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 저, 문재곤 역, 예문서원, 1999

 

하루종일 이 책을 읽었다.

신랑의 대규모 치과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아서 오늘은 일도 쉬고, 치과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신랑 혼자 와도 되지만 처음 수술할 때 문제가 생겨 고생한 후로는 이렇게 하루 날을 잡으라는 날은 집에 있어도 걱정이 되어서 치과에 오는 것이 편하다. 치과에서 할 일도 없겠다 싶어 오래 전에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을 가져 왔다.

이 책의 원제는 [유가문화와 중의학]이다. 제목에서 보이듯 너무 범위가 넓어서 오히려 지리하다. 하루만에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유학에 대한 관심과 치과에서 신랑을 기다리는 지리한 시간 덕분이었다. 어쩌면 한의학 전공자는 좀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명문이나 상화, 군화의 개념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그런 개념이 "확실한" 결론에 이르지도 못했다는 점과 그런 개념들이 중국철학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는 점 등은 흥미롭다. 한의학의 용어에 대해서라도 좀 익숙했다면 훨씬 나았으리라.

그래도 요며칠 피곤이 오래여서 그런지 "지혜로운 사람과 어진 사람이 장수하는 공통점을 몸을 움직임에 절도가 있고 행위는 명분을 따라 하며, 즐거워하고 노여워함이 때에 맞아 그 성품을 해치지 않기 때문"이라는 공자의 말이 눈에 띈다. 대인은 병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유학자들의 말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 책이 개설적인 책이어서 한의학 내용이 기억에 남기는 어렵고, 그래도 언젠가 뒤적거려 보았던 중국유학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까닭일 것이다.

나는 늘 "피로"에 직면해 있는 터라 이런 이론적인 내용과 유의(유학자이면서 의사)열전을 읽으면서 그들처럼 나도 내가 겪는 곤란을 어떻게든 스스로 해소해 보고픈 열망이 잠시 일기도 했다. 이 점이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일 수도 있다. 적어도 건강해져야 겠다고 결심하게 만든다. 주희도 다소 약한 몸이었지만 마음을 다스리고 생활을 잘 조절해서 건강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병약했던 사람들이 자라서 건강하게 되기도 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가  되야지!   

신랑의 치료는 오전에 9시 반에 시작해서 오후 1시 반 경에 끝났고, 다시 7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은 치과다. 그리고 이제 막 이 책을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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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8-27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과 치료를 4시간동안 받으시다니, 책이 없었다면 기다리기 정말 힘드셨겠네요...치과치료는 받는것도 힘들지만, 들어가는돈도 만만치 않아서 정말 무서워요...저도 사랑니 뽑아야할게 하나 남아있어서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