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작은애가 자꾸 잃어버려. 전엔 책가방을 잃어버려서 사흘 만에 찾았고, 폰은 몇 번이나 잃어버렸다 찾았어. 결국 잃어버렸지만. 하도 잘 잃어버려서 중고 폴더폰을 사줬는데 그러길 잘 한 것 같아. 자전거를 잃어버렸다 찾기를 몇 번 했는데 이것도 결국 잃어버렸어. 가방을 두고 학교 가다 돌아온 적도 있고. 자기도 너무 불편한데 자꾸 잊어버리고, 잃어버리는 걸 어쩌지 못하겠다고 속상해 해.
자전거를 찾으러 갔을 때 작은애가 어차피 못 찾아요, 하는 걸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찾을 수 있어. 라고 대답했어. 내가 어렸을 때 오빠가 해 준 말이야. 간혹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오빠가 잘 찾아줬거든. 어떻게 하면 오빠처럼 잘 찾을 수 있는지 물었을 때 오빠가 잃어버렸다는 걸 안 순간, 그 자리에 서서 테이프를 되감듯이 왔던 장소를 천천히 되돌아가라고 했어. 그때 꼭 찾을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꼼꼼히 곳곳을 살필 수 있고, 정말로 찾을 수 있다고.
지금 내가 작은애에게 오빠의 말을 전하지만 작은애는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나 봐. 한 번이라도 자기 스스로 잃어버린 걸 찾는 경험이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오빠 말대로 해서 나는 꽤 잘 찾는 사람이 됐거든.
그렇지만 출산 후에 나는 잊어버리고, 잃어버리는 게 일상이 되었어.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낭패감을 넘어서 자신감을 잃기도 해. 출산 후 어떤 기억이 통째로 잘려나간 듯 전혀 기억을 못하는 경험을 했어. 그 후 말을 할 때도 물건을 찾을 때도 자신이 없어졌어. 내가 기억을 잘 못할 수 있고, 물건을 잃어버릴 수 있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애썼어. 지금은 좀 나아졌어. 기억력이 아니고,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받아들이는 게.
나는 아이가 물건을 잃어버려도 그 때문에 화를 내지는 않아. 잃어버린 자체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상해있을 텐데 내가 거기에 더할 필요는 없잖아. 찾으려고 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아이와 얘기를 하긴 해. 잃어버리는 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어. 찾을지 말지 결정하고, 찾기로 결정했으면 최선을 다하면 그뿐이야. 삶에서도 물건이든 인연이든 내게 왔다가 문득 사라지기도 해. 아이는 자전거를 잃어버려 속상하지만 나는 때로 내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뛰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
길
_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