 12g의 비타민 C를 꾸준히 복용했음에도 결국은 암으로 죽었습니다.)

의학 전공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따로 연구한 것도 아니고 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는 힘들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사 놓은 비타민 C는 계속 복용한다. 가능하면 꾸준히 복용할 것이다. 다행히 가격도 무척 싸다. 그것이 설사 위약 효과라 해도 부작용이 거의 없으니 상관 없다.
사 놓은 종합 비타민제도 먹는다. 그걸 다 먹고 나서 '여유가 있으면' 사고 그렇지 않으면 굳이 안 사도 상관 없다.
대신 매일 아침 야채를 충분히 먹는다. 주말농장에 더 신경을 써서 무공해 야채를 최대한 자급자족한다.

건강한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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