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허먼 멜빌 지음, 공진호 옮김,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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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편을 택한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 못 한다거나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안 하는 것을 택하는 것이다. 짧은 소설이다. 안 하는 편을 택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긴 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친 탓일까. 안 하는 편을 택하는 그가, 떠나지 않는 편을 택하는 그가, 그래서 감옥에 가는 그가, 식사를 하지 않는 편을 택하는 그가, 그래서 죽어 버린 그가, 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처럼 "약간 미친 것"처럼 안 하는 편을 택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어느 날 아침, 한 젊은이가 내가 낸 광고를 보고 찾아와 사무실 문턱에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창백하리만치 말쑥하고, 가련하리만치 점잖고, 구제불능으로 쓸쓸한 그 모습이! 그가 바틀비였다. - P25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안 하겠다고?"
"안 하는 편을 택한다고요" - P41

"어째서죠? 별나군요. 그렇죠?"
내가 서글피 말했다.
"약간 미친 것 같소."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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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7-30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틀비, 책을 가지고 있는데, 먼저 오디오북으로 들었어요.
흥미롭게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도 어떤 면에선 그러고 싶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건 용기가 필요해 보이지만...

이누아 2020-07-30 23:03   좋아요 1 | URL
짧아서 오디오북으로 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바틀비가 안돼 보이지 않고 용기 있게 보이는 게 변명이나 핑계 없이 자신의 선택이라는 걸 밝히고 안 하는 편을 선택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또 우리가 뭐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바틀비가 자유롭게 보이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