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의 세계 - 시공을 넘어 공명하는 영혼의 행방
에노모토 마사키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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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독립 제작 애니메이션의 신화를 이룬 신카이 마코토의 세계를 한 권에 담아낸 <신카이 마코토의 세계>. 일본 문예평론가 에노모토 마사키는 언어의 마술사라 불리는 신카이를 시대와 재난, 사랑과 단절을 언어와 영상으로 직조해내는 영상문학가로서 탐구합니다.


정통 문학 연구자인 저자의 이력 덕분에 이 책은 단순한 팬심이나 장르적 접근을 넘어서 진정한 문학적 분석을 시도합니다. 신카이 감독과의 롱 인터뷰까지 수록하여 그의 작품이 태어난 맥락과 창작의 긴장감까지 세밀하게 포착해냅니다.


저자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어린 시절부터 살펴봅니다. 신카이의 작품에는 고향 나가노의 하늘, 산과 강처럼 늘 곁에 있던 자연 풍경이 배어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에서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내면과 서로 공명하는 감정적 기호로 작용합니다.


반면 건설업 가문의 장남이자 지역 의원 아버지를 둔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환경은 소년 주인공들의 고독과 거리감을 낳게 됩니다. 이런 이질적 요소들이야말로 그가 평생 그려낼 단절과 재회, 풍경과 내면을 잇는 시적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2002년에 나온 25분짜리 단편 〈별의 목소리〉는 2D와 3D CG를 조합해 거의 혼자서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한 명의 창작자가 시대의 아이콘이 되는 순간입니다.


재미있는 건 관객층의 변화였습니다. 남성 중심 애니메이션 팬들이 지배적이었지만, 입소문과 재관람객의 힘으로 젊은 층과 여성 관객까지 확장되었습니다. 감성과 풍경, 단절과 그리움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신카이계를 대표하는 시적 서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첫 장편 영화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은 독립 제작에서 집단 제작으로 전환한 사례입니다. 신카이는 업계 내부의 관습이나 제약에도 불구하고 매 작품마다 최적의 방법을 찾아냅니다.


작품마다 가장 적합한 제작 환경을 유동적으로 결정하는, 임기응변에 강한 적응력이야말로 신카이의 강점이 됩니다. 고집스러운 예술가라기보다는 최초의 관객인 스태프와 제작진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유연한 창작자였습니다.





각 작품마다 변화하는 제작 환경과 협업 방식에 대한 분석은 동시대 창작자들에게도 유용한 조언이 됩니다. 개인 창작자가 어떻게 팀 작업과 상업적 성공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지 생생한 사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보는 이들에게 각자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안겨준 <초속 5센티미터>, 가장 지브리적이라고 평가받은 작품이지만 동시에 신카이의 정체성 고민이 드러난 <별을 쫓는 아이> 등 신카이의 실험은 계속됩니다.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실패로 단정하지 않고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것과 내가 주제로 삼고 싶은 걸 어떻게 맞출지"를 다음 과제로 삼는 유연한 자세를 취하며 이후 걸작들을 준비합니다.


언어와 침묵의 의미를 탐구한 문학적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도 매력적입니다. 짧지만 상징적인 대사들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문학적 깊이와 상업적 매력을 절묘하게 결합합니다.





<너의 이름은.>부터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에 이르는 최근 작품들에서 신카이 마코토는 자연재해를 소재로 한 판타지를 선보입니다. 개인적 서사에서 사회적 메시지로 관심을 확장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시대적 반영과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작품군으로 발전해가는 겁니다. 초기 작품들에서 보여준 거리감과 소통의 단절이라는 테마가 최근 작품들에서는 연결과 공감으로 발전해가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흥행 신화를 만든 〈너의 이름은.〉은 일본적 샤머니즘, 무스비 사상, 재난과 애도의 서사가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관객과의 공명을 통해 상실을 넘어서는 이야기는 세계적인 성공을 이끌었고, 신카이는 영상문학가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습니다.


신카이는 “작품은 나를 위해 만드는 게 아니라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합니다. 각본 회의와 인터뷰에서 드러난 그의 태도는 철저히 대화형 창작자의 모습입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재해를 기억하는 의미와 여성 캐릭터들을 통한 성장서사를 보여줍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받은 영감을 여성 캐릭터들의 연결로 풀어내고 싶었다”라는 고백처럼 스즈메가 각지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성장의 촉매로 기능합니다.


