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 - 인생의 길목에서 펼쳐보는 43가지 마음 사전
장성숙 지음 / 스틸당(STEALDANG)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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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30년 넘게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현실 역동상담'이라는 한국적 상담 틀을 정립해 온 장성숙 명예교수의 『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


2001년 출간되어 언론의 호평을 받았던 『그래도 사람이 좋다』를 25년 만에 다시 다듬어 펴낸 책입니다. 수많은 저서 중에서도 가장 애정을 갖고 고쳐 쓴 이 책은 고달픈 삶을 소풍날로 바꾸는 지혜를 43가지의 마음 사전에 담아 나눕니다.


소풍이라는 프레임이 와닿습니다. 소풍은 끝이 정해진 외출입니다. 해가 지면 돌아가야 하니, 오늘의 시간이 유한하다는 사실이 전제됩니다. 소풍은 성과를 내러 가는 자리가 아닙니다. 소풍을 KPI 달성으로 다녀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계획이 틀어져도 소풍입니다.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김밥이 터지면 터진 대로 이야기가 됩니다.





『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의 핵심 태도는 삶을 소풍처럼 바라보자는 것이고, 그렇게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날도 실패한 하루가 아니라 여정의 일부가 됩니다.


정답이 없는 삶을 어떻게 견디고, 관계 속에서 어떻게 덜 다치며, 스스로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오늘을 살아낼 것인지에 대한 생활의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아픈 사람에게 무조건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건 당신이 지나치게 애쓴 탓일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가 잘못했더라도 당신이 그 관계를 계속 끌고 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식으로 현실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이 책은 43가지 마음을 계절의 흐름에 배치합니다. 봄에서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태도를 말하고, 여름에서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가을에 이르면 자신의 감정을 함부로 쓰지 않는 법을 살피고, 겨울에서는 그렇구나 하고 흘려보내는 태도를 다룹니다.


젊을 때는 무엇이든 붙잡아야 할 것처럼 느껴집니다. 사랑도, 성공도, 인정도, 관계도 놓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살아보면 알게 됩니다. 붙잡는 힘만으로는 인생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어떤 것은 애써 지켜야 하지만, 어떤 것은 보내야 합니다. 어떤 관계에는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하지만, 어떤 관계에서는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서로를 위한 선택이 됩니다.


삶의 모든 선택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사실 상당히 피곤한 전략이잖아요. 저자는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끝까지 붙들고 무엇을 흘려보낼지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더 와닿았습니다.





솔직함과 자기애에 대한 냉철한 통찰도 인상 깊었습니다. 솔직한 것은 그만큼 상대를 믿는 것이고, 그래서 그것은 좋은 것이라는 미화적인 공식에 취해 있다는 걸 꼬집습니다. "그래서 해야 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구분하지 못하고 기분 내키는 대로 입을 열다 화를 자초한다."라고 말입니다.


솔직해서 모든 것을 털어놓아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은 관계의 윤택함을 위해 스스로 감정을 절제하고 감출 줄 아는 분별력의 부재이자, 나아가 내 감정의 짐을 상대에게 전가하려는 어린아이 같은 무책임에 가깝다는 걸 짚어줍니다.


불교적 개념인 업(業)과 정신분석의 무의식을 비교하며 삶을 대하는 자율성과 주체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업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은 문제의 근원을 외적인 대상이나 타인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찾는 성숙한 태도"라고 말합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내가 개입되어 있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남을 탓하며 괴로워하는 인과의 굴레에서 벗어나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전합니다.


후반부에서는 번잡스러움을 훌훌 털어버리는 비움의 자세를 이야기합니다. 70년 인생 경력과 40년 상담 경력이 응축된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삶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속성을 인정하고, 욕심을 내려놓은 채 현재 여기에 열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소풍으로서의 삶입니다.


『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는 매일 반복되는 관계의 피로와 예상치 못한 인생의 시련 앞에서 흔들리는 우리들에게 단정한 삶의 이정표가 되어줍니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지혜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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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를 위한 여백 육아 - 다 해주고 싶은 부모를 향한 가장 다정한 경고 ㅣ 바른 교육 시리즈 50
최현주(주주쌤) 지음 / 서사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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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더 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덜 해도 된다고, 손에 쥔 것 일부를 내려놓자고 하는 육아책이 있습니다. 『요즘 아이를 위한 여백 육아』의 저자 최현주 선생님(주주쌤)은 22년 차 현직 초등교사이자 아동심리상담사, 부모교육상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교실 현장에서 완벽한 선생님이 되기 위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던 해에, 아이들이 저를 제일 어려워했다는 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고백합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자 하는 열망이 역설적으로 아이가 스스로 시도하고 실패를 견뎌낼 자리를 좁아지게 만든다는 진실을 알게 된 겁니다.


