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에게 묻고 싶은 인간과 삶에 관한 질문들
존 폴킹혼 외 지음, 강윤재 옮김 / 황금부엉이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신은 존재하는가?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시간이란 무엇인가? 의식이란 무엇인가? 사고란 무엇인가? 꿈이란 무엇인가? 지능이란 무엇인가? 언어는 어떻게 진화했는가? 우리를 만드는 것은 유전인가, 환경인가? 남성과 여성은 어떻게 다른가? 무엇이 사랑에 빠지게 하고, 사랑에서 멀어지게 하는가? 무엇이 공격성을 유발하는가? 자연에 대한 개입은 옳은 일인가? 질병을 없앨 수 있을까? 우리는 통중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기아를 없앨 수 있을까? 우리는 계속 진화하고 있는가? 다른 행성에도 생명이 있을까? 세상은 어떻게 종말을 맞을까? 생명의 목적은 무엇인가?

헉헉 ;-.-;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를 말하기에도 숨이 벅찹니다.
여하튼, 위와 같은 질문들 중 한 두가지 -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면 거의 모든 질문들을 한번쯤은 해봤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철학적 물음일 수도 있고 단순한 호기심 차원의 물음일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이 모든 물음에 대해 각각의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입을 빌리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무언가 '해답' 가까운 것을 제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그러나 책을 구석구석 조목조목 완전히 뜯어 읽어보아도, 답은 없습니다. 이 책은 스무 가지 큰 질문들에 대한 해답서가 아닌, 그 문제들이 어떻게 일정한 과정을 거쳐 해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단순히 불확실함을 증명하는 과정이 아니라, 해답에 이르는 길이 비록 멀기는 하지만 가능한 일이라는 과학적 확신을 가지는 과정입니다. 불가지론이 아닌 세상을 인식 가능한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데서 철학적 낙관주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책을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질문 자체가 굉장히 무거운 것도 있지만 과학자들의 설명 하나하나를 모두 이해하기란 - 비록 그들 입장에서 이 글을 최대한 쉽게 썼다고 하더라도 - 과학의 문외한인 제게는 처음부터 무리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무 개의 주제를 책 한 권에 넣었으니 각각의 주제마다 그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각 주제마다 저널리스트의 개괄적 설명과 해당 분야 전문가의 글을 동시에 싣고 있어서 읽기의 지루함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무리라고 말한 것은, 책 읽기의 지루함이 아니라 제 지식의 폭과 깊이에 대한 한탄의 의미입니다.
힘들었던 만큼, 한편으로는 매우 흥미진진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부터 시작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지하철에서, 화장실에서, 회사에서 한 꼭지 한 꼭지 읽으면서 오랜만에 '지적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곳에 밑줄을 그어가면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눈사람을 조금씩 불려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참, 제가 국어·논술 관련 업체에 있다가 보니 드는 생각인데, 이 책의 주제와 논리 전개 방식으로 볼 때, 고등학생의 논술 배경 지식 습득에 꽤 유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학적 물음에 대한 과학적 대답이니만큼, 관련 분야의 논리를 전개하는 데에 꽤 유용한 배경 지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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