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무슨 책을 읽었나 책장을 보니 이미 읽은 책이고, 좋아하는 구절이 있어 표시까지 해 둔 책인데도 낯설게 느껴지는 책이 있다. 이렇게 정리 안 하면 시간이 지나 안 읽은 줄 알고 다시 읽었을 것 같다.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글자들이 내 방에 떠다니다 창문 밖으로 날아가버린 기분이다. 시집을 덮을 때 다시 읽게 되는 시는 좀 적어 둬야지 싶다.  

 

황인찬의 시집을 다시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구관조 씻기기를 흐르듯 읽었는데 다시 읽으니 멈춰 가만히 보게 되는 시가 많았다. 이렇게 다르게 읽히는 것이 읽을 때의 시간이나 환경 때문인지 내 마음 때문인지 모르겠다. 모르는 시는 모르고 아는 시는 알고 와 닿는 시는 와 닿고 경이로운 시는 경이롭다. 이런 모든 시가 한 시집에 있다는 게 좋다.  

 

이하석 시인의 코 떼인 경주 남산은 차분하고 담담한 책이다. 자분자분 남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토리텔링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었다. 그저 바윗돌인데 전설이 얹히면 특별한 장소가 된다. 나는 기행문과 요리책을 싫어하는데, 다녀온 곳은 예외다. 남산은 가 보긴 했는데 너무 오래 돼서 어렴풋하다. 삼릉만 또렷하게 기억난다. 삼릉에서 갑자기 비를 만나 홀딱 젖어서 잊을래야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하석 시인의 그림도 몇 점 들어 있다. 시인이 그림을 그리시는 줄 몰랐던 터라 신기하기도 하고, 그림이 있어 책이 좀 부드러워진 느낌도 있었다. 

 

이 달에는 병원을 여러 번 갔다. 얕은 병이 깊은 병이 될까 봐, 없던 병이 새로 생길까 봐. 병원에 가면 환자가 아니어도 환자가 된다. 가라는 대로 가고, 하라는 대로 하게 된다. 번거롭기도 하다. 6개월 뒤 검사 예약을 잡자고 하는데 동네 의원에 가서 검사 받겠다고 했다. 무슨 검사가 의원에는 없다는데 필요하면 오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의원에서 의뢰 받아 간 거니 필요하면 또 의뢰해 주겠지, 하면서. 병원 다니다가 병날 것 같다. 다 필요해서 하는 것이겠지만 병에 대한 대비가 좀 과한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그나저나 모두 아프지 말아야지.

 

-----

 

친애하는 사물들-이현승

아이스크림과 늑대-이현승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신미나

비-원구식

표류하는 흑발-김이듬

눈사람의 사회-박시하

놀이터-류인서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이병률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권민정 외

한 사람의 불확실-오은경

그녀의 머릿속은 자주 그믐이었다-하외숙

나의 말은 계속 자라고 있어-오남희

문파문학2021봄-문파문학사

 

코 떼인 경주 남산-이하석

한국현대시사-오세영 외

현대시작법-이승훈

남자의 자리-아니 에르노

감정의 혼란-슈테판 츠바이크

알레프-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불가능-조르주 바타유

 

-다시-

구관조 씻기기-황인찬

희지의 세계-황인찬

사랑을 위한 되풀이-황인찬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1-05-02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경주 남산은 저도 너무 좋아하는 산이라 한동안은 진짜 자주 갔었는데, 이런 책이 나왔다니 기쁘네요. 한번 찾아봐야겟어요.

이누아 2021-05-04 12:05   좋아요 0 | URL
계간 작가세계에 2003년부터 3년 동안 연재한 글을 세월에 맞게 고치고, 내용을 보완해서 출간한 책이라고 해요. 사진 작업도 다시 했다고 하네요. 그래도 포털에서 여러 사진을 찾아 보면서 읽었어요. 이하석마애보살께 담담하게 이야기 듣는 기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