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나트랑 셀프 트래블 - 호이안.후에, 2017~2018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3
한동철.이은영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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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나왔던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이 벌써 개정판 나왔네요.

초스피드 업데이트 셀프트래블 짱~!!

 

2017-2018 최신판은 섹션을 더 보기 좋게 나눴어요.

미얀마, 라오스 셀프트래블을 쓴 부부 작가의 책입니다. 베트남에서 특히 핫한 여행지인 다낭, 호이안, 후에, 나트랑(현지에서 부르는 이름은 냐짱)만 집중 수록해서 오히려 더 실용적이기도 하네요.

 

 

 

완벽 휴양지로 부상 중인 다낭, 가장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도시 호이안, 왕조의 유적지 후에, 휴양지의 정석 나트랑. 무엇보다 다낭과 나트랑은 인천발 직항이 있어 5시간여 정도면 도착하니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곳입니다.

 

 

 

넓고 넓은 한적한 해변,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에 꼭 가봐야 할 50곳에 선정된 아름다운 해안도로 하이반 패스. 세계 10대 케이블카로 손꼽히는 케이블카도 타봐야 하고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 차이, 가장 긴 싱글로프 케이블카라는군요.

 

 

 

2017년 2월 현지 취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최신 정보로 여행 준비 든든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에서는 완전 저렴이 숙소보다는 3성급 이상 숙소를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저렴이 숙소는 자체 홈페이지나 현지에서 직접 하는 게 더 낫다고 하네요. 대신 고급 숙소나 투어 포함한 여행상품은 여행사를 이용하는 게 더 낫다고 하고요. 투어는 내용을 잘 확인하고 가격 비교하라고 합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호이안.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호이안은 베트남 여행 중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입니다. 베트남 중부지방 최고의 액티비티인 에코투어는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다 만족스러울 거라 하니 가족여행으로 제격일 것 같습니다. 기기묘묘한 동굴이 있는 오행산은 절대 놓치지 말라 하니 더 궁금해지네요. 햇살 좋은 정오쯤에 방문하면 최고의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호이안 올드타운 산책도 빠질 수 없습니다. 전통적인 분위기 철철 흘러넘치네요. 투본 강 옆에 위치한 남색 기와지붕, 색색의 벽은 엽서 사진 분위기처럼 멋지다고 합니다. 계획 없이 슬슬 둘러보면 좋은 올드타운입니다.

세계 커피 생산량 2위인 베트남 커피는 시장에서 파는 저렴이는 가짜도 많고 바가지 위험도 있다니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스타벅스에 공급되는 커피도 구입할 수 있고 위즐, 콘삭 커피 등 특이한 커피 원하는 분이라면 베트남 여행 시 꼭 챙겨야겠습니다.

 

 

 

왕조의 유적으로 유명한 후에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경주 같은 역사 도시입니다.
후에 외곽 리조트에 머물려 느긋하게 즐기면 좋다는군요. 

 

 

 

해변과 고급 호텔촌, 휴양지의 정석인 나트랑. 머드 스파, 스노클링, 다이빙 등 해양스포츠와 스파를 즐기려면 나트랑이 제격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 케이블카도 있다니 흥미로울 것 같아요.

 

도시를 벗어나 자연, 유적, 온천, 테마파크를 즐기기 좋은 다낭, 나트랑, 후에, 호이안.
무인도를 연상시키는 자연 풍경은 물론 럭셔리함까지 갖춘 리조트들도 많아 휴양 목적 여행지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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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혁명 - 실천하는 시민을 위한 정치철학 이야기
신봉수 지음 / 나무발전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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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치는 더 이상 정치일 수 없다.

 

썩어빠진 정치를 겪다 보니 정치=권력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권력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것만 보게 되니 정치는 결국 승자를 위한 게임으로 전락합니다. 권력정치는 인간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부도덕한 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다들 느끼다시피 권력을 먹고 자란 정치가 스스로 권력을 포기하는 일도 없습니다. 위대한 철학자들도 해결할 수 없었던 정치권력.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셔야 했고, 공자는 정당하지 못한 왕에게 복종해 신하가 되려 했습니다. 저자는 권위 없는 권력의 시대가 낳은 결과라고 말합니다. 

