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엄마, 안개는 구름이지요? 구름이 내려와 안개가 되는 거죠?”
하고 아이가 물었어. 아침에 안개가 짙게 꼈거든.
“그래, 그러네.”
대답하고 보니 산 중턱 걸린 구름을 보고 거기 가면 구름은 없고 안개만 있었던 기억이 나. 그 구름이 우리 마을까지 내려왔다고 생각을 못했어. 벽을 뚫고 걸어 다니는 유령처럼 나는 구름을 뚫고 걸을 수 있지만 눈앞의 풍경은 다 지워져 있어. 어쩌면 어둠 같아. 해가 떠오르면 사라지는.
구름과 나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으면 해. 빛을 가리기도 하고, 빛을 품기도 하고, 빛에 뚫리기도 하는 구름을 바라보는 게 좋아. 숲 속에서는 숲을 볼 수 없듯이 구름 속에서는 구름을 볼 수 없어. 숲 속에선 숲이 나무들로 이름이 바뀌고, 구름 속에서는 구름이 안개로 이름이 바뀌지.
너무 가까이 있으면 내가 알던 그 존재가 아니게 되는 것들이 있지. 다른 이름을 갖게 되는 존재가 있지. 그게 나쁠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지. 아니, 사실은 좋고 나쁜 건 없어. 내 상황에 편한지 불편한지가 있을 뿐인지도 몰라.
지금은 마을 어디에도 안개가 없어. 하늘로 돌아가 저기 저 구름이 되어 떠 있는 걸까? 햇볕이 내리쬐고 있어. 이제 앞이 환히 보이는데 나는 아직 아침의 안개 속에 서서 네게 말을 걸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