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암에 걸린 사람이 매일 법화경을 베껴 써서 병을 이겨냈다는 기사를 보고 놀란 적이 있어. 사경을 헤맬 것 같은 사람이 어떻게 사경을 했을까? 나는 큰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너무 피곤해. 나도 필사적으로 필사하면 건강해질 수 있을까?
침대에 누워 시집을 펼치다 말고 읽는 것도 힘겨워, 가만히 있으니 잠이 들어. 잠 속으로 꿈이 두루마리 휴지처럼 펼쳐져. 조각난 장면들. 바위를 드는데 공처럼 가벼워. 바위를 풍선처럼 타고 올라가. 구름을 툭 치자 비가 쏟아지네. 지렁이 한 마리 춤을 춰. 이렇게 높이 떠올랐는데 지렁이는 왜 이리 크게 보이지? 꿈틀꿈틀 지렁이를 보다 눈을 떠.
일어나 창을 보고 있어. 하늘에 구름이 꽉 끼었어. 그 구름 속에서 해가 희미하게 비치네.
내가 느끼는 것은 특히 피곤함이다. 그리고 존재한다는 사실 외에 피곤함을 느끼는 다른 이유가 없을 때, 그것의 쌍둥이 격인 불안을 느낀다.-페르난도 페소아, 『불안의 책』(까치, 2014), p.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