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 조계종 수행의 길
대한불교조계종교육원 엮음 / 대한불교조계종교육원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조계종은 선종을 표방한다. 선종은 참선을 주로 하는 종파이고, 그 참선 중에서 조계종은 화두참선을 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경허 선사로부터 지금에 이르는 선풍은 자세히 말로 가르쳐주고, 자상하게 일러주는 전통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러한 자상함은 알음알이를 키우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늘 알 수 없는 선문답이 오고가는 것이야말로 이 가문의 특징이었다. 지금도 법문을 들으면 우선 주장자 한번 내리치고 숱한 선종의 일화들로 내용을 가득 채우는 스님들이 계신다. 그렇게 알 수 없는 말을 끈질기게 앉아 듣기가 쉬운 일이 아닌 듯, 어르신들 말씀대로 젊은이들이 위빠사나나 다른 현대 명상을 찾아 떠난다. 그 때문일까, 요즘 참선에 대한 학술적인 모임이나 간화선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법문들이 종종 눈에 띈다. 아마도 이 책도 그런 일환으로 지어진 것일 것이다.

화두 하나 줄테니 그냥 한 마음으로 자나깨나 그것만 생각하고, 의심하거라 하고 던져둘 수 있었던 것은 스승이 곁에 있고, 인가를 해줄 선지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까이 스승을 모실 수 있는 환경이 수행자 집단에서조차 쉽지 않은 터라 자신이 바르게 수행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생겼는지 모른다. 책은 간화선의 역사적 배경부터 실제로 화두를 어떻게 참구해야 하는지, 삼매나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할 때 어떻게 점검해야 하는가 등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두었다. 조금이라도 간화선 수행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궁금해할 만한 내용에 대해 잘 정리되어 있다.  

특별히 기억나는 이야기는 참선수행을 할 때의 열 가지 병통에 대한 부분이다. 그 가운데 마지막 열 번째의 병통은 "마음을 가지고 깨달음을 기다리지 말라"는 부분. 수행을 할 때 간절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수행하는 중에 깨달음을 헤아리면서 그것을 기다린다면 무수 겁 동안 수행하더라도 결코 깨달을 수 없다. 대해 선사는 이에 대해 전도된 생각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알음알이의 장애를 받았다고 스스로 말하는 것과 스스로 깨치지 못했다고 말하여 달게 미혹한 사람이 되는 것과 미혹한 가운데서 의도된 마음을 가지고 깨닫기를 기다리는 것"(p.258)이라고.

의도하는 마음 없이 무엇에 간절해지고, 간절한 무엇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간절함에는 어떤 심각성이 있어야 한다고 여겼던가...하고 싶지 않은 일이 생기면 수행이라 여기자 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수행은 하기 싫은 일을 불평없이 하는 것인가. 무의식중에 수행은 불편하지만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지는 않았는가. 무상하고 닥치는 삶의 고단함에서 헐떡이고 싶지 않아서 겨우 열어제치는 창문...왜? 내 수행에는 즐거움이 빠져 있는가. 물론 어떨 땐 환희에 차기도 하지만 대체로 꾸역꾸역 먹는 약 같지는 않았는지...간혹 어두운 심각함 속에 놓여 있는 것은 깨닫고자 하는 그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는...뭔가를 기대하거나 뭔가에 기대려하지 않는 수행. 수행이라 할 것도 없는 즐거움. 그런데도 자신을 던질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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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2-24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나 아무때나 화두를 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같이 곤이지지한 사람들은 옆에 훌륭한 스승이 있어서 이끌어줄 때에라야 화두가 들리는 법이죠.
한 때 화두를 들고 있다가 머리로 기가 쏠려 토할 것 같은 나날들을 몇 일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이미 그 때에는 공부한다는 욕심이 앞섰던 것이지요.
스즈끼 순류 선사의 '선심초심'이란 책을 보면서
공부는 한다는 생각도 없이 하는 것이라는 말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는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 스스로 되어지게 해야지 억지로 욕심이 앞서면 대체로 머리로 기가 몰리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가 잘 될때에는 한다는 생각 한 점없이 그저 되어지니까요.
참스승의 바른 가르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과정에 조그만 이상현상에 현혹되지 않고 공부하기 위해선 끝없이 모르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책이 나오게 된 것도 저같이 사회생활에 몸을 둔 일반인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놓아버려라는 선승들의 말씀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세세생생 선지식만나 마음 더욱 밝아져 부처님 전에 복많이 짓기를 발원합니다.

이누아 2006-02-26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3때 공부한다는 생각도 없이 공부했습니다. 그게 공부인 줄 몰랐으니까요. 내내 왜 나는 내 주인이 아닌가 하는 것으로 온몸을 채우고 다녔습니다. 스승이 없었던 탓에 신경성 두통이라는 병명으로 1년을 아파 지냈습니다. 바른 가르침이 절실합니다. 지금도 때로 머리에서 피고름이 터집니다. 열심히도 하지 않고 욕심만 가득차서 머리가 터져 나오나 봅니다. 괜히 머리통에게 분풀이하지 않고, 목마르지 않아도 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 어린왕자처럼 가만히, 천천히 걸어보렵니다. 님의 발원에 합장하고,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