부모라면 다들 잘하고 싶은 마음이지요. 육아 서적을 많이 읽고 감정 코칭 기술을 숙지하며, 심지어 공감하는 법조차 매뉴얼을 외어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려 애씁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는 부모의 불안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아이의 마음을 존중하려다 보면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세상의 기준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네가 속상했으니까 네가 옳아"가 되어버리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속상한 순간에도 상대방의 마음과 규칙을 함께 고려하는 일입니다.


특히 선을 넘는 행동에는 공감과 별개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감정과 행동을 분리해서 보는 시선입니다. 화가 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을 때리는 행동은 멈춰야 합니다. 억울할 수는 있지만 물건을 던지는 행동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훈육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혼낸 뒤의 달래기 역시 아이가 스스로 책임감을 배우는 기회를 박탈한다고 짚어줍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잠깐의 속상함만 견뎌내면, 그 끝에 더 큰 다정함이 찾아온다는 것을 이미 알기 때문에 자기 잘못을 스스로 책임지는 마음은 자라나지 않고, 똑같은 잘못이 끝없이 되풀이된다고 합니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부모가 대신 사과하고, 대신 해결하고, 대신 상황을 정리하면 당장은 일이 빨리 끝납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신의 행동과 결과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기회는 사라집니다. 저자가 말하는 여백은 바로 그 사이에 있습니다. 부모가 즉시 뛰어들어 결과를 바꾸지 않고,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남겨주는 것입니다.





좌절과 실패, 그리고 타인의 객관적인 지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아이는 사회라는 진짜 무대에 나섰을 때 사소한 충격에도 뿌리째 흔들립니다. 집 밖의 다른 어른에게 지적을 받고 부딪쳐보는 경험이야말로 사회성의 핵심입니다.


자존감이란 "나는 무엇이든 잘한다"라는 감각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잘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자신을 견딜 수 있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시험에서 기대한 점수를 받지 못했을 때 "괜찮아, 점수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헛된 말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속상하겠다. 그런데 어느 부분에서 어려웠는지 같이 살펴볼까?"라고 말한다면 실패를 없애지 않습니다. 실패를 분석할 수 있는 경험으로 바꿉니다.


『요즘 아이를 위한 여백 육아』는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수용하고, 무엇보다 부모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여백으로 시선을 확장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수정해야 할 대상이 아닌 고유한 결을 지닌 인격체로 바라볼 때, 그리고 완벽한 부모라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아이도 부모도 각자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낼 여백을 얻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이의 현재 모습을 모두 인정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의 출발점을 정확하게 알아야 적절한 가르침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기질을 인정하면서 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겁니다. 여백은 아이를 방치하는 빈 공간이 아니라, 아이를 관찰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저자가 반복해서 언급하는 것은 과잉 책임감입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고, 아이가 힘들어하면 내가 더 빨리 해결해야 할 것 같고, 아이가 실패하면 내가 미리 막아주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부모가 아이의 삶을 지나치게 책임지면 아이도 자신의 삶을 책임질 기회를 잃게 됩니다. 여기에서 여백은 기다려야 할 때 기다리고, 개입해야 할 때 개입하는 판단의 여유입니다.


나는 아이를 사랑해서 돕고 있는가, 아니면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두려워서 대신 해결하고 있는가를 묻는 『요즘 아이를 위한 여백 육아』. 과잉 개입과 방임 그 사이 어딘가에서 헤매던 부모에게 어떤 영역은 단호한 원칙으로 가르쳐야 하고, 어떤 영역은 곁에서 다정하게 도와주어야 하는가를 가늠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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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러시아 ㅣ 머니 뭐니 세계사 3
강일우 저자 / 펜타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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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펜타클의 청소년 교양 시리즈 〈머니 뭐니 세계사〉의 세 번째 책 『주식회사 러시아』. 국가를 회사에 빗대고 역사를 장부로 읽습니다. 이 은유는 쉽고 재미있습니다. 러시아를 돈과 생존, 그리고 통제를 중심으로 움직여 온 하나의 거대한 기업, 즉 주식회사 러시아로 파악하는 시각입니다.


창비에서 30년 동안 일했고,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를 기획했으며 창비교육을 세운 강일우 저자의 책입니다. 오랫동안 청소년이 읽을 이야기를 만들어 온 저자인만큼 어려운 이야기를 어떤 장면과 어떤 말투에 실어야 끝까지 읽히는지를 잘 압니다.


