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시민 불복종 세계를 뒤흔든 선언 3
앤드류 커크 지음, 유강은 옮김 / 그린비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너희는 조금씩 갉아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 아-아- 무리의 길은 힘찬 단결투쟁뿐이다."
"다시 한 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하네 (반란이) 청송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하네."

혹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앞의 노래는 김호철이 작사 작곡한 '단결투쟁가'이고, 뒤의 노래는 김남주의 시에 누군가가 곡을 붙인 '죽창가'입니다.

"이제까지 사회의 모든 역사는 계급 투쟁이 역사이다. (...)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유명한 〈공산당 선언〉의 처음과 끝입니다.

이러한 선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 불복종〉은 그저 그런 소시민적인 외침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이제서야 처음으로 〈시민 불복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이 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망설였습니다. 이미 150여 년 전에 씌여진, 그 당시에는 어떤 이의 주목도 받지 못했던 이 글을, 지금 내가 읽으며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무엇을 '느껴야' 하다니요!!!  
소로의 독백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을 만큼 저의 감각은 무디어져 있었습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많이 바뀐 듯 하지만, 시간이 흘러 21세기의 지금 세계는,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는 없는 듯 보입니다.
"단 한 명이라도 부당하게 감옥에 가두는 정부 밑에서, 정의로운 사람이 있을 곳은 역시 감옥뿐이다"라는 소로의 말은, 어쩌면 인류가 존재하는한 다른 누군가에 의해 영원히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선언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글로 정리할 수 없는 혼란함에,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제 자신을 원망합니다.
이미 새로운 사회를 향한 긴장을 상실한 이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 글을 쓰려했는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심지어는 자유의 문제를 자유무역의 문제 뒷전으로 밀어 버린 채, 저녁을 먹고 나서 조용히 물가 시세표와 최근 멕시코 전쟁 소식을 나란히 읽고나서 필시 거기에 머리를 처박고 잠에 빠지는 것이다."

마치 어디선가 지금의 제 모습을 보며 내뱉은 일갈一喝 같습니다.

*
혼란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서평같지도 않은 서평을 써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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