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하루 일기
마스다 미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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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여성의 삶을 담백하게 그려내는 마스다 미리 작가. 종종 10대 추억담도 등장했었는데 이번엔 10대를 거쳐 온 모든 이들의 추억을 건드리는 책이 나왔네요. <코하루 일기>에서는 중학생 시절부터 이제 10대의 끝자락에 선 코하루의 일상을 통해 10대의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소녀 감성 본격 소환!

 

초판 한정으로 다이어리까지 득하세요. 그 시절 치열하게(?) 기록했던 비밀 일기장을 다시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

 

열다섯 중학생 코하루. 중학생이라고 생각하면 어리게만 느껴지는 나이. 하지만 겨우 5년만 지나면 어른이라는 세계에 소속됩니다. 10대의 눈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던 것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마득해집니다. 어른이 되면 사라질 10대의 기억을 코하루는 일기로 남겨봅니다.

 

10대에는 그 시절만의 고민이 어찌나 많았던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기에만 고민할 수 있는 것들이었지요.  "엄마, 어릴 때 안 예쁘면 의미가 없단 말이야."라는 말처럼 나중에 괜찮아질 거라는 위로는 해결법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선후배, 동성, 이성, 선생님 등 10대 생활 반경에서 만날 수 있는 이들과의 관계 고민은 어쩜 그렇게 변화무쌍했었던지요. 인기 많은 아이와 친해지고 싶기도, 그런 마음을 가진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눈빛 한 번만 스쳐도 러브러브 감정이 쓰나미처럼 닥치기도 하면서 말이죠.

 

 

 

어른처럼 되고 싶어 꾸미고 다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당시엔 정말 우쭐우쭐. 어른 흉내가 아닌, 어른이 된 것 같은 마음이었죠. 어른의 세계를 동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시하기도 했던 그 시절. 오히려 순수하게 내 마음을 겁 없이 드러낼 수 있었던 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발짝 어른 세계에 더 가까이 다가온 코하루. 장차 어떤 사람이 될지 고민하다가도 어느새 좋아하는 남자에게 시선을 빼앗겨버리는 고등학생 코하루. 아빠와 결혼하겠다던 그 아이는 어디로 사라지고, 이제는 아빠의 단점만 보여 거슬립니다.

 

인간은 과거의 기억을 미화하는 존재라고 하죠. 그때도 매일같이 희로애락은 존재했던 것을. 그 크기가 10대라고 해서 어른보다 결코 작지는 않았는데 말입니다. 이제는 기억에서 가물가물 거리는 그 시절. <코하루 일기>를 보면서 마음이 찌릿찌릿 저려오기도 하고, 눈물이 살짝 돌 만큼 추억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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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부터 당신까지의 여행 - 김연지 여행산문집
김연지 지음 / 바이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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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없이 방황하던 시절에 여행하며 깨달음을 얻는다는 흔한 여행 에세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김연지 작가의 인생 수업 스토리는 다르네요. 20대 저자일 거라고는 생각 들지 않을 만큼 가슴 깊은 곳을 두드리는 이야기들 <나로부터 당신까지의 여행>.

 

홀로 여행을 하다 스쳐 지나가듯 들은 대화 속에서, 정들만하면 헤어지는 기간 속에서 만난 인연들과의 대화 속에서 맞닥뜨린 낯선 생각들. 힘을 뺀 채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애써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던 그녀에게 한 여행자의 이야기는 인상 깊습니다. "굳이 네가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아도 모든 경험은 그 자체로 충분한 거야. 경험들은 너를 투과하며 네 안에 무언가를 남길 거고, 스스로 성장하고 진화하며 앞으로의 삶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거야. 언젠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널 도울지도 몰라. 그러니 이제 그냥 다 보내버려." 과거를 곱씹어온 그녀는 이제 그 순간을 겪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여행자 생활을 하며 타인을 받아들이는 일에 대한 부담, 나를 꺼내 놓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다는 작가의 한 마디는, 낯선 환경을 주저하며 어디로든 떠나지 못했던 이들의 마음을 두드리기도 합니다.