에노모토 마사키 저자의 시선은 신카이 마코토를 단순한 흥행 감독으로 보지 않습니다. 시공을 건너는 영혼의 흔적을 좇는 시인이자 관객과 대화하며 성장하는 영상문학가로 기록합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세계>는 신카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창작의 고민과 시대적 배경까지 탐구하고픈 이들에게 보물같은 책입니다. 작가의 내면을 레이어별로 분석하는 저자의 평론이 작품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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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
리프레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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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마케팅 전략가 출신 저자 제이한(J.Han)이 내놓은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는 현대인의 욕망 피로감을 파고든 철학적 처방전입니다.


광고 및 마케팅 업계에서 소비자 심리를 분석하던 그가 오히려 '덜 바라며 사는 법'을 설파한다는 아이러니가 이 책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욕망을 자극하는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제시하는 욕망 절제의 철학이기에 더욱 현실적이고 구체적입니다.​


23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제시한 쾌락주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책은 단순히 물질을 정리하는 미니멀리즘을 넘어 감정과 관계, 일상의 루틴까지 포함한 철학적 미니멀리즘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쾌락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부터 풀어냅니다. 에피쿠로스의 쾌락은 감각적 향락이나 방종과는 정반대의 개념이었습니다. 그가 말한 쾌락은 아타락시아(ataraxia), 즉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 평온한 상태입니다.


"쾌락주의자란 이런 사람이다. 무엇을 '더 많이' 얻는 사람이라기보다, 무엇을 '덜 바라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 p23


성취 지향적 행복관에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욕망이 오히려 불안과 피로를 가져다줍니다.


방종 대신 절제를 선택하는 태도, 그 안에서 오히려 더 깊은 기쁨을 맛보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에피쿠로스의 정의에 따르면 쾌락은 단기적 자극이 아닌, 고통이 없는 상태입니다.


몸의 고통과 마음의 고통을 구분합니다. 불안을 만드는 것은 주로 마음의 문제입니다. 저자는 SNS에서의 비교,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 등이 마음의 고통을 키운다며 이를 의식적으로 차단하고 내 기’을 회복하라고 조언합니다.





욕망을 세 가지로 분류한 에피쿠로스의 욕망 3분법이 소개됩니다. 에피쿠로스는 욕망을 자연적이고 필수적인 욕망, 자연적이지만 불필요한 욕망, 부자연스럽고 해로운 욕망으로 나눴습니다. 


배고픔을 해소하려는 욕망은 자연적이고 필수적이지만, 반드시 고급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욕망은 필수적이지 않습니다. 이처럼 명예와 권력에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고통의 씨앗이라는 점을 설명합니다.


물질적 소비뿐 아니라 인간관계, SNS, 사회적 야망까지 폭넓게 적용됩니다. 저자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가짜 필요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지 짚어줍니다.


우리가 가진 많은 물건은 사실상 불안을 증가시킨다는 저자의 관찰이 인상적입니다. “물건을 많이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흔드는 요소도 많아진다는 것이다”라고 말이죠. 물건이 공간을 차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로 인해 우리의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옷장에 옷이 많을수록 아침에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책이 쌓일수록 읽지 못한 것들에 대한 죄책감이 커집니다. 물건이 도구가 되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우리가 물건의 하인이 되어 살아간다는 표현은 소비 사회의 아이러니를 정확히 찌릅니다. 이처럼 물질뿐 아니라 감정, 루틴, 인간관계 등도 비우고 남겨야 진짜 중요한 것이 보인다는 철학적 미니멀리즘을 들려줍니다.


관계의 미니멀리즘도 흥미롭습니다. 에피쿠로스는 우정을 가장 높은 가치로 여겼지만, 그렇다고 해서 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좋은 사람 한 명이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SNS에서 수백 명의 친구와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진정한 소통을 나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관계도 정리가 필요합니다. 나를 지치게 하는 관계, 불안하게 만드는 관계에서는 과감히 거리를 두라고 조언합니다.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는 철학을 일상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에피쿠로스의 질문법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소비 결정부터 인간관계, 일상의 루틴까지 모든 영역에서 적용 가능한 실용적 도구로 작용합니다. 철학이 추상적 사유에 그치지 않고 삶의 기술이 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흥미로운 건 에피쿠로스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철학 대담을 실었다는 점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와 19세기 미국의 사상가가 나누는 상상의 대화를 통해 동서양을 아우르는 덜어냄의 철학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됩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본질적인 삶을 추구한 두 사상가의 대화가 울림이 큽니다.