 

정당하지 못한 정치권력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시대가 왔습니다. 정치권위에 대한 생각이 싹튼 겁니다. 플라톤의 철인 정치, 맹자의 왕도정치처럼 정치권위를 정치권력과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권위라는 용어는 로마시대 처음 등장했습니다. 권위주의라는 용어 때문에 정치권위라는 용어도 부정적 의미의 권력과 동일시하는 오해를 받습니다. 로마의 신은 인간들 속에서 권력이 아니라 권위를 가졌던 것처럼 권위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현대에 이르러 권력과 권위의 구분이 안되니 우리 헌법 제1조 제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문구로 썼다고 하는군요. 

 

 

 

정치권위는 혁명을 통해 국민이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도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폭력적 혁명 역시 한계는 있었죠. 정치권위가 사라지면 나타나는 극단적 현상인 전체주의가 생겨난 겁니다.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처럼 강제로 복종하게 한 시기입니다.현대에 이르러서는 법적 권위에 기대어 강제에 의존한 자유민주주의와 법적권위의 탈을 쓰고 권위로 위장한 권위주의 현상으로 결국 정치권력에 의존하는 우리의 정치 모습으로 변질했습니다.

 

 

 

정치권위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요. 정당한 정치권위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실종된 정치권위를 되살리려면 어떤 해법이 필요한지 궁금해집니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전통과 세속 권력의 맛에 빠진 종교의 상실이 권위까지도 사라지게 했다고 합니다. 혁명을 통해 도덕과 법이 그 자리를 대신했지만 권위를 찾지는 못했기에 군주제, 전체주의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권위의 기능을 권력과 마찬가지로 지배와 복종으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한나 아렌트의 입장은 서구 역사에서 그 원인과 해결법을 찾은 서구적 시각이라면, 동아시아의 정치권위 상실은 또 원인이 다르더군요. 도덕과 도덕정치를 강조한 유교의 작동은 훌륭했지만 서구에서 수입된 '현대'가 들어오면서 충돌이 생기며 문제가 된 겁니다. 

 

 

 

 

저자는 새로운 정치권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당성과 정당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당한 정치권위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국민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하여 자발적으로 복종할 때입니다.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제도적 습관을 바꿔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요소가 적극적 자유입니다. 외부 간섭으로부터 개인 재산과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소극적 자유라면, 적극적 자유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치적 평등을 뜻합니다.

 

도덕적 근거에 따른 정당성. 그리고 적극적 자유가 보장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합리적 숙고와 도덕적 판단에 따른 자발적 복종의 정당화. 정당성과 정당화로 정치권위를 되살려야 하지만, 문제는 정치권위의 부활을 막는 것들이 현 체제에서 상당히 많다는 거죠. 권력 좇는 자본과 정당처럼요. 정당화의 수단인 법을 통해 법치로 포장하기도 하고요.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정치체제에 따르기에 법도 정당화된 폭력이라 부를 정도입니다.

 

 

 

그래서 <정치혁명>이란 제목이 더욱 와 닿습니다. 제도적 습관을 바꾸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역사를 보면 결국 변할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있으니까요. 정치권력은 여러 이유를 핑계로 지배 수단을 마련하는 데 몰두합니다. 자격이 아닌 능력으로 지배를 유지하고자 하기에 우리는 적극적 자유로 실종된 정치권위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해법 자체보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데 집중한 책입니다. 정치철학에 문외한 저는 이 책 읽으면서 놀랄 노자에 몇 번이고 빠졌어요. 동서양 철학자들의 사상과 역사적 사건을 통해 본 정치철학 이야기는 생각 외로 흥미롭더라고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런 책으로 고등학교 수업하면 좋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정치철학 책 <정치혁명>,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용어 때문에 진도는 느릴 수 있지만, 지금 이 시대를 만든 역사를 살펴보듯 찬찬히 정독해볼만 책입니다. 부제 '실천하는 시민을 위한 정치철학 이야기'처럼 현실정치를 똑바로 바라보는 데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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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아야세 마루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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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겐 안심하고 돌아갈 곳이 있나요?"

