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박소란

 

 

퇴근길에 상추를 산다

야채를 먹어보려고

좀 건강해지려고

 

슈퍼에서 한봉지 천오백원

회원 가입을 하고 포인트를 적립한다

남들처럼 잘 살아보려고

 

어떤 이는 화분에 상추를 기른다는데

아 예뻐라 정성으로 물을 주면서

 

때가 되면 그것을 솎아 먹겠지

 

상추를 먹으면

단잠에 들 수 있다는데

상추가 피를 맑게 한다는데

 

나는 건강해질 것인가

상추로 인해

행복해질 것인가

 

밥을 데운다

 

냉장고에서 묵은 쌈장을 끄집어낸다

상추가 포장된 비닐을 사정없이 찢는다

찢은 비닐을 쓰레기통에 내동댕이치는 나는

행복해질 것인가

 

상추는 나를 사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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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처럼 잘 살아 보려고' 라는 구절에 멈춘다. 이 구절이 시를 덮는다. 남들처럼 잘 살아 보려고 건강과 행복을 생각한다. 남들처럼 살면 남들처럼 행복해질까. 그런 내가 과연 나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남들은 정말 잘 살고는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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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4-24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침 오늘 상추와 고추를 사다 몇 포기나마 심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