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나침반 1
숭산스님 지음, 현각 엮음, 허문명 옮김 / 열림원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기대했었다. 선불교에 관한 책이라고 하고, 눈푸른 스님들이 마이크만 잡으면 스승이라고 부르는 분의 책이라서. 그러나 책이라서 영 개운하지가 않은 것 같다. 아마 그분의 말씀에는 힘이 있었을 것이지만 외국인을 위해 영어로 씌어진 책을 다시 국문으로 옮긴 이 책은 불교개론서에 가깝지만 "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책치고는 다소 "설명적"이어서 머리로 이해는 잘 되지만 가슴에는 덜 닿았다. 2권이 온통 공안들로 가득차 있는 법문임에도 이야기를 듣는다기보다는 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책에 외국인 스님들의 법문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거의 들어있어서 놀랐다. 자신의 경험과 자신만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 법문이라 여겼는데 숭산 스님의 제자분들이 숭산 스님이 하신 말씀 그대로 예를 드는 것이 좀 이상스럽게 보였다. 어쩌면 이국땅에서 스승 한 분만을 보고, 출가를 한 분들이라 스승에 대한 애착이 대단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도 싶었다. 무슨 예를 들든 무슨 상관인가, 깨달음만으로 족하리.

허나 깨달음을 어이 느끼라. 책은 언어로 이루어진 것이라 느낌을 전달받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 책처럼 저자가 아닌 사람이 엮은 데다가 번역까지 된 책은 더욱 그렇다. 게다가 깨달음은 언어로 전해지지도 않는다고 하니.

느낌이나 충격은 제쳐두고 우선 깨달음의 단계나 상태를 인지하고자 하거나(원을 그려서 반복해 설명해 주신다(2권)), 짧은 시간에 불교 전체를 훑고(1권) 선불교의 가르침에 입문(2권)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숭산 스님의 가르침에 관심 있는 분은 서울 화계사에서 일요일에 하는 영어법문이나 선문답 등에 참여할 수도 있다.  

그래도 역시 가르침은 있었다. 가장 큰 울림은 수행하라, 수행하라, 쉬임 없이 수행하라는 말씀이다. 이렇게 목이 터져라 외쳐도 한번 보고 뜨끔하고는 또 곧 잊고 나태해지는 나 자신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숭산 스님, 수행은 하지 않고 당신의 이야기를 이렇다 저렇다 떠드는 이 아이를 어떻게 하지요? 30방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진다. 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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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7-14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게 쓰여진 책을 찾다가 이걸 골랐어요... 내일부터 읽으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