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러시아 ㅣ 머니 뭐니 세계사 3
강일우 저자 / 펜타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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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펜타클의 청소년 교양 시리즈 〈머니 뭐니 세계사〉의 세 번째 책 『주식회사 러시아』. 국가를 회사에 빗대고 역사를 장부로 읽습니다. 이 은유는 쉽고 재미있습니다. 러시아를 돈과 생존, 그리고 통제를 중심으로 움직여 온 하나의 거대한 기업, 즉 주식회사 러시아로 파악하는 시각입니다.


창비에서 30년 동안 일했고,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를 기획했으며 창비교육을 세운 강일우 저자의 책입니다. 오랫동안 청소년이 읽을 이야기를 만들어 온 저자인만큼 어려운 이야기를 어떤 장면과 어떤 말투에 실어야 끝까지 읽히는지를 잘 압니다.


『주식회사 러시아』는 시베리아 가스통제소라는 배경 속에서 주식회사 러시아의 CEO와 이를 검증하는 마스터 T, 그리고 우리 시선을 대변하는 한국이라는 캐릭터 간의 생생한 대담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국가를 하나의 기업 구조로 비유할 때, 러시아가 보여준 영토 확장과 내부 통제의 잔혹함은 단순한 광기가 아니라 국가라는 생존체의 철저하게 계산된 비용 처리였음이 드러납니다.


키예프 루스에서 모스크바 공국, 차르 시대, 러시아혁명과 소련, 푸틴 시대와 우크라이나전쟁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역사의 결정적 장면들을 기업 경영의 관점으로 다시 펼쳐 보여줍니다.


"성벽 없는 영토를 지키는 건 지옥이야. 내 서쪽을 봐. 알프스나 피레네 같은 산맥 하나 없이 끝없이 평평한 땅이 이어져 있지. 지도에는 국경선이 그어져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바람도 군대도 밀고 들어올 수 있는 땅이야. 문이 너무 많다고."라며 열린 지형이 주는 거대한 공포는 러시아로 하여금 끊임없이 국경 밖 완충지대를 찾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생존법의 뿌리는 역설적이게도 몽골의 지배 시절 모스크바 공국이 살아남은 방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모스크바가 강해진 건 처음부터 잘나서가 아니야. 적에게 납작 엎드리면서 내부 실력을 기른 덕분이지. 요즘 말로 하면 을의 처세술로 갑이 된 거야. 그 과정에서 러시아식 중앙집권의 뿌리가 자라났어. 흩어지면 죽는다. 권력은 한곳에 모아야 한다. 복종하지 않으면 제거해야 한다. 모스크바 공국 때 몸에 밴 이 방식은 훗날 차르의 제국으로 이어졌고, 오늘날 푸틴의 통치 방식 속에서도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라고 말입니다.





하청업체로서 몽골을 대신해 징세권을 행사하던 모스크바의 통치 기술은 이후 강력한 중앙집권 권력으로 재편됩니다. 이 방식은 서구화를 부르짖던 표트르 대제 시대에도 동일하게 반복됩니다. 국가의 목적을 위해 민중의 고통을 손실 비용으로 처리하는 구조는 1861년 농노해방령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제국이 무너지고 붉은 간판(소련)으로 교체되었을 때도 독재적 통치는 형태만 바꾼 채 계속되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이 거대한 기업은 자원을 무기화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이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등장합니다. 가스관 하나가 국제정치의 지형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공급망과 에너지 의존은 평소에는 경제적 편의를 제공하지만, 국제관계가 악화되면 전략적 취약점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부품, 반도체 공급망, 배터리 원료, 식량, 에너지 역시 국제정치와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경제와 안보가 서로 다른 과목처럼 보이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같은 장부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타국의 침략 역사 뒤에 숨은 생존의 공포를 이해하는 것과, 타인의 주권을 침해한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기준을 짚어줍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질문하는 순서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 누가 비용을 치르는가, 그 장부에 안 적힌 항목은 무엇인가. 이 세 질문만 챙겨도 뉴스를 읽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각 장마다 삽입된 와글와글 일러스트와 숨은 역사 찾기 요소는 딱딱한 주제를 직관적이고 흥미롭게 다가서게 만들어 줍니다.