『주식회사 러시아』는 시베리아 가스통제소라는 배경 속에서 주식회사 러시아의 CEO와 이를 검증하는 마스터 T, 그리고 우리 시선을 대변하는 한국이라는 캐릭터 간의 생생한 대담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국가를 하나의 기업 구조로 비유할 때, 러시아가 보여준 영토 확장과 내부 통제의 잔혹함은 단순한 광기가 아니라 국가라는 생존체의 철저하게 계산된 비용 처리였음이 드러납니다.


키예프 루스에서 모스크바 공국, 차르 시대, 러시아혁명과 소련, 푸틴 시대와 우크라이나전쟁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역사의 결정적 장면들을 기업 경영의 관점으로 다시 펼쳐 보여줍니다.


"성벽 없는 영토를 지키는 건 지옥이야. 내 서쪽을 봐. 알프스나 피레네 같은 산맥 하나 없이 끝없이 평평한 땅이 이어져 있지. 지도에는 국경선이 그어져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바람도 군대도 밀고 들어올 수 있는 땅이야. 문이 너무 많다고."라며 열린 지형이 주는 거대한 공포는 러시아로 하여금 끊임없이 국경 밖 완충지대를 찾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생존법의 뿌리는 역설적이게도 몽골의 지배 시절 모스크바 공국이 살아남은 방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모스크바가 강해진 건 처음부터 잘나서가 아니야. 적에게 납작 엎드리면서 내부 실력을 기른 덕분이지. 요즘 말로 하면 을의 처세술로 갑이 된 거야. 그 과정에서 러시아식 중앙집권의 뿌리가 자라났어. 흩어지면 죽는다. 권력은 한곳에 모아야 한다. 복종하지 않으면 제거해야 한다. 모스크바 공국 때 몸에 밴 이 방식은 훗날 차르의 제국으로 이어졌고, 오늘날 푸틴의 통치 방식 속에서도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라고 말입니다.





하청업체로서 몽골을 대신해 징세권을 행사하던 모스크바의 통치 기술은 이후 강력한 중앙집권 권력으로 재편됩니다. 이 방식은 서구화를 부르짖던 표트르 대제 시대에도 동일하게 반복됩니다. 국가의 목적을 위해 민중의 고통을 손실 비용으로 처리하는 구조는 1861년 농노해방령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제국이 무너지고 붉은 간판(소련)으로 교체되었을 때도 독재적 통치는 형태만 바꾼 채 계속되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이 거대한 기업은 자원을 무기화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이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등장합니다. 가스관 하나가 국제정치의 지형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공급망과 에너지 의존은 평소에는 경제적 편의를 제공하지만, 국제관계가 악화되면 전략적 취약점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부품, 반도체 공급망, 배터리 원료, 식량, 에너지 역시 국제정치와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경제와 안보가 서로 다른 과목처럼 보이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같은 장부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타국의 침략 역사 뒤에 숨은 생존의 공포를 이해하는 것과, 타인의 주권을 침해한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기준을 짚어줍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질문하는 순서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 누가 비용을 치르는가, 그 장부에 안 적힌 항목은 무엇인가. 이 세 질문만 챙겨도 뉴스를 읽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각 장마다 삽입된 와글와글 일러스트와 숨은 역사 찾기 요소는 딱딱한 주제를 직관적이고 흥미롭게 다가서게 만들어 줍니다.


〈머니 뭐니 세계사〉 시리즈는 『주식회사 아메리카』, 『주식회사 차이나』에 이어 『주식회사 러시아』로 이어졌고, 다음에는 잉글랜드 편이 준비 중입니다. 각 나라의 역사를 이해관계의 장부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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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함 - 1% 리더들만의 사람을 이끄는 기술
탁민 오 지음 / 탁희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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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고객을 생각하자",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자" 같은 문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런 거창한 슬로건을 볼 때, 가슴이 뛰기보다는 은연중에 피로감을 느끼곤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좋은 말이 넘쳐나는 조직일수록 무질서와 혼란의 엔트로피는 최고조에 달하곤 합니다.


회의 시간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마지막에 "그럼 그렇게 가시죠"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자리로 돌아와 보니 '그렇게'가 정확히 어떻게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왜일까요? 리더가 정의한 그 좋은 말이 정작 구성원 각자의 실제 행동으로 연결되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조직 구성원이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진짜 이유는 리더의 지시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그 한 방향이 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아무도 명확히 모르기 때문입니다.


투자자이자 스타트업 CEO들의 상담가, 그리고 쿠팡의 폭발적 성장기 속에서 성장 제품팀과 추천엔진 제품팀을 이끈 프로덕트 오너(PO) 출신의 오탁민 저자는 조직 내 모든 혼란과 비효율의 근원을 명료함의 결여에서 찾습니다.


