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못자국
_박소유

배색 잘 된 일상이 나란히 걸린
평온한 벽이 되었을 때도 있었지.
사랑, 추억, 지나면 그리움이 되는
때묻은 통속
우울한 날
쉽게 걸쳐 입고 나서는
부끄럼 모르는 내가
견딜 수 없어
뽑아 낸 깊은 벽의 상처
내 것이 될 줄도 모르고
단단히 쳐 놓았던 푸른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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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_박건호

빗소리를 듣는다
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
환히 열리는 문이 있다
산만하게 살아온 내 인생을
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
현실의 꿈도 아닌 진공상태가 되어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눈을 감으면 넓어지는
세계의 끝을 내가 간다
귓 속에서 노래가 되기도 하는 빗소리
이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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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 닿자 친구들, 기다린다.
길을 헤매다 먹는 점심,
음식은 혀로 먹는 것이 아니구나
벗으로 사람으로 먹는 것이구나
입맛이 없다던 내가 거기 없다

골목골목 속에 히든 갤러리
친구의 전시회, 심소心素
벗의 마음이 단정히 걸려 있다
그 마음 사이에 앉아 깔깔댄다
웃음의 절반은 열 아홉 그때의 재잘거림

인사동 거리에 손을 잡고 가는 연인들
사랑하는 것들은 사랑스럽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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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8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28 15: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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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_류시화


눈을 깜박이는 것마저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 때가 있었다

때론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
자살을 꿈꾸곤 했다 

한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
내가 남을 버리는 것보다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무가 흙 위에 쓰러지듯
그렇게 쓰러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당신 앞에서
한 그루 나무처럼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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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글쓰기 - 옥스퍼드 대학이 출간한 글쓰기 바이블
피터 엘보 지음, 김우열 옮김 / 토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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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진짜 목소리를 사용하지 않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자신의 힘에서 달아나기 위해서다. 원래대로 강하게 살아간다는 것, 자신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에는 뭔가 무시무시한 면이 있다. 그것은 훨씬 더 큰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뜻이다.-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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