〈머니 뭐니 세계사〉 시리즈는 『주식회사 아메리카』, 『주식회사 차이나』에 이어 『주식회사 러시아』로 이어졌고, 다음에는 잉글랜드 편이 준비 중입니다. 각 나라의 역사를 이해관계의 장부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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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함 - 1% 리더들만의 사람을 이끄는 기술
탁민 오 지음 / 탁희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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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생각하자",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자" 같은 문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런 거창한 슬로건을 볼 때, 가슴이 뛰기보다는 은연중에 피로감을 느끼곤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좋은 말이 넘쳐나는 조직일수록 무질서와 혼란의 엔트로피는 최고조에 달하곤 합니다.


회의 시간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마지막에 "그럼 그렇게 가시죠"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자리로 돌아와 보니 '그렇게'가 정확히 어떻게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왜일까요? 리더가 정의한 그 좋은 말이 정작 구성원 각자의 실제 행동으로 연결되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조직 구성원이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진짜 이유는 리더의 지시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그 한 방향이 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아무도 명확히 모르기 때문입니다.


투자자이자 스타트업 CEO들의 상담가, 그리고 쿠팡의 폭발적 성장기 속에서 성장 제품팀과 추천엔진 제품팀을 이끈 프로덕트 오너(PO) 출신의 오탁민 저자는 조직 내 모든 혼란과 비효율의 근원을 명료함의 결여에서 찾습니다.


『명료함』에서 엔지니어링 및 프로덕트 관점의 프레임워크를 조직 관리에 접목하여, 리더의 내면적 결단이 어떻게 팀원들의 구체적 일상 행동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직관적인 도식과 함께 쉽게 풀어냅니다.





물리학의 엔트로피 법칙처럼 개입이 없는 조직은 자연스럽게 무질서와 혼란의 방향으로 흐릅니다. 저자는 리더십의 핵심을 조직적 엔트로피를 줄이는 것이라 말합니다.


리더가 방향을 흐릿하게 말하면, 그 흐릿함을 해석하는 일이 구성원에게 넘어갑니다. 리더의 눈빛과 말투와 지난 회의 분위기를 조합해 '아마 이런 뜻이겠지' 하고 추측해야 합니다. 이른바 눈치입니다.


높은 조직적 엔트로피 상태를 보면, 구성원들이 저마다 올바름에 대해 각기 다른 기준을 갖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일합니다. 반면 낮은 조직적 엔트로피 상태는 구성원이 동일한 기준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조직입니다.


『명료함』은 조직 안에서 일을 탁월하게 잘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두 그룹을 구분하는 선을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 리더의 첫 번째 책무라고 합니다.


선이 모호하면 정치가 판을 치고, 잘 보이는 사람에게 보상이 돌아갑니다. 선이 선명해질 때 비로소 탁월함이 조직 전체로 전염됩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정의되나요? "그냥 보면 안다"라는 답이 돌아올 테지요. 여기서 저자는 기준이 리더의 머릿속에만 있으면, 평가는 곧 취향이 된다는 걸 경고합니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것을 추구하라. 사람들이 감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라. 그래야 사람들이 행동할 것이다." (p.147)


많은 회사 벽에 '도전', '신뢰', '혁신' 같은 단어가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단어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리고 동일한 가치일지라도 직급과 역할에 따라 실천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주방장에게 고객 지향이란 하루 한 번 이상 홀에 나가서 고객을 만난다일 테고, 서빙 매니저에게 고객 지향이란 음식을 많이 남긴 고객에게 이유를 물어본다일 테고, CEO에게 고객 지향이란 직원들이 고객을 하루 한 번 이상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입니다.