『명료함』에서 엔지니어링 및 프로덕트 관점의 프레임워크를 조직 관리에 접목하여, 리더의 내면적 결단이 어떻게 팀원들의 구체적 일상 행동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직관적인 도식과 함께 쉽게 풀어냅니다.





물리학의 엔트로피 법칙처럼 개입이 없는 조직은 자연스럽게 무질서와 혼란의 방향으로 흐릅니다. 저자는 리더십의 핵심을 조직적 엔트로피를 줄이는 것이라 말합니다.


리더가 방향을 흐릿하게 말하면, 그 흐릿함을 해석하는 일이 구성원에게 넘어갑니다. 리더의 눈빛과 말투와 지난 회의 분위기를 조합해 '아마 이런 뜻이겠지' 하고 추측해야 합니다. 이른바 눈치입니다.


높은 조직적 엔트로피 상태를 보면, 구성원들이 저마다 올바름에 대해 각기 다른 기준을 갖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일합니다. 반면 낮은 조직적 엔트로피 상태는 구성원이 동일한 기준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조직입니다.


『명료함』은 조직 안에서 일을 탁월하게 잘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두 그룹을 구분하는 선을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 리더의 첫 번째 책무라고 합니다.


선이 모호하면 정치가 판을 치고, 잘 보이는 사람에게 보상이 돌아갑니다. 선이 선명해질 때 비로소 탁월함이 조직 전체로 전염됩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정의되나요? "그냥 보면 안다"라는 답이 돌아올 테지요. 여기서 저자는 기준이 리더의 머릿속에만 있으면, 평가는 곧 취향이 된다는 걸 경고합니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것을 추구하라. 사람들이 감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라. 그래야 사람들이 행동할 것이다." (p.147)


많은 회사 벽에 '도전', '신뢰', '혁신' 같은 단어가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단어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리고 동일한 가치일지라도 직급과 역할에 따라 실천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주방장에게 고객 지향이란 하루 한 번 이상 홀에 나가서 고객을 만난다일 테고, 서빙 매니저에게 고객 지향이란 음식을 많이 남긴 고객에게 이유를 물어본다일 테고, CEO에게 고객 지향이란 직원들이 고객을 하루 한 번 이상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입니다.


이처럼 『명료함』은 가치 구체화의 프레임워크를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가치가 홈페이지 선언문이나 벽에 걸린 좋은 말에 그치지 않고, 각 직무의 데일리 루틴으로 환원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게 됩니다.





피터 드러커는 무엇이 바른가보다 누가 바른가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일종의 타락이라고 말했습니다. 특정 인물에게 의존하거나 누가 말했는가에 따라 의사결정이 뒤흔들리는 조직은 잘못된 성과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역방향 플라이휠을 돌리게 됩니다. 질투, 쥐어짜기, 자의적 해석, 규율 부재라는 질병이 엔트로피를 가속화하는 겁니다.


이를 막기 위해 리더는 조직 안에서 올바른 가치를 구현하는 사람을 인간 등대로 설정하고, 성과라는 이름의 모호함 대신 분명한 행동 기준에 보상해야 한다고 합니다. 구성원들은 "저 사람처럼 일하면 인정받는구나"를 보면서 기준을 익힙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리더십의 시선을 조직 외부에서 리더 자신의 내면으로 돌립니다. 한 개인 안에는 수많은 자아들(내면의 소음들)이 존재합니다. 도망치고 싶은 자아, 타인을 협박해서 얻어내려는 자아, 지나가는 사람에게 웃어주고 싶은 자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리더가 스스로 어떤 목소리를 따를지 결정하지 못하면, 그의 지시와 행동 역시 흔들리고 모호해집니다.


기교나 테크닉 이전에, 리더 스스로 내면의 소음과 진정한 리더상을 구분하는 성찰을 거칠 때 비로소 단단한 명료함이 뿜어져 나오게 됩니다.


『명료함』은 동기부여를 하라는 당위에 머물지 않고, 핵심 가치를 직급별·직무별 행동 수칙으로 변환하는 명료함 캔버스 등 당장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툴킷을 손에 쥐여줍니다.