 

자극적이지 않고 무척 평범하지만 끝맛 담백한 소설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금요일, 도쿄발 신칸센을 타고 고향으로 간 다섯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단편 취향이 아닌 저로서는 음... 초반엔 이 소설이 확 끌리지는 않았는데, 마지막 장을 넘길 무렵엔 안 읽고 넘겼으면 아쉬웠겠다 싶을 정도로 괜찮았어요. 

 

토호쿠 지방으로 가는 그들. 토호쿠 지방은 도쿄 위쪽, 일본 동북부를 일컫는데 아오모리 현, 이와테 현, 미야기 현, 아키타 현, 아마가타 현, 후쿠시마 현을 아우른 곳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관광객 발길이 예전만치 못한 곳이죠.

 

 

 

첫 번째 이야기 <목향장미 무늬 원피스>. 대학생 토모야는 시골 할머니 댁으로 갑니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로 지내던 할머니가 뒤늦게 좋은 사람을 만나 그분을 따라 간 곳이라 연고 없는 그곳은 제2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토모야는 할머니가 입은 목향장미 무늬 원피스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할머니께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자 했을 때 찬성이냐 반대냐 가족 간의 다툼이 심했는데 토모야는 궁금하기만 합니다.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낯선 곳으로 떠날 용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런 토모야에게 할머니의 말씀은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새로 산 예쁜 원피스를 입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거, 오랫동안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단다." 그제서야 토모야는 홀로된 어머니나 아버지의 인생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변함없이 자식 뒤치다꺼리하다 곱게 늙어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는지. 우리의 부모님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인간인 것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늙어간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님을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리츠코는 약혼자 유키토와 함께 그의 부모님 댁, 후쿠시마로 갑니다. 그녀의 마음속엔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후쿠시마 이름만으로도 불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방사능 수치 등 나름 공부를 해가지만, 그곳에 사는 그의 가족들에게 실례를 할까 두렵습니다. 예비 며느리를 위해 준비한 초밥의 생선을 보면서도 멈칫하는 리츠코.

 

그런데 그곳의 일상적인 모습과 이미지는 TV에서 보던 후쿠시마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뉴스에서는 나쁜 이야기만 나오니까요. 평범한 이야기는 뉴스거리가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후쿠시마의 피해자들과는 상당히 다른 일상을 겪은 리츠코의 이야기 <탱자 향기가 풍기다>입니다.

 

 

 

어머니의 기일에 고향을 방문한 타케후미 이야기 <유채꽃의 집>.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느꼈던 감정과 기억들을 다시 꺼내듭니다. 어머니를 어머니의 껍질을 벗어던진 여자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아들. 어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것에 괴로워하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니까 무조건 우리들을 받아 주었으면 했으니까요. 어머니가 어머니가 아니라면 이상하니까...... 어른이 되고 나서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처럼 바라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목향장미 무늬 원피스>와 비슷한 주제인데, 타케후미가 어머니에게서 받은 섭섭한 감정이 어떻게 해소되는지 보여줍니다.

 

 

 

초등학생 치사토의 이야기 <백목련 질 때>. 어리다고 얕잡아 볼 수 없는, 깊이 있는 스토리였어요. 이모 결혼식에 가느라 어머니의 고향에 간 치사토. 얼마 전 함께 어울리던 학교 동생의 죽음으로 마음의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그 아이의 아픔을 이해해서가 아닌, 그런 사고를 자기도 당할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꿈속에서 동물이 되어 몇 번을 죽고 태어나는 것을 반복하며 다음 생엔 더 강한 것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드러납니다.

 

피어 있는 시간이 짧아 더 소중한 백목련을 좋아하는 할머니, 미야자와 켄지의 동화마을에서 켄지가 여동생의 죽음을 기리며 썼다는 <영결의 아침> 시를 읽어준 엄마 덕분에 치사토는 서서히 이겨냅니다. 무섭고 두려운 상황 속에서도 눈앞의 반짝임을 절대 놓치지 않고 끌어안는 켄지의 시가 특히 묘약이었어요. 