이처럼 『명료함』은 가치 구체화의 프레임워크를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가치가 홈페이지 선언문이나 벽에 걸린 좋은 말에 그치지 않고, 각 직무의 데일리 루틴으로 환원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게 됩니다.





피터 드러커는 무엇이 바른가보다 누가 바른가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일종의 타락이라고 말했습니다. 특정 인물에게 의존하거나 누가 말했는가에 따라 의사결정이 뒤흔들리는 조직은 잘못된 성과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역방향 플라이휠을 돌리게 됩니다. 질투, 쥐어짜기, 자의적 해석, 규율 부재라는 질병이 엔트로피를 가속화하는 겁니다.


이를 막기 위해 리더는 조직 안에서 올바른 가치를 구현하는 사람을 인간 등대로 설정하고, 성과라는 이름의 모호함 대신 분명한 행동 기준에 보상해야 한다고 합니다. 구성원들은 "저 사람처럼 일하면 인정받는구나"를 보면서 기준을 익힙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리더십의 시선을 조직 외부에서 리더 자신의 내면으로 돌립니다. 한 개인 안에는 수많은 자아들(내면의 소음들)이 존재합니다. 도망치고 싶은 자아, 타인을 협박해서 얻어내려는 자아, 지나가는 사람에게 웃어주고 싶은 자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리더가 스스로 어떤 목소리를 따를지 결정하지 못하면, 그의 지시와 행동 역시 흔들리고 모호해집니다.


기교나 테크닉 이전에, 리더 스스로 내면의 소음과 진정한 리더상을 구분하는 성찰을 거칠 때 비로소 단단한 명료함이 뿜어져 나오게 됩니다.


『명료함』은 동기부여를 하라는 당위에 머물지 않고, 핵심 가치를 직급별·직무별 행동 수칙으로 변환하는 명료함 캔버스 등 당장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툴킷을 손에 쥐여줍니다.


열심히 하자는 구호 대신 무엇을 어떻게 열심히 할지부터 말해 주는 책입니다. 조직의 비효율을 줄이고 구성원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게 만드는 시스템 구축의 결정적 깨달음을 얻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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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의 눈으로 보면 과학 고전이 더 재밌어진다 - 어려운 과학 개념부터 뜻밖의 뒷이야기까지, 술술 읽히는 과학 고전 가이드 ㅣ 지식의 눈 4
박균호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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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수식과 거리를 둔 문과적 시선으로 다시 읽는 과학 고전 가이드북 『문과의 눈으로 보면 과학 고전이 더 재밌어진다』. 과학 고전이라는 장벽 앞에서 주춤하는 이들에게 인문학적 사유라는 새로운 사다리를 놓아주는 해설서입니다.


박균호 저자는 30년간 청소년들을 가르쳐 온 교사이자, 어려운 인문 교양서를 쉽고 깊이 있게 소개해 온 북 칼럼니스트입니다. 『문과의 눈으로 보면 과학 고전이 더 재밌어진다』에서는 난해한 수식이나 공식을 이해시키려 들지 않습니다. "왜 그런 질문을 던졌는가?"라는 질문을 동력 삼아 과학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다채로운 인간적 서사로 재구성합니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부터 2003년 도나 해러웨이의 『해러웨이 선언문』에 이르기까지 460년에 걸친 27권의 과학 명저를 다루면서, 과학이란 본래 사람의 고민과 시대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음을 보여줍니다.





