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좌선을 거른 지 좀 되었다 싶어 좌복을 깔고 앉았더니 기침이 좀 난다. 따뜻한 걸 마실 생각으로 거실로 나왔더니 하늘, 구름이 보인다. 마실 것은 잊고 거실에 앉는다. 가만히 본다, 구름. 천천히 움직이는 구름들. 저기 저렇게 있는데, 저기 가면 안개처럼 느껴지겠지. 헤세...구름을 사랑했던 사람. "구름을 나보다 잘 알고, 나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알려다오"라고 했던 페터가 떠오른다. 헤세의 [페터 카멘치트]...지금 내겐 그 책이 없군. 페터의 구름 예찬이 듣고 싶어진다. 아니, 이렇게 구름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해.
가만히 본다. 가만히 보는 것은 얼마나 미세한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냐. 구름이 움직인다.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움직인다. 흰 빛이었다가 검은 빛으로, 위는 희고 아래는 검게...조금도 가만 있지 않고 조금씩 움직인다. 숨쉬는 것만 같아. 햇살 때문에 조금 윗쪽의 구름들이 빛을 내기 시작한다. 저 구름들이 사라질 때까지 이렇게 앉아 하루를 보낼 수도 있겠다.
안녕, 구름들. 그러나 구름은 날 쳐다 보지 않는다. 그런 무심함이 좋아. 무심해도 구름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될 것 같아. 가만히 가만히 보는 구름에게서 신성을 느껴. 모든 것들에게 그것이 있다더니 가만히 보지 않아서 보지 못했던 걸까? 구름. 구름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