에피쿠로스의 고전 철학을 현대인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번역하되 그 본질적 의미는 훼손하지 않은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이 아니라 더 적게 필요로 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현대 사회의 과도한 욕망과 자극에 지친 모든 세대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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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이 막막할 때 필요한 책 - 하루 10분 액션 플랜으로 시작하는 창업 교과서
이건호.강주현 지음 / 한빛미디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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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라는 막막함. 우리에겐 실패하지 않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합니다. <창업이 막막할 때 필요한 책>은 이 불안과 막막함을 하루 10분이라는 실행 가능한 액션 플랜으로 돌파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와디즈에서 800개 팀의 사업을 컨설팅하며 성공과 실패의 패턴을 분석한 실무자 이건호 저저와 10년간 500팀 이상의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유형의 제품부터 무형의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경험을 쌓은 강주현 저자는 실패와 성공의 패턴을 몸소 겪어낸 이들입니다.


이 책은 창업의 로망을 팔지 않습니다. 대신 냉정한 현실 인식과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제시합니다. 머릿속 이론이 아니라 두 발로 뛰어가며 만든 살아있는 액션 플랜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창업 준비 첫걸음은 어떻게 하면 창업을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을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꾸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창업을 향한 꿈과 목표를 구체화하는 실천 가능한 행동으로 바꾸는 겁니다. <창업이 막막할 때 필요한 책>은 머릿속에만 떠도는 이상을 손에 잡히는 액션 플랜으로 끌어내는 힘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막연하게 언제 창업할까 고민하기보다는 창업 시기와 기간, 도전 횟수를 미리 정해두라고 알려줍니다. 창업 환경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도 그저 열정에 기대지 않고 현실적인 점검표를 통해 스스로 점검하게 만듭니다.


이 책은 뜨는 아이템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나에게 맞는 비즈니스를 찾아보라는 프레임을 제안합니다. 완구부터 전자책, 클래스 기획까지 넘나든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형과 유형을 모두 아우르는 창업 아이템 발굴법을 설명합니다.


경력이 없다고 주저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가진 것들로 창업 아이템을 구상하라는 액션 플랜은 경험이 부족한 이들에게도 유용한 조언입니다. 매력적인 아이템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아이템에 대한 고민에서는 가설 수립과 고객 인터뷰 설계 등의 접근법을, 경쟁사가 있는 아이템이어서 고민할 때는 경쟁사 조사와 차별화 전략 수립 등의 접근법으로 현실적인 대비책을 찾게 도와줍니다.





창업의 가장 큰 두려움은 바로 실패입니다. <창업이 막막할 때 필요한 책>은 성공 방정식을 찾기보다는 실패 패턴을 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접근법으로 다가섭니다.


열심히 했는데 돈을 못 벌면 어떡하나 걱정될 땐 수익성과 손익분기점 분석으로 구체화하고, 개선 전략까지 짚어주면서 실행 가능한 과제로 전환시킵니다. 수백 개 프로젝트의 성패를 지켜본 실전 전문가 저자답게 실패의 공통점을 짚고 피해야 할 함정을 알려줍니다.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서포터 모집을 위한 아이템 1분 소개처럼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액션 플랜을 소개합니다. 시장 반응이 없을 때는 실패 진단 문답지로 원인을 점검하게 합니다. 손끝에서 움직일 수 있는 실천법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무기입니다.


다양한 상황에 맞춘 창업 로드맵도 유용합니다. 직장인에게는 부업 형태의 창업부터 시작하는 방법을, 대학생에게는 경력 부족을 극복하는 전략을, 경력 전환자에게는 기존 경험을 활용하는 방법을 각각 다르게 제시합니다. 이런 맞춤형 접근은 창업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과정이라는 기존 관념을 깨뜨립니다.


저자들은 소자본, 무자본 사업으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조합니다. 물론 그 시작을 위해 자본을 어떻게 조달 받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도 알려줍니다. 창업이 큰돈을 들여야만 가능하다는 편견을 깨뜨립니다.


브랜딩은 내 사업의 철학과 정체성을 세우는 작업입니다. 브랜딩 아이덴티티 구축을 위해 필요한 질문지를 통해 스스로 브랜드의 뼈대를 점검하게 돕기도 합니다. 마케팅 역시 거창한 전략보다 지금 이 단계에서 무얼 해야 할지에 집중합니다.