과학 고전을 읽는 새로운 틀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첫째, 과학사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인간과 맥락의 재발견입니다. 과학사의 위대한 장면들 뒤편에 존재했던 미완의 과정, 실패 그리고 수많은 협력자들의 존재를 조명합니다. 둘째, 비유와 상상력을 통한 선명한 장면 연출이 매력적입니다. 일상적인 직관과 비유로 개념의 본질을 설명하고 있어 과학적 현상을 비로소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문·이과의 경계를 넘어서는 하이브리드적 융합이 돋보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책임과 윤리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통찰을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는 이 책의 위대함이 감정적인 환경 운동에 그친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균형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과도한 화학 물질 사용이 가져올 무서운 미래를 근거로 증명해 낸 점에 있음을 짚어줍니다. 한 장의 편지에서 시작된 작은 의문이 인류 전체의 경각심을 깨우는 고전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화학 제품 논쟁과 맞물려 지금도 유효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방정식을 하나 넣을 때마다 판매가 절반으로 줄 거라는 말을 들었다"라며, 그래서 수식을 거의 걸러냈다고 밝힌 호킹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스티븐 호킹의 대중화 노력은 박균호 저자의 집필 의도와도 일치합니다. 수식을 과감히 배제하고 우주와 시간의 근원을 설명하려 했던 호킹의 태도는 과학이 전문 분야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저도 감명 깊게 읽었던 책입니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 바로 이 책에서 등장했거든요. 일상에서 남발되는 개념인 패러다임의 원류를 추적하며, 과학적 발전이 차곡차곡 벽돌을 쌓듯 선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극적인 인식의 틀 변화(혁명)를 거친다는 통찰을 짚어줍니다. 과학 고전 한 권이 어떻게 학문의 울타리를 넘어 일상의 언어 구조까지 바꾸어 놓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어서 이 주제에 딱 어울립니다.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도 흥미로웠습니다. 분자생물학의 성과를 다룬 서적이 결국 철학적 자아의 근원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은 이 책이 추구하는 문과적 독법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우주가 인류의 목적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할 때, 과학이 건네는 뜻밖의 인문학적 실존 의식과 마주하게 됩니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처럼 SF 소설도 등장합니다. 상상력에서 시작된 SF 문학의 고전이 유전자 변형 식품이나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 비판의 핵심 비유로 기능합니다. 더불어 과학 기술의 편의성과 생명공학적 통제가 결합하여 인간의 자유의지와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메커니즘을 파헤침으로써, 과학 발전의 목적지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역설합니다.





무엇보다 꼭지마다 붙은 질문과 추천 도서 세 권은 한 권의 권위에 기대지 않고 견주어 읽게 합니다. 한 권의 책을 설명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책에서 파생된 질문을 던지고, 다시 다른 책으로 연결합니다. 책 마지막에 정리된 시대순 목록은 1543년부터 2020년대 교양서까지 이어지는 지적 흐름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인류가 던져온 질문의 스펙트럼이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비문학 과학 지문과 논술, 면접을 준비하며 개념의 장면이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는 청소년에게 좋은 입문서가 되어줄 『문과의 눈으로 보면 과학 고전이 더 재밌어진다』. 수식 뒤에 숨겨진 과학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시대적 맥락을 알면 훨씬 더 술술 잘 읽힙니다. 문과의 눈이란 과학을 얕게 보는 눈이 아니라, 과학이 닿는 곳을 넓게 보는 눈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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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캣 뭉치의 일상 - 따끈따끈 폭신폭신, 뭉치랑 놀 준비 됐어?
수지니 지음 / 북스고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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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찰나의 귀여움 뒤에는 언제나 다정한 삶의 무게가 있습니다. 인스타툰 작가 수지니의 첫 그림에세이 『말랑캣 뭉치의 일상』은 고양이 뭉치와 함께하며 경험한 묵직하고 따뜻한 일상의 순간들을 담아낸 책입니다.


작가 수지니는 수만 팔로워의 사랑을 받는 ‘말랑캣 뭉치’의 일상툰과 이모티콘으로 널리 알려진 저자입니다. 책에서는 모바일 화면의 짧은 컷컷 속에 다 담아내지 못했던 깊은 속내, 첫 고양이 메시를 떠나보낸 뒤 겪었던 펫로스의 아픔과 새로운 존재를 맞이하며 느낀 미안함, 그리고 마침내 성숙한 집사로 거듭나는 고백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건넵니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집 안의 모든 사물이 새로이 재해석되는 놀라운 경험입니다. 뭉치가 가족들의 삶에 스며들며 일상의 풍경을 어떻게 바꿨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가득합니다.





