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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x자가 들어간 걸 보면 추리소설인가? 무슨 종류의 소설인지 모르지만 내가 읽는 속도로 봐선 추리소설이다. 32편의 마이리뷰가 있다. 이달에 나온 책인데 인기가 좋은 책인가 보다. 리뷰를 안 쓰려다가 달팽이님이 어느 댓글에 적은 불협화음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한 여자가 있다. 전남편이 괴롭힌다. 전남편을 죽인다. 옆집 남자가 나타나 살인사건을 은폐해 준다. 옆집 남자(수학 선생)와 그 친구(물리 교수)의 두뇌싸움 같은 인상을 주는 장면들이 나타난다. 아마 그 장면들이 이 책의 재미이리라. 그러나 나는 한 여자와 옆집 남자 이야기만 하련다.
옆집 남자는 그 여자를 사랑한다. 희생과 헌신을 통해서라도, 공범이 되어서라도, 아니 그 이상이 되어서라도 그 여자를 보호하고 싶다. 그 여자도 자신에게 고마워하는 것 같다. 기분이 좋다. 무언가를 바라는 건 아니다. 그저 그 여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자신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러나 그 여자는 생각한다. 저 남자는 나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를 도왔다. 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걸 싫어할 것이다. 살인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나는 남자를 만나면 안 되는 건 아닌가? 그건 전남편에서 옆집 남자로, 사람만 달라졌지 구속은 똑같다. 고맙기는 하지만 옆집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가 이 사건으로 나를 구속할까 두렵다.
이런 옆집 남자의 마음과 모든 의도를 간파한 물리학자 친구는 왜 친구의 의도대로 모른 척 해주지 못했을까? 그 여자에게 옆집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그 여자가 마지막에 그를 찾아간 것은 옆집 남자를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너무 큰 빚이었기 때문이다. 애정 때문은 아니었다. 그 빚을 지고도 살아가려 했으나 딸이 먼저 무거워 쓰러지려고 해서 하는수없이 간 것이다.
한 인간의 사랑-그것이 어떤 류의 것이든-이 다른 인간에게 가 닿았을 때 허무하게 부서지는 걸 보는 것 같다. 그 여자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그 남자가 과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이런 관계는 바짝 조아서 소리가 지나치게 긴장되어 있는 악기 같다. 조금만 잘못 연주하면 줄이 탱-하고 끊어질 것만 같은.
이들이 어떻게 해야 좋은 화음을 내겠는가 하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불협화음이란 단어가 이 글을 읽힌 후 꽂혀서 그 두 사람을 클로즈업해 주었을 뿐이다. 쓰고나니 이 책의 리뷰로 어울리지 않는 글이다. 언제 어울리는 글만 썼던가. 오랜만에 읽는 추리소설이었다. 조금 재미있고, 조금 씁쓸하고, 조금 황당했다. 그리고 나는 옆집 남자가 어떻게 사건을 은폐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