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는 기침이 지나쳤다.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쏟아졌다. 신랑이 가져온 약이 독한가 보다. 약을 먹었더니 조용해졌다. 이제 생강차 대신 쑥차를 마신다. 지나친 기침 탓에 몸에 힘이 좀 없다. 거실에 비스듬이 눕는다. 햇살이 길게 늘어져 거실에 가득 찬다. 큰언니가 포항에서 2층에 전세를 살던 집은 옥상 가득 햇살이 들었다. 언니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나서 아이의 신발이 옥상 마당에 굴러 다니는 걸 보면서 이 행복이, 평온이 깨어질까봐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문득 그 말이 떠오른다. 평온, 평온하다, 지금.
이렇게 햇살과 함께 늘어져 베란다의 나무와 그 너머의 산을 본다. 집을 참 잘 구하였다. 아무 두려움 없이, 조건 없이, 의미 따윈 생각지도 않고 아무 때고 사랑해,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사랑해.
베란다로 나가 아래를 보니 아이들이 작은 놀이터에서 뛰어 놀고 있다. 놀이터에는 큰 물고기 그림이 그려져 있다. 눈을 조금만 들면 공사장이다. 늘 시끄럽다고만 했었는데 포크레인과 굴착기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니 생각보다 재미있다. 앞 도로로 경찰차가 천천히 모퉁이를 돈다. 어린 남자 애기들은 어쩌다 포크레인이나 경찰차 같은 장난감들을 좋아하게 된 걸까?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말이다. 잠시 아이가 되어 볼까?
아, 햇살이 깊이 들어온 것은 이제 이별할 때라는 것이군. 안녕, 햇살.
쑥차향이 좋다. 한번 더 우려도 되겠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