무심코 던져둔 복주머니 형태의 가방, 굴러다니는 병뚜껑, 식빵 봉지를 묶던 비닐 끈… 방치되던 일상의 소소한 물건들이 고양이로 인해 추억을 품은 오브제로 탈바꿈합니다. 고양이라는 존재는 지루했던 인간의 공간에 새로운 의미의 결을 입힙니다.


고양이는 서먹했던 가족 간의 대화를 이어주는 무형의 다리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저자의 아버지가 건넨 "동물을 키우면 좋은 점은 웃을 일이 더 생긴다는 것"이라는 대답처럼, 반려동물은 집안의 정서적 기류를 바꾸고 웃음의 물꼬를 터주는 생명체입니다.


저자는 뭉치를 만나기 전, 첫 고양이 메시와의 이별을 겪었습니다. 그 이별이 남긴 슬픔과 죄책감은 새로운 생명인 뭉치가 다가왔을 때 온전히 기뻐할 수 없게 만드는 그늘이 되었습니다.


펫로스를 겪은 뒤 또 다른 반려동물을 맞이할 때 극심한 부채감에 시달립니다. 내가 이전 아이를 잊고 새 아이에게 마음을 주는 것은 배신이 아닐까?, 내가 다시 한 생명을 책임질 자격이 있을까? 하는 끊임없는 자책입니다.


저자는 뭉치와 함께 노는 순간에도, 밥을 먹이고 잠을 자는 순간에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메시의 그림자 앞에 멈춰 섰습니다. 하지만 이 죄책감을 억지로 털어내거나 감추려 하지 않습니다. 그 슬픔조차도 자신이 짊어져야 할 사랑의 한 형태임을 인정합니다.


현재 펫로스의 터널을 지나고 있거나, 또 다른 만남 앞에서 망설이는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합니다. 떠나보낸 존재에 대한 미안함을 새로 찾아온 존재에 대한 더 깊은 책임감과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사랑은 단순히 상대를 귀여워하는 마음을 넘어, 나 자신의 한계와 두려움을 깨부수는 용기로 발현되기도 합니다. 평소 벌레라면 질색을 하며 멀찌감치 도망치던 사람이, 혹여나 호기심 많은 고양이가 벌레를 덮칠까 봐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직접 벌레를 잡게 되는 변화. "벌레를 잡을 용기는 생겼지만, 무서워하지 않게 된 건 아니었다. 용감한 집사가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라는 유머러스한 혼잣말이 어찌나 공감되던지요.


책 곳곳에 수록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데 필요한 정보를 다루는 집사 노트는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나의 안락함과 취향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배우며 맞추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담아냈습니다. 반려동물 양육이 서로를 알아가는 평생의 대화임을 일깨워 줍니다.


첫 고양이를 맞은 사람은 웃음을 말하고, 이별을 겪은 사람은 웃음의 값을 압니다. 『말랑캣 뭉치의 일상』은 귀여움을 소비하는 책이 아니라, 귀여움의 값을 치러 본 사람이 쓴 책입니다.


짧은 영상 콘텐츠는 대부분 가장 귀여운 몇 초를 담았습니다. 하지만 함께 사는 일은 그 몇 초 바깥의 시간이 훨씬 깁니다. 밥과 화장실, 아플 때의 걱정 그리고 언젠가 오는 이별까지. 위로를 앞세우는 대신 즐거움만은 아니다라고 먼저 말해 주는 책이 오히려 더 믿음직한 위로가 되어줍니다. 웃을 일이 늘어나는 만큼, 마음 쓸 일도 늘어나는 것, 그게 사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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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 - 한글 580년, 팍스 코리아나로 가는 길
이현준 지음 / 해향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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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세종이 만든 훈민정음은 28자였는데 왜 우리가 배우는 한글은 24자일까요? 아래아(ㆍ), 반치음(ㅿ), 여린히읗(ㆆ), 옛이응(ㆁ)은 사라졌습니다. 한글날이 되면 훈민정음해례본 사진은 자주 보지만, 이 글자들을 일상에서 만날 기회는 없습니다. 이 사라진 글자들은 과연 세월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쓸모를 다해 사라진 옛 유물에 불과할까요?