열심히 하자는 구호 대신 무엇을 어떻게 열심히 할지부터 말해 주는 책입니다. 조직의 비효율을 줄이고 구성원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게 만드는 시스템 구축의 결정적 깨달음을 얻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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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의 눈으로 보면 과학 고전이 더 재밌어진다 - 어려운 과학 개념부터 뜻밖의 뒷이야기까지, 술술 읽히는 과학 고전 가이드 ㅣ 지식의 눈 4
박균호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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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수식과 거리를 둔 문과적 시선으로 다시 읽는 과학 고전 가이드북 『문과의 눈으로 보면 과학 고전이 더 재밌어진다』. 과학 고전이라는 장벽 앞에서 주춤하는 이들에게 인문학적 사유라는 새로운 사다리를 놓아주는 해설서입니다.


박균호 저자는 30년간 청소년들을 가르쳐 온 교사이자, 어려운 인문 교양서를 쉽고 깊이 있게 소개해 온 북 칼럼니스트입니다. 『문과의 눈으로 보면 과학 고전이 더 재밌어진다』에서는 난해한 수식이나 공식을 이해시키려 들지 않습니다. "왜 그런 질문을 던졌는가?"라는 질문을 동력 삼아 과학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다채로운 인간적 서사로 재구성합니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부터 2003년 도나 해러웨이의 『해러웨이 선언문』에 이르기까지 460년에 걸친 27권의 과학 명저를 다루면서, 과학이란 본래 사람의 고민과 시대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음을 보여줍니다.





과학 고전을 읽는 새로운 틀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첫째, 과학사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인간과 맥락의 재발견입니다. 과학사의 위대한 장면들 뒤편에 존재했던 미완의 과정, 실패 그리고 수많은 협력자들의 존재를 조명합니다. 둘째, 비유와 상상력을 통한 선명한 장면 연출이 매력적입니다. 일상적인 직관과 비유로 개념의 본질을 설명하고 있어 과학적 현상을 비로소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문·이과의 경계를 넘어서는 하이브리드적 융합이 돋보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책임과 윤리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통찰을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는 이 책의 위대함이 감정적인 환경 운동에 그친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균형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과도한 화학 물질 사용이 가져올 무서운 미래를 근거로 증명해 낸 점에 있음을 짚어줍니다. 한 장의 편지에서 시작된 작은 의문이 인류 전체의 경각심을 깨우는 고전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화학 제품 논쟁과 맞물려 지금도 유효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방정식을 하나 넣을 때마다 판매가 절반으로 줄 거라는 말을 들었다"라며, 그래서 수식을 거의 걸러냈다고 밝힌 호킹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스티븐 호킹의 대중화 노력은 박균호 저자의 집필 의도와도 일치합니다. 수식을 과감히 배제하고 우주와 시간의 근원을 설명하려 했던 호킹의 태도는 과학이 전문 분야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저도 감명 깊게 읽었던 책입니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 바로 이 책에서 등장했거든요. 일상에서 남발되는 개념인 패러다임의 원류를 추적하며, 과학적 발전이 차곡차곡 벽돌을 쌓듯 선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극적인 인식의 틀 변화(혁명)를 거친다는 통찰을 짚어줍니다. 과학 고전 한 권이 어떻게 학문의 울타리를 넘어 일상의 언어 구조까지 바꾸어 놓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어서 이 주제에 딱 어울립니다.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도 흥미로웠습니다. 분자생물학의 성과를 다룬 서적이 결국 철학적 자아의 근원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은 이 책이 추구하는 문과적 독법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우주가 인류의 목적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할 때, 과학이 건네는 뜻밖의 인문학적 실존 의식과 마주하게 됩니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처럼 SF 소설도 등장합니다. 상상력에서 시작된 SF 문학의 고전이 유전자 변형 식품이나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 비판의 핵심 비유로 기능합니다. 더불어 과학 기술의 편의성과 생명공학적 통제가 결합하여 인간의 자유의지와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메커니즘을 파헤침으로써, 과학 발전의 목적지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역설합니다.





무엇보다 꼭지마다 붙은 질문과 추천 도서 세 권은 한 권의 권위에 기대지 않고 견주어 읽게 합니다. 한 권의 책을 설명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책에서 파생된 질문을 던지고, 다시 다른 책으로 연결합니다. 책 마지막에 정리된 시대순 목록은 1543년부터 2020년대 교양서까지 이어지는 지적 흐름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인류가 던져온 질문의 스펙트럼이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비문학 과학 지문과 논술, 면접을 준비하며 개념의 장면이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는 청소년에게 좋은 입문서가 되어줄 『문과의 눈으로 보면 과학 고전이 더 재밌어진다』. 수식 뒤에 숨겨진 과학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시대적 맥락을 알면 훨씬 더 술술 잘 읽힙니다. 문과의 눈이란 과학을 얕게 보는 눈이 아니라, 과학이 닿는 곳을 넓게 보는 눈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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