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처럼 기도하라
제임스 멀홀랜드 지음, 강주헌 옮김 / 엔크리스토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한 목사님이 달러에는 "We trust God"라는 말이 적혀 있어서 세계적으로 힘 있는 화폐가 되었다고 하시면서 우리 나라의 10원 짜리에는 다보탑이 있어서 떨어뜨려도 줍지 않는 돈이 되었다고 하시는 말을 들었다. 목사님은 우리 나라 돈에도 저런 구절을 넣어야 한다고도 하셨다. 농담이시겠지, 그러나 방송될 줄 알고 있는 연설에서 하시기엔 좀...이라고 생각했다. 그 목사님은 내 몸이 좋지 않을 때 문제가 있으면 기도하라 고 하신 분이셨다. 그 때문에 금강경을 읽기 시작했으므로 그 목사님의 말씀을 유심히 듣게 되었다. 듣다 보니 정말 그랬다.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기도하라고 하신다. 심지어 목사님의 머리가 자꾸 빠지는 듯해서 하나님께 머리 좀 빠지지 않게 해 달라고도 기도하셨다고 한다. 친구가 아는 할머니는 손자 키가 180을 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하신다고 하더니... 닮았다.

 

빚에 시달리는 가난한 여인이 우리 나라 초대형 교회에 질문을 했다. 제가 이 지경인데 십일조를 해야만 합니까? 빚만이라도 좀 청산되고나서 하면 안 될까요? 교회의 대답은 대충 이랬다. 환난중에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면 사는 것이 더 복되다, 어려운 가운데 십일조를 내서 성공한 사람의 책이 있다, 그 책 제목은 이러하니 읽어봐라, 하는 것이었다. 똑같은 질문에 한 신부님이 하느님은 물질만을 보시지 않습니다. 성의껏 하시고 오히려 마음을 다해 주님과 교통하십시오, 하는 대답을 들은 적도 있다. 어떤 대답이 옳은 것인지 모르지만 주님과 교통하면서 스스로 응답받으라는 그 대답이 진실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복에 복을 더해달라는 야베스의 기도를 비판하면서 예수가 직접 가르쳐주신 주기도문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어떤 복을 말하는가? 기독교 방송을 보고 있으면 그 복이 무슨 복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믿음 좋은 사람의 끝은 물질적인 부와 세상의 명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기독교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목사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지만 왜 물질적으로 봤을 때 세상에서 가난한 삶을 살았던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이렇게 큰 교회와 많은 축복을 손을 내밀어 바라게 되었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축복의 근거는 거의 모두 구약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전에 성경을 읽은 적이 있는데 구약의 하느님과 신약의 예수님이 무척 다르게 느껴졌다. 구약의 하느님이 약속하신 축복은 더 많은 부와 자손들, 물리적인 땅, 전쟁에서의 승리처럼 보였다. 그러나 예수의 축복은 그저 내 기쁨이 넘쳐 너희에게 주거나 서로 사랑하라거나 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네가 가진 재산을 모두 팔아 나를 따르라고까지 했다. 내 이해가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 역시 아브라함처럼, 다윗처럼, 야베스처럼 기도하라고 하지 않고, 예수님처럼 기도하라고 한다.

 

그런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결국 기도의 핵심은 나와 탐욕을 버리라는 것에 귀결된다. 에고는 기도할 때조차 내가 기도한다, 내가 기도해서 응답받았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한다, 내가 이렇게 많이 헌금한다, 내가, 내가...라고 소리친다. 그러니 더 내놓아라, 이런 기도는 귀먹은 기도다. 소리칠 뿐이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기도는 인과응보가 아니다. 은총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누가 17:20-21)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의 나라에 입성하는 것이다. 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에 가득찬 샘솟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그래서 너희는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먼저 구하라고 하신 것이다. 저자는 하나님의 뜻을 나눔으로 보고 있다. 평등으로 보고 있다. 탐욕을 버리고 나누어라, 주님이 하신 것처럼 용서하라는 말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 예수의 기도를 마쳤을 때 하는 아멘 이라는 말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누겠습니다, 용서하겠습니다, 주님의 뜻대로 살겠습니다, 그렇게 하고 말고요, 하는 다짐이라고 한다. 기도는 얼마나 간편한가, 방에 가만히 앉아 중얼거린다. 그러나 아멘 이라고 하는 순간 방문이 열린다. 나가서 주님의 뜻대로 행할 때 기도가 성취된다.

 

더 갖고 싶다, 더 좋은 평판을 얻고 싶다, 시험에 합격하고 싶다, 건강해지고 싶다...이런 것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하고 있는 것들이다. 아플 때, 굶주릴 때 그냥 나온다. 그런데 아프지도 않고 굶주리지 않아도 자꾸만 하는 기도들..오히려 찰싹 달라붙은 이런 것들을 좀 떼놓고 싶지 않은가. 마음대로 안 되어서 그렇지. 마음대로 안 되니 기도하고 수행하는 게 아닐까. 암벽등반을 한 적이 있다. 바위 틈의 홈을 보면 저기에 발을 넣으면 안전할거야 하는 생각이 들어 발을 깊숙이 넣으면 이상하게 온 몸이 그 틈 속으로 들어가서 곤란한 지경을 맞게 된다. 암벽과 몸은 밀착되면 안 된다. 손과 발만 닿으면 된다. 험난한 세상, 탐욕 없이 어찌 살겠나 싶지만 그 욕심에 밀착하면 밀착할수록 어쩔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온몸을 암벽에 착 달라붙게 해봐야 한발자국도 옮기지 못하고 절벽에 매달려만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되듯. 암벽등반은 위험하다. 그래서 익힌다. 몸에 익힌다. 마음에 익혀야 할 것이 무엇인지 탐욕을 향한 기도를 통해 본다.  

감명 깊게 읽지는 않았다. 평범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고, 여기에 대해 이렇게 할 말이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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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8-30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종교의 기도가 자신의 마음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외부의 신이나 복에 의지하는 것은 그 방향이 잘못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도할 때는 오직 기도 뿐이어야 하고...
밥먹을 때는 오직 먹을 뿐이어야 하고...
시련에 대해서는 오직 그 시련이 나에게 어떻게 와서 가는지를 지켜보아야 할 따름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이 어떻게 기도했는가?
아버지 하느님의 마음으로 온통 자신을 비워냈을 것입니다.
그 마음으로 기도하면
그 기도가 나를 우주의 지휘자와 연결해줄 것이겠지요..

이누아 2006-08-3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우주의 지휘자와 연결되는 날, 그 지휘를 따라 연주나 노래를 하시겠지요. 잊지 말고 제게도 노래를 불러 주세요. 히,

글샘 2007-01-27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는 기도할 때조차 내가 기도한다, 내가 기도해서 응답받았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한다, 내가 이렇게 많이 헌금한다, 내가, 내가...라고 소리친다. 그러니 더 내놓아라, 이런 기도는 귀먹은 기도다. 소리칠 뿐이다.
기복은 수행은 안 될 거란 생각을 합니다. 귀먹은 기도가 아닌, 혜안을 가진 기도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해야겠지요. 성경이든, 금강경이든 뗏목을 부여안고...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