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선방 보살님의 어머님의 49재 중 마지막 재가 있었다. 일흔 넷인 보살님의 아흔 여덟의 친정 어머니. 아무리 호상이라도 아버지 돌아가신 때보다 몇 배는 더 슬프시다고 하셨다.

재는 봉화에 있는 축서사에서 행해졌다. 덕분에 아침 6시에 절에 모여 대절낸 봉고차를 타고 출발했다. 가는 중에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는 데도 사람들이 법당 가득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는 재에 참석한 이야기가 아니라 재에 참석하러 갔다 무여 스님을 친견한 이야기다.

재를 행하기 전에 무여 스님을 친견했다. 첫 말씀이

"살림살이나 다른 것은 조금 부족하거나 잘 못하더라도 공부는 처-얼저하고 화-악실하게 자-아-알 해야 합니다. 참선하는 사람은 정신 차려야 합니다. 항상 정신을 차려서 화두를 챙겨야 합니다. 정신 차려서 자-아-알 공부하셔야 합니다."

였다. 질문이 있는 사람들은 질문을 했다. 나는 절수행에 대해 질문을 했다. 몇 번 하지 않았지만 전에 생긴 목 뒤의 임파결절이 아무래도 삼천배를 한 후 생긴 것 같아서였다. 게다가 이번에 밤새 자비도량참법 기도를 했더니 다시 목 뒤가 좋지 않다. 자비도량참법을 보면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기도를 쉬지 말라고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삼천배가 참회에 좋은 것이니 몸에 문제가 생겨도 기도를 하다 생긴 것은 쉽게 낫게 되어 있다고 계속 하기를 권하시기도 하는데 실제로 무리가 있더라도 용맹심을 내는 것이 좋은지, 내게 적절하게 해 나가는 것이 좋은지 궁금해서였다.

"절을 많이 하고 나면 목 뒤가 좋지 않은데.."하는 질문을 시작하고 말을 맺기도 전에 스님께서는

"보살은 그냥 봐도 건강한 몸을 타고 나지 않은 듯한데 너무 무리하게 기도하지 마시고, 기도는 참선수행이 잘 되도록 가피를 구하는 수준에서 조금만 하세요. 느--을 화두 참구를 하는 데 마음을 쓰시고 절수행이다, 기도다 하는 것은 몸이 피곤하지 않는 선에서 공부를 위해 하세요"

하셨다. 사실 누구나 다 스님처럼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스님의 수행력일까? 화두일념이 되도록 정신차려야 겠다는 발심이 일었다. 이래서 선지식을 찾는구나 싶기도 했다.

다른 분들도 여러 질문을 하셨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맞게 용맹정진을 해라, 게으름을 내지 마라, 화두를 함부로 바꾸지 마라, 참회기도도 좋지만 참선수행이 제대로 되면 저절로 참회가 되니 너무 마음 쓰지 말라 등등으로 대답해 주셨다.

아직도 스님을 뵌 그 느낌이 그대로이다. 말의 내용보다 그 말을 누가 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일까? 평범한 말씀이 내내 가슴에서 울린다.

아무래도 선지식도 인연인가 보다. 그저 내게 늘 가르침을 주시는 보살님의 일이라 재에 참석한 것인데 이렇게 스님을 뵙게 되니...저절로 마음으로 다시 삼배가 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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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4-10-12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천배 수행을 해 보셨나 보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수행 방법이 다르고 몸이다르듯이 꼭 삼천배 수행만이 제대로 된 기도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참선 수행이 더 어렵더군요. 마음도 가만히 있지 않는데다 다리까지 너무 아파서 .......얼른 아프신 곳이 나으시고, 용맹정진 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처-얼저 하고 화-악실하게 수행하고 싶은데, 자주 흔들립니다. 아직 마음의 근기가 많이 부족한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