 

 

 

책 제목으로 쓰인 마지막 이야기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편. 앞서 네 사람 이야기 때마다 잠깐씩 등장하는 신칸센 차내 판매원이 이번 편 주인공입니다. 사이가 좋지 않아 의지할 데라고는 남동생뿐이었던 그녀의 어린 시절. 그녀가 성인이 되자마자 이혼한 부모님으로 인해 가족의 연이 없습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피로에 찌든 평범한 아줌마일 뿐입니다. 남동생 역시 결혼관과 가정관이 어둡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긴 하지만 부모님처럼 될까 머뭇거리게 되죠. 게다가 어머니의 재혼은 그들에게는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없다는 것만 남겼습니다.

 

신칸센을 타고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생각합니다. 인연이 있는 장소로 가는 그들의 표정은 무장해제된 느낌이라 그들의 고향은 어떤 곳일지, 어떤 사람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고향에서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푹 잠든 모습이 나쁘지 않게 보이는 겁니다. 사실 고향에 남아 있는 이들과의 사이가 불편하거나 귀찮아서 마음 편히 고향에 가는 사람은 드물 수 있지만  그녀가 못 가진 진짜 따뜻한 가정에 대한 이상적 모습을 꿈꾸는 겁니다.

 

 

 

읽으면서 기차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훅 치고 올라옵니다. "플랫폼에 내린 순간 몸을 감싸는 따스한 공기에 이끌려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돌려보았다."처럼 저도 기차역을 나가는 순간 맡게 되는 그곳만의 냄새, 좋아합니다. 이야기 곳곳에 등장하는 지역 명물은 토호쿠 지방을 여행한다면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싶을 정도로 감칠맛 나게 잘 그려내고 있어요.

 

안심하고 돌아갈 장소로서의 고향. 어긋나있던 관계도 고칠 여지가 있는 고향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다섯 편의 이야기. 밋밋할 정도로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 일상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담백한 에세이 같은 소설입니다.

 

내가 어딘가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보다는, 편안하게 해 줄테니 누군가가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저 먼 곳에서 신칸센을 타고 와 주었으면 좋겠어. 내가 발견한 예쁜 것을 함께 보고 즐겨 주었으면 좋겠어. 그런 걸 해 보고 싶어서 가족이 가지고 싶은 걸지도 몰라. - 책 속에서

 

저는 처음에 당신은 안심하고 돌아갈 곳이 있는지 물었죠. 이번엔 질문을 바꿔봅니다.

"당신은 누군가가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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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루스 호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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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화제작 영국소설 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The Keeper of Lost Things).

작가 루스 호건이 암 진단을 받고 화학 치료 중에 완성한 소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문장 하나하나에 추억과 인생의 소중함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찰스 브램웰 브록클리는 14시 42분 런던 브리지에서 브라이턴으로 가는 열차를 표도 없이 혼자 타고 가는 중이었다. 열차가 헤이워즈 히스 역에서 흔들리며 멈춰 서자 그가 들어 있는 헌틀리&파머스 비스킷 통이 좌석 가장자리에서 위태롭게 흔들렸다. 하지만 통이 열차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려는 순간, 어떤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그것을 잡았다." - <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첫 문단.

 

믿기 힘든 이야기. '그가 들어 있는 비스킷 통'이라니. 순간 판타지 장르인지 다시 한 번 확인까지. 찰스 브램웰 브록클리의 정체는 후반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데 일단은 어떤 믿음직스러운 사람, 앤서니 퍼듀 작가의 손에 들어온 비스킷 통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합니다. 

 

 

 

 

유명한 소설 작가 앤서니 퍼듀는 결혼 직전 약혼녀를 잃은 아픔을 겪고, 결혼 후 살려고 했던 집에서 평생을 홀로 지냅니다. 그의 비서 겸 가정부인 로라가 옆에서 도와줍니다.

 

앤서니 퍼듀에게는 한 가지 괴상한 취미가 있습니다. 잃어버린 물건을 주워 와 서재 벽과 서랍 가득 모아두는 거죠. 그 물건을 어떻게 수집했는지 날짜, 시간, 장소 등 간략한 정보를 라벨지에 적어둡니다. 기차 안에서 발견한 비스킷 통 역시 그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회색 가루가 든 비스킷 통이라니. 화장한 유골이 맞다면 어떻게 잃어버리게 된 걸까... 의아하기만 합니다. 

