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 끝났을 때

                                                              -메리 올리버

 

죽음이 찾아올 때

가을의 배고픈 곰처럼

죽음이 찾아와 지갑에서 반짝이는 동전들을 꺼내

나를 사고, 그 지갑을 닫을 때

 

나는 호기심과 경이로움에 차서

그 문으로 들어가리라.

그곳은 어떤 곳일까, 그 어둠의 오두막은.

 

그리고 주위 모든 것을 형제자매처럼 바라보리라.

각각의 생명을 하나의 꽃처럼

들에 핀 야생화처럼 모두 같으면서 서로 다른.

 

생이 끝났을 때 나는 말하고 싶다.

내 생애 동안 나는 경이로움과 결혼한 신부였다고.

세상을 두 팔에 안은 신랑이었다고.

단지 이 세상을 방문한 것으로

생을 마치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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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24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암으로 투병 중이신 분을 만났는데, 2년 째, 꿋꿋이 잘 버티고 계십니다. 혼자 있을 때 돌아가신 후의 그 분을 곰곰 생각해 보니까, 엄청 슬펐다가도 금방 잊혀질 것만 같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될 거 같구요. 차라리,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요즘 제겐..세상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이거든요.

으흑..첫 문장 읽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저게 뭐랍니까. 꾸벅꾸벅 졸면서 쓴 티가 확~ 나서 수정하다, 에라이~ 모르겠다..숨겨야겠어요. 이구구구구..

이누아 2005-08-23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은 꿈 속에서조차 최선을 다하지 않습니까?"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어떤 인도왕이 자신의 전생이 개미였음을 알고 출가하려 하자 수행자가 이 말을 하며, 먼저 왕으로서의 최선을 다해보라고 권합니다. 제가 갑자기 왜 이 말을 하죠? 그냥 갑자기 이 말이 생각이 났어요. 생각나는 대로 주절주절...

이누아 2005-08-24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숨기신 분, 댓글 썼다가 숨기시면 그 아래에 댓글 쓴 저는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와 이야기하거나 혼잣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쑥스럽군요.

비로그인 2005-08-24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겠어요, 이누아님! 저두 함 최선을 다해 보죠, 뭐..고까이꺼! 고마워요~
글구 숨긴 거 다시 내놓습니다..뿌시럭뿌시럭~

이누아 2005-08-25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뿌시럭뿌시럭!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