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언니의 아들이, 그러니까 내 조카가 아기를 낳았어. 칭얼칭얼 아기가 울고, 똥오줌을 싸. 어른들은 어쩔 줄 모르고 아기를 어르고, 기저귀를 갈다가도 아기가 한 번 웃으면 모두가 까르르.
아기는 태양이야. 아기의 몸은 햇살로 가득 차 있어. 펄떡이는 심장, 빠르게 뛰는 데도 헉헉거림은 없어. 집안을 다 불태울 듯 울다가도 엄마가 젖을 내밀면 밤의 별처럼 고요해져. 눈을 깜빡일 때마다 빛이 새어나오는 것 같아. 그 빛에 매료되지 않는 사람들은 눈먼 사람뿐일 거야. 태양신의 신도처럼 우리는 아기의 몸짓을 따라 다니지. 아기가 있는 곳은 환해서 아무것도 숨길 수 없는 곳이 돼.
아기가 아이가 되고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될 때까지 빛은 마르지 않지. 밝기가 약해질 뿐. 그러나 요양원에 누워 겨우 눈뜬 노인이 되면 이제 자신의 태양이 빛을 다 소진해가고 있다는 걸 알아. 풀무질을 해서라도 불씨를 살려보려 하지만 의사의 풀무질은 손을 휘젓는 정도일 뿐이지. 빛은 기억 속에서만 불타오르지. 텅 빈 자리에 고요가 내리길.
다 타고 남은 재가 풀풀 날려. 쌓여있는 먼지는 닦아내거나 창을 열어 날려 보낼 뿐 잡을 수는 없어. 잡을 수 없는 먼지처럼 우리의 삶도 우리의 것이 아닌 때가 오지. 사랑하는 이의 머릿속에 햇살이 비치면 우리 존재가 잠시 일어났다 스러질 순 있겠지.
우리는 모두 한때는 아기여서, 무조건적인 사랑 속에 있었던 적이 있어서, 아기로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어. 연인들은 모두 아기가 돼. 서로를 베이비로 부르며, 아무 일도 아닌 일에 환하게 웃지. 우리 속에 있는 아기의 빛을 깨우지. 우리는 모두 얼마간은 아기지. 우리 안에 그 빛이 있는 동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궁금한 듯 주위를 살피던 아기의 얼굴이 눈에 어른거려.
사랑스러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