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펀 홈 : 가족 희비극 (페이퍼백) ㅣ 움직씨 만화방 2
앨리슨 벡델 지음, 이현 옮김 / 움직씨 / 2018년 10월
평점 :
단발머리님의 페이퍼를 보고 읽었다. 읽고 나서 저자의 다른 만화와 이 책에 나오는 소설 몇 권도 주문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쓰고 그릴 수 있다니 멋지다. 책 내용과 관계없지만 마지막 페이지에서 본 책임편집자 이름이 기억에 남는다. 나낮잠이다. 기분좋게 웃었다.
사실 이 집의 정교한 빅토리안 인테리어 자체가 감정을 숨기기 위해 설계된 것이었다. - P26
사고사든 자살이든, 어느 모로 보나 ‘어리석은 죽음‘이었다.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 있어. 나는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이젠 영영 진흙 속에 갇힌 거야. - P60
프루스트가 소설 전체에 걸쳐 장치한 메타포가 있다. 화자의 가족이 산책할 때 갈 수 있는 두 갈래의 길, 스완네 집 방향과 게르망트 방향이다. 두 길은 처음에 서로 대조적인 것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부르주아 대 귀족, 동성애 대 이성애, 도시 대 시골, 에로스 대 예술, 은밀함 대 공공연함. 한데 작가는 소설 말미에서 두 갈래 길이 실제로는 하나로 모아지는 것을 밝혀낸다. 길은 처음부터 크고 넓은 ‘횡단선의 연결망‘으로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 P108
또 다른 사진에선 스물 두 살의 아버지가 방수포를 깐 학생회관 옥상에서 일광욕을 즐겼다. 사진 찍어 준 남자는 아버지의 애인이었을까? 내 스물한 번째 생일날 건물 비상구 앞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준 여자가 내 애인이었던 것처럼? 건물 외부라는 배경, 가슴 저미는 미소, 구부린 손목, 심지어 얼굴에 드리운 그늘 각도까지. 아빠와 내 사진은 마치 잘 옮긴 번역문처럼 꼭 닮았다. - P126
주님의 뜻 따윈 없어요! 아버진 조울증 걸린 벽장 게이고요, 요 지긋지긋한 마을을 일분일초도 더 참을 수 없어서 자살한 거라고요! - P131
또 하나, 내 상상이 그야말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된다. 만약 우리 아버지가 젊은 시절 ‘벽장‘ 밖으로 나왔다면, 그래서 어머니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나는 어디에 있게 될까? - P203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보냈다. 아버지가 <율리시스> 소식에 반색해서 나는 조금 짜증이 났다. 그래도 아버지 관심을 받는 건 반가웠다. 간접적인 관심이라곤 해도 그리웠던 것이다. 나도. - P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