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못자국_박소유배색 잘 된 일상이 나란히 걸린평온한 벽이 되었을 때도 있었지.사랑, 추억, 지나면 그리움이 되는때묻은 통속우울한 날쉽게 걸쳐 입고 나서는부끄럼 모르는 내가견딜 수 없어뽑아 낸 깊은 벽의 상처내 것이 될 줄도 모르고단단히 쳐 놓았던 푸른 절망
빗소리_박건호빗소리를 듣는다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환히 열리는 문이 있다산만하게 살아온 내 인생을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현실의 꿈도 아닌 진공상태가 되어빗소리를 듣는다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얼마나 반가운 일이냐눈을 감으면 넓어지는세계의 끝을 내가 간다귓 속에서 노래가 되기도 하는 빗소리이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빗소리를 듣는다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서울역에 닿자 친구들, 기다린다. 길을 헤매다 먹는 점심, 음식은 혀로 먹는 것이 아니구나 벗으로 사람으로 먹는 것이구나 입맛이 없다던 내가 거기 없다 골목골목 속에 히든 갤러리 친구의 전시회, 심소心素 벗의 마음이 단정히 걸려 있다 그 마음 사이에 앉아 깔깔댄다 웃음의 절반은 열 아홉 그때의 재잘거림 인사동 거리에 손을 잡고 가는 연인들 사랑하는 것들은 사랑스럽기도 하지
자살_류시화눈을 깜박이는 것마저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 때가 있었다때론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자살을 꿈꾸곤 했다 한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내가 남을 버리는 것보다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나무가 흙 위에 쓰러지듯그렇게 쓰러지고 싶었다그러나 나는 아직 당신 앞에서한 그루 나무처럼 서있다
사람들이 진짜 목소리를 사용하지 않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자신의 힘에서 달아나기 위해서다. 원래대로 강하게 살아간다는 것, 자신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에는 뭔가 무시무시한 면이 있다. 그것은 훨씬 더 큰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뜻이다.-p.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