창업은 결국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저자들은 고객이 전부라며, 모든 것은 좋은 제품과 서비스에서 출발한다고 말합니다. 현실에서 경쟁력을 만드는 무기는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창업이 막막할 때 필요한 책>은 단순히 창업 잘해보자가 아니라 망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는 창업을 꿈꾸게 만듭니다. 창업을 언젠가 해야 할 큰일에서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일로 바꿔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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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내 인생, 망해도 멋있게 - 지옥에 첫발을 내딛는 너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150가지 진심
이현석(서기채널)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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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93년생 이현석, 유튜브 서기채널의 운영자이자 온갖 아르바이트를 섭렵한 알바생, 대기업 메이크업아티스트, 자영업자, 프리랜서를 두루 경험한 인물입니다. 그는 뜯어도 곧게 다시 자라나는 “예쁜 잡초” 같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말합니다.


<어차피 내 인생, 망해도 멋있게>는 불안하고 방황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한 번 해본 사람으로서 건네는 현실적인 조언을 담았습니다. 환경이 좋지 않아도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잡초 정신력의 비결을 이 책에서 들려줍니다. 150가지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어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불현듯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재정의합니다. 열심히 살아라라는 말보다 저자는 “대충 해놓고 열심히 노력했다는 착각은 하지 말자. 모든 노력에는 결과와 인정이 따라야 해”라고 솔직히 말합니다.





노력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성공에 대한 정의,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데이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되고, 결과를 만들기 위한 방향성을 갖추라는 조언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일 잘하는 사람은 완벽한 슈퍼맨이 아니라, 스스로의 결핍을 인정하고 간절함을 무기로 삼은 사람이라는 점이 와닿습니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무작정 열심히 보다 '제대로' 해보자고 말합니다. 열등감을 가질 줄 아는 용기, 게으름과의 싸움 등 실패 가능성마저 계산하며 망해도 멋있게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줍니다. 20대에 적금보다 더 중요한 건 다양한 경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의 경험이 훗날 더 큰 자산이 된다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축적한 경험이 빛을 발합니다. 시선을 받는 직업의 특성상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과 소통해야 했던 경험 덕분에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현실적이면서도 다정한 통찰을 담았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 이 말은 종종 슬프게 들리지만, 난 반대로 생각해. 영원한 건 없으니까 우리는 더 좋은 선택을 하는 데 집중해야 해”라며 관계의 상실과 성장의 의미를 일깨워 줍니다.





친구, 동료, 연인과의 관계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기술과 손절의 기술 등 꽤 유용한 조언이 많습니다. 모든 관계에 최선을 다하되 영원을 전제로 하지 말라는 현실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말이지요. 저자는 자신을 무너뜨리는 관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합니다. 쓰레기는 재활용이 안 된다는 유머 섞인 팩폭으로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특히 관계에서의 에너지 텐션이나 온라인 소통의 기본, 평생 친구를 만드는 법 같은 주제는 청춘이 실제로 부딪히는 관계의 모순과 회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사랑에 대해서도 실패 없는 과제가 아닌, 부끄럽고 엉망진창이라도 해봐야 성장할 수 있는 경험으로 바라봅니다. 가장 좋은 고백의 타이밍이나 X에게 미련이 남았을 때 같은 현실적 상황에 대해 어설픈 로맨스를 부추기기보다 솔직하고 날것의 조언을 건넵니다.


짝사랑, 고백, 실패라는 테마를 무겁게 끌고 가지 않으면서도, 청춘이 흔히 겪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사랑이 힘들다고 해서 피하기보다는 기복이 심한 감정을 그대로 느끼라고도 말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요즘 세대에게 ‘망해도 멋있게’ 시도해 보라는 유쾌한 응원으로 다가옵니다.





마지막으로 자아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행복을 거창한 목표에서 찾지 말고 하루에 하나씩 퀘스트를 깨듯 성취를 쌓으라는 “나는 작은 성공 수집가야”라는 말은 특히 인상 깊습니다.


"큰 욕심은 내려놓고, 작은 욕심은 자주 부리고, 매일 퀘스트 깨듯 그날 이룰 목표를 딱 하나씩만 정하면 1년에 달성하는 목표가 365개. 나는 작은 성공 수집가야." - p219


완벽하지 않은 나를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내일을 향해 나아가자고 응원합니다. 불안을 없앨 수는 없지만 불안한 상태에서도 부정적인 감정을 걷어내고 바꿀 수 있는 일은 빠르게 바꿔야 한다며 행동하는 용기를 강조합니다.


