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요리법 - 행복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마티유 리카르 지음, 백선희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라는 부제가 시선을 끌었다. 행복하게 존재하지 않느니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말로 보였다.

행복...어떤 친구는 행복한 사람은 행복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불행한 이들의 말이라고. 그럴까? 아니다. 건강을 잃은 사람이 건강에 대해 동경하고 집착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건강한 사람이, 혹은 건강을 유지하려는 사람이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장기적으로 매우 적절한 일이다. 한 가수는 공연 이야기만 해서 왕따를 당한다고 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추구해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 친구는 아마 행복이 어떤 이상적인 상태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행복은 땅에 심고 거름을 주는 감자처럼 가꾸는 것이라고 한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 고전적인 질문에 대해 나는 평온이라고 답한다. 혹은 기쁨이나 즐거움으로 답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어쨌든 그것은 좋은 느낌을 주는 단어다. 그러나 혼자만 평온하고 혼자만 기쁜 것이 가능할까?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프란치스코]에서 프란치스코는 어떤 이들이 천국에 있으면서 자신의 이웃이 지옥에 있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 한다면 그들이 천국에 있을 자격이 있는가 하고 의심한다. 아마도 지옥에 있는 이웃을 자신이 있는 평안한 곳으로 이끌고자 애쓸 것이다. 범위를 좁혀보자.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아프거나 시험에 떨어졌는데 자신이 카드놀이에 이겼다고 마냥 즐거워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 소식을 들었다면 카드놀이 자체를 그만둘 것이다. 범위를 넓혀 나가는 일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평온이나 기쁨이나 즐거움은 타인의 그것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내가 읽은 이 책은 자신의 평온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이며 그것을 유지하고 공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이다. 저자가 이타심을 강조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행복으로 가는 첫번째는 역시 자기 수행이다. "상처가 아물 때까지 숲 속에 몸을 숨기는 상처 입은 사슴처럼 은둔지의 조용한 고독 속에 머무를 필요가 있다... 은자가 명상에 헌신하는 것은 사회로부터 거부당한 처지이거나 명상하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들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선을 끌어내겠다는 생각으로 행복과 고통의 매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없다면 잠깐씩 짬을 내서나라도 고요한 가운데 머물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행복을 무엇이라고 하는가? 무지, 즉 고통의 완전한 해소를 수반하는 깨달음이라고 한다. "깨달음의 상태에 이르면 행복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절대적 진리의 관점에서 보면 행복도 고통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정이 필요하다. 책의 앞부분이 자아에 대한 확신이나 우울과 분노, 욕심, 복수나 증오 등의 감정들이 우리에게 어떤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 설명하는 데 할애되고 있는 점이 이것 때문이다. 행복이나 깨달음이 갑자기 결심한다고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이미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다 하더라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다면 익숙해지기 위해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행복해졌는가? 얼마간 그렇다. 행복이란 단어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 책에서 보여주는 불행해지기 위해 끙끙대는 어리석은 모습들을 반복하고 싶지가 않았다. 사실 어떤 실천 없이도 자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변화는 주어진다. 그러나 여전히 감정조차 제대로 조절되지 못한다. 어떤 때는 모든 것이 문제가 없다가도 금방 상황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저자는 자신의 변화를 점검하라고도 한다.

나는 스스로는 아주 조금 노력하고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무엇을 했다고 행복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건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매일 깨달음과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수행하지 않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꿈꾸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생각도 하지 않는다면 실천하기는 더 어렵지 않겠는가? 내 안에 불성과 깨달음과 행복이라는 것이 심겨져 있다. 감자처럼 가꾸지 않으면 그것들이 심겨져 있다는 사실조차 잊혀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아야지.

저자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태도와 방법을 보여주는 구절을 덧붙인다.

"세계관을 바꾼다고 해서 갑자기 천진한 낙천적 사고를 갖게 되는 것도 아니요, 역경을 보상해주는 인위적 만족감을 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혼란에서 비롯되는 욕구불만과 불만족이 우리 일상의 몫이 되는 한, 끊임없이 "나는 행복하다!"를 되풀이하는 것도 허물어진 벽을 다시 칠하는 것만큼이나 헛된 일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곧 인생을 '장밋빛'으로 보자는 얘기는 아니요, 세상의 궁핍과 고통에 대해 눈을 감자는 얘기도 아닌 것이다.

행복은 우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속시켜야 할 어떤 열광적 상태가 아니다. 다만 증오나 강박관념처럼 정신에 말 그대로 독이 되는 정신적 독소들이 제거된 상태일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이 기능하는 방식에 대해 좀더 이해가 깊어져야 할 것이며,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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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2-20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이누아님, 저..저..저널리스트 아니신가요? 아, 왜 글케 글을 잘 쓰신댜..너무 잘 쓰셔서 리뷰와 인용하신 인용문이 헷갈려버립니다. 문장이 정말 단정해요..보관함에 쏘옥~입니다..캬..이 주의 마이리뷰, 기대해봐도 좋겠어요!

2005-02-20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2-20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따라와서 잘 읽고 갑니다.^^

2005-02-21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리움같은그대 2005-05-04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이책 처음에 한번 읽고 좀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한번더 읽고 또 이해안되는 부분은 다시 읽고... 그랬는데 님처럼 이렇게 훌륭하게 이해는 되지 않았었는데... 님이 남기신 글 읽고 좀 더 이책에 대한 이해를 넓힐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 책 정말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계속 빌려보다가 이번 기회에 사고 싶은데 이해하는 게 시간이 걸리지만 정말 좋은 뜻을 답고 있는 책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