 

 

 

비스킷 통을 제외하고는 소설에 등장하는 각종 잃어버린 물건들은 숨은 스토리와 함께 소개됩니다. 소설 속 소설 같은 구성이었어요. 앤서니가 수집한 물건들은 단추, 반지, 장갑, 곰인형, 열쇠, 장난감, 우정 팔찌 등 소소한 것들입니다. 지그소 퍼즐 조각도 있습니다. 물건이라 불러도 되는 건지, 쓰레기인지 도통 구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물건들은 한때는 사람들의 진짜 인생에 속해 있었던 것들입니다. 물건들의 사연은 식상하지 않습니다. 한 편 한 편 진한 여운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앤서니 퍼듀의 기력이 쇠하면서 잃어버린 것들의 박물관인 서재가 있는 이곳을 누군가에게 맡겨야 할 상황입니다. 그의 유언은 가정부 로라에게 모든 것을 넘기는 것이었습니다. 불우한 세월을 겪은 로라는 앤서니의 집을 마음의 위안처로 삼아 왔습니다. 전형적인 영국 티타임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빈티지하고 앤티크한 그 집은 그녀가 꿈꾸던 생활이었거든요. 앤서니는 그녀에게 이 모두를 물려줍니다.

 

이제 로라가 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가 됩니다. 하지만 로라는 앤서니의 유언에 따라 그가 모은 분실물들을 주인에게 찾아줘야 하는 일까지 맡습니다. 그 과정에서 앤서니가 누군가가 잃어버린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한 이유를 알게 되는데...... 정말 찌릿찌릿해져요.

 

로라의 현재 시점 외에도 40년 전 소녀 유니스의 이야기도 등장하는데요. 1974년에 출판업자 바머를 만나며 결혼하지 않고도 소중한 사랑과 우정을 나눈 유니스와 바머의 인생입니다. 앤서니와 로라 그리고 유니스와 바머의 인연이 묘하게 얽히는 게 이 소설의 포인트!

 

잃어버린 물건을 주인에게 찾아주면서 단 하나의 부서진 심장이라도 고쳐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을 거라는 앤서니의 말은 특히 인상 깊었어요. 그 역시 잃어버린 소중한 것이 있었습니다. 모든 분실물들을 구출하면 누군가가 세상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아끼는 것을 구출해 주지 않겠느냐는 바람을 가진 그의 마음이 애틋했어요.

 

<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에서는 옛 노래도 많이 나옵니다. 에타 제임스(Etta James)의 'At last',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의 'Someone to Watch Over Me', 뮤지컬 라 카지의 'I Am What I Am'. 소설 내내 배경음악이 깔리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특히 앤서니와 약혼녀의 추억이 담긴 알 보울리(Al Bowlly)의 '당신에 관한 생각'(The very thought of you)는 담백한 재즈풍으로 음악을 틀어두고 읽으면 분위기에 더 푹 취할 수 있답니다.

 

삶의 목적의식이란 단어가 종종 눈에 띄었는데 암 진단받은 루스 호건 작가의 심경이 느껴지는 단어이기도 했어요. 인정을, 사랑을 얻고 싶어 하는 소설 속 인물들. 상실의 아픔을 가진 그들의 고통을 치유하는데 잃어버린 물건이 어떻게 작용할까요. 소설 <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를 읽는 내내 소소한 감탄사는 물론이요, 애잔함에 코끝이 찡해지기 일쑤였습니다. 미풍이 불어오는 장미향 가득한 정원에 앉아 고즈넉한 시간을 보낼 때처럼, 굳은 마음을 느슨하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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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명을 바꾼 한글자 -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와 희망의 아포리즘
이강석 지음, 강일구 그림 / 멘토프레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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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책 혹은 문장이 있으신가요?
그동안 공감했던 문장도 많았고, 무척 마음에 든 책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까무룩 하게 됩니다. 한때는 내 삶을 관통하는 정도의 큰 울림 주는 책을 만나지 못한 것을 책 탓으로 돌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알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문장과 책을 만나도 그것을 내 삶에 깊숙이 새기지 않는다면,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소용없다는 것을요.