저자의 지난 10대와 20대가 증명하듯 환경이 변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먼저 행복해져야 좋은 환경이 찾아온다는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기존의 힐링에세이와는 결이 다릅니다. 가식 없는 말투와 유머로 무장 해제시키면서도, 스스로를 기만하지 말고 행동하라는 현실적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뇌 없이 맑음’이라는 말처럼 세상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마음은 맑게 유지하라는 태도가 오히려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어차피 내 인생, 망해도 멋있게>는 실제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본 사람의 진짜 조언으로 가득합니다. 망해도 다시 웃고 다시 해보는 사람의 기록이자 아직 길을 찾고 있는 사회초년생들에게 보내는 다정한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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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루소가 쏘아올린 공 - 무언가를 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김지명 지음 / 비엠케이(BMK)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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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사십 대 후반, 지금껏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며 성실히 살아온 당신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전혀 다른 길로 나선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오직 열정 하나만으로 말이죠. 다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을 해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앙리 루소입니다. 예술학 박사이자 도슨트로 활동 중인 김지명(필명 오우아) 저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 예술의 길을 택했습니다.


<앙리 루소가 쏘아올린 공>은 왜 우리는 중년에만 이르면 모든 가능성을 접어 두려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평생 세관원으로 살아오다 마흔아홉에 화가로 변신한 앙리 루소의 이야기는 비슷한 길목에 서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메시지입니다.




이 책은 중년의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스스로에게 씌워놓은 한계를 깨뜨리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김지명 저자의 경험과 앙리 루소의 삶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발견한 통찰이 빛납니다.


22년간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을 하던 앙리 루소가 마흔아홉에 전업 화가가 되겠다고 선언합니다. 19세기 말에 그 나이는 인생을 정리하고 노년을 준비해야 할 시기였습니다. 초기 작품들은 조롱의 대상이었습니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못한 그의 그림은 당시 미술계의 기준으로는 어설픈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굴복하지 않고 더욱 독창적인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나갔습니다. 피카소가 그를 위해 파티를 열고 격찬했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루소의 당당한 한마디는 지금도 통쾌합니다. "피카소와 나는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두 화가입니다. 피카소는 이집트 스타일로, 저는 모던 스타일로!"


나이가 우리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절대적 기준일까요? 김지명 저자는 사회적 시계(남이 정한 삶의 시간표)와 개인적 시계(자신이 원하는 삶의 속도)의 간극에 대한 고민을 하며 그 역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너무 늦었다는 말은 당신의 것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이야기일 뿐이라는 걸 앙리 루소의 삶에 빗대어 들려줍니다.


저자는 중년의 위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불안과 고독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합니다. 중년에 찾아오는 실존적 위기는 더 깊고 본질적인 삶의 의미를 탐구하도록 이끈다는 말처럼 오히려 실존적 불안과 공허야말로 삶을 전환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앙리 루소는 타인의 평가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좇았습니다. 저자는 루소가 보여준 단단한 내면과 독창성이야말로 인생의 반환점을 넘어 새로운 전성기를 여는 열쇠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긍정적 사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불안과 공허감이 주는 메시지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는 드문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예술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강력한 에너지이자 삶을 다시 빛나게 만드는 방법이 되었습니다. 타인의 인정과 좋아요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 앙리 루소는 진정한 자존감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그것은 외부의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 목소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앙리 루소는 예순을 넘어서 새로운 사랑에도 도전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사랑을 포기해야 할까요? 나이가 들면 새로운 도전을 멈춰야 할까요? 저자는 루소의 사랑과 예술을 같은 선상에서 다룹니다. 꿈을 찾았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용기와 실천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나이가 많더라도 도전은 언제나 가능하다며, 작지만 결단력 있는 시작이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앙리 루소의 대표작 해설과 늦은 나이에 꽃을 피운 이들의 사례까지,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쉽게 쓰여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김지명 작가의 해설이 돋보입니다.


나이, 학력, 경력과 같은 외적 조건들이 가능성을 제한하지 못한다는 것, 우리 안의 두려움을 넘어설 때 삶이 바뀐다는 사실을 앙리 루소의 삶으로 증명해 보인 <앙리 루소가 쏘아올린 공>. 용기, 도전, 창조, 긍정, 신념, 자기애, 예술적 순수성이라는 루소의 삶에서 실제로 구현된 가치들을 만나보세요.


앙리 루소의 선택이 항상 현명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무모해 보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은 감동을 줍니다. 삶의 주인공이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반환점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이라고, 사회적 시계를 벗어나 나만의 시계를 살아보라고 응원합니다. 그 길은 고독할 수도 있지만 진짜 나를 만나는 길입니다. 그리고 그때야 비로소 진짜 인생의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단순히 용기를 북돋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예술적 사례를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해 읽는 맛이 풍성합니다. 앙리 루소의 인생을 통해 늦은 도전이야말로 인생을 가장 뜨겁게 만드는 불꽃임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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