25년간 외국어 교육 현장을 지켜온 이카이스 대표 이현준 저자는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에서 한글의 숨겨진 가치를 재조명합니다. 한글이 가진 본래의 소리 기록 능력에 주목했습니다.


"여기서 세종이 붙인 이름을 다시 보자. 훈민정자(訓民正字)가 아닌 훈민정음(訓民正音)이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다. 즉 ‘글자’가 아닌 ‘소리’라고 분명하게 이름 지었다."라며 세종이 창제한 것은 단지 국어를 적기 위한 문자(字)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 내는 온갖 음성을 정교하게 담아내는 범용 발음기호(音)였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훈민정음으로 우리말뿐만 아니라 중국 한자음과 외국어 소리까지 기록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우리말 발음에 쓰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네 글자와 각종 병서 표기법을 폐기하면서, 우리는 훈민정음이 가졌던 세계 모든 소리를 적는 위대한 발음기호로서의 기능 중 절반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현대 한국어 표기법에서 F와 P는 모두 'ㅍ'으로, V와 B는 모두 'ㅂ'으로, Z와 S는 모두 'ㅅ'으로 적힙니다. 이로 인해 'Fashion'과 'Passion', 'Victory'와 'Big' 같은 단어들이 한글 표기만으로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한계가 발생합니다.


저자는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였던 순경음(입술가벼운소리)과 사라진 글자 반치음(ㅿ) 등의 체계를 현대 외국어 표기에 다시 활용해 보자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ㅇ을 아래에 붙이면 입술을 완전히 닫지 않고 가벼운 스치는 소리가 됩니다. Fashion -> ᅗᅢ션 / Passion -> 패션으로 말입니다.


한국어 사용을 위한 24자의 문맥은 유지하되, 글로벌 외국어 교육과 한국어의 외국어 표기 영역에서 훈민정음 본래의 28자 체계 및 소리 조합 원리를 적극 부활시키자는 겁니다.


846년 아랍 문헌에 기록된 신라의 풍요로움과 매력처럼 오늘날 K-팝과 K-드라마를 통해 전 세계인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세종학당 수강생이 수십만 명으로 급증하고 한국어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이 배우는 언어로 올라선 지금, 세계인은 스스로 한국어와 한글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그려내는 팍스 코리아나(Pax Koreana)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으로 타국을 압도하는 패권주의가 아닙니다. 세계인들이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사랑하여 스스로 한글을 익히고, 나아가 문자가 없는 소수 민족이 한글로 자신의 언어와 이름을 기록하는 문화적 공존의 시대입니다. 580년 전 세종대왕이 설계한 스물여덟 자의 소리 체계는 바로 이 소통과 포용의 팍스 코리아나를 가능하게 할 핵심 자산입니다.


알파벳은 일렬로 늘어놓는 나열식 문자이고, 한자는 글자마다 뜻과 모양을 따로 외워야 하는 수천 개의 무거운 체계입니다. 반면 훈민정음은 최소한의 기본 자모를 조합하여 11,172개 이상의 완벽한 소리 음절을 만들어내는 디지털적인 모듈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무한한 음성을 표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라니, 놀랍지 않은가요?


무작정 외우던 한글 표기의 원리와 사라진 옛 글자의 비밀을 알게 되니 우리 문자에 대한 자부심이 타오릅니다. 외국어 발음에 훈민정음의 순경음과 병서 원리를 적용한 직관적 발음 솔루션은 정말 명쾌했습니다.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는 사라진 네 글자를 되찾을 때, 한글은 세계인의 언어를 적는 가장 위대한 발음기호가 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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