 

이강석 저자는 특허받은 영어법 책을 낸 영어 전공자인데, 이 분 이력을 보니 덕후 스멜이 솔솔~. '나만 하는 일'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국내 920개 이상의 도서관을 다니기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향교를 모조리 순례하기도 하고, 어떤 해는 전국의 미술관을, 어떤 해는 전국의 저수지를... 이렇게 목표를 세우고 끝장을 보는 일에 푹 빠지길 좋아합니다. 이런 마인드라면 책도 흔하지 않은 독창적인 내용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내 운명을 바꾼 한글자>에서도 눈에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닌, 디자인적 사고를 엿볼 수 있습니다. 상상력, 독창성이 이렇게 발휘되는 걸 보니 상당히 놀랍더라고요. 이 책은 짧지만 깊은 의미가 담긴 한글자, 이 짧은 한글자로 삶과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한글자'는 단순히 하나의 글자를 뜻하는 게 아닌 '큰 의미를 담은 말'을 뜻합니다. 한글자 안에 또 다른 한글자가 숨어 있습니다.

 

 

 

영어 단어 flower는 꽃이란 단어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 속에 low가 숨어있습니다. 그래서 flower는 나를 낮추면 꽃처럼 향기가 난다는 겸손을 의미하는 한글자가 됩니다. door(문)에는 실행을 의미하는 do가 있습니다. 실행을 해야 문이 열린다는 새로운 한글자가 탄생합니다.

 

 

 

이제부터 빵을 보면 독서가 저절로 떠오를 것 같아요. bread(빵)에 있는 read. 독서란 주린 영혼에 빵을 먹이는 일처럼 공허한 정신을 채우는 독서의 의미를 잘 보여줍니다. 정신적 파산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인 독서, 영혼의 허기를 달래주는 양식이 되는 독서로 연결하는 부분이 재미있네요.

 

이 책에 나오는 단어는 어려운 단어가 없습니다. 익숙한 단어 속에 이런 것들이 있었다니 놀랍지 않은가요? 내 눈엔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라 참 신선했어요.

 

이강석 저자는 일상, 생각, 운명에 대해 한글자들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낮추고(flower), 내려놓고 (down), 멈추라 (stop)입니다. 나를 낮추면 (low) 꽃처럼 향기가 나고, 나를 집착에서 내려놓으면 모든 것을 (own) 얻고, 지나친 욕망을 멈추면 정신의 최고 경지에 (top)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글자를 통해 진리를 깨우치고, 실천하고,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flower는 겸손을 의미한다고 했는데 겸손은 곧 공감 능력으로 연결되기도 하죠. 나를 낮춘 만큼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여 주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겸손을 훈련하려면 flower를 떠올려보고, 독서 동기를 원한다면 영혼의 허기를 달래주는 bread를 떠올려보세요.

 

이렇게 마음에 드는 한글자를 삶에서 실천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상과 생각에서 변화를 주면 결국 내 삶과 운명이 바뀔 여지가 생기는 겁니다. 변화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절박한 동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해요. 저자가 '나만 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 역시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안주하기보다 변화하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목표를 (goal) 향해 묵묵히 나아가야 (go) 합니다.

 

 

 

총 63개의 영어 단어로 만든 한글자는 언어유희와도 같습니다. 말놀이처럼 재미있습니다. 최근 읽고 있는 소설 <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에서는 잃어버린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숨은 스토리를 볼 수 있는데, 이면에 감춰져 있던 것들을 알아차렸을 때 받는 신선하고 놀라운 충격파가 생각 외로 크더라고요.

 

낯익은 영어 단어 속에 내 삶에 울림 줄만한 스토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려준 <내 운명을 바꾼 한글자>. 앞으로 영어 단어 볼 때는 뭔가 숨어 있는 게 없나~ 눈여겨보겠는걸요. 그러다 나만의 한글자를 발견한다면 그 의미 또한 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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