 

 

"여행만큼 오로지 나의 힘으로 인생의 핸들을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없다."라는 말은 여행자의 삶에서 나오기 싫은 매력적인 이유 아닐까요.

 

나와는 다른 타인, 낯선 곳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 하루하루가 익숙함이란 단어로 엮이기 전에 소소한 사건들이 쌓이는 여행. 뒤돌아보면 아주 특별할 것도 없었고 자극적이지도 않았지만 진한 이미지로 남는 여행지에서의 일상을 담은 <나로부터 당신까지의 여행>.

 

현실의 일상에서도 핸들을 잡고 나아갈 힘을 줄 거라 믿습니다. 결국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때문에 여행의 가치가 더 빛나는 것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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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락한 이유
데니스 루헤인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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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살이 되던 해 5월의 어느 화요일, 레이철은 남편을 총으로 쏘아 죽였다. #첫문장

 

보트에서 아내가 쏜 총에 남편이 맞아 바다로 떨어지기 직전 최후의 몇 초간, 온갖 감정이 담긴 눈으로 레이철을 바라본 남편. 어두운 바닷물 아래로 사라지기 전 입 모양으로 사랑해라고 말한 남편이라니. 레이철 역시 방아쇠를 당기던 순간 남편을 사랑하냐고 물었다면 "그럼" 하고 대답했을 것이라고. 대체 이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유명 심리학 박사 어머니에게서 자란 레이철. 어린 시절 어머니와 자신을 두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궁금증을 평생 안고 살아왔습니다. 아버지와 레이철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낸 어머니에게서는 도무지 아버지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자신에게서 아버지를 앗아간 기분입니다. 어머니와의 관계에서마저 깊은 트라우마가 자리 잡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며 PD와 결혼한 레이철. 이만하면 행복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지만, 아이티 지진 현장에서 고통과 상실감이 더해지면서 정신적으로 불안했던 상태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끕니다. 해고와 이혼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대인공포증에 폐인과 같은 모습으로 전락한 레이철.

 

그런 레이철에게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아버지의 정체를 찾느라 수소문하던 시기에 알게 된 브라이언. 십 년 만에 만난 그로부터 위로와 공감을 받으며 안정감을 찾습니다. 그만은 떠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과 보호받는 느낌, 레이철을 지지해주는 사람인 브라이언과 결혼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레이철은 브라이언에 대해 생각보다 알고 있는 게 없습니다. 그의 가족, 친구도 알지 못하고 사업 파트너라는 남자 한 명만 겨우 알뿐입니다. 해외 출장을 가 있어야 할 사람을 엉뚱한 곳에서 보게 된 순간 남편에 대한 불신이 시작됩니다.

 

자신의 뿌리를 찾느라 반평생을 허비한 레이철. 도피처로 삼은 결혼 생활은 파탄에 이르렀고, 자신을 온전히 지지해준다고 믿어 온 남편은 바람피우는 남편인지, 스파이인지, 사이코패스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완벽한 타이밍 때마다 자신을 다독인 남편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가 추락한 이유>는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범죄소설의 정석대로 흘러갑니다. 그전까지는 연애소설, 부부소설을 읽는 느낌이었어요. 초중반까진 부부 소설의 대가인 리안 모리아티 스타일처럼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데니스 루헤인 작가 특유의 하드보일드적인 묘사가 소설 전반에 담겨 있습니다.

 

동명의 영화 <미스틱 리버>와 《셔터 아일랜드》로 영화화된 <살인자들의 섬> 그리고 개인적으로 무척 애정하는 갱스터 소설 커글린 가문 3부작 <운명의 날>, <리브 바이 나이트>, <무너진 세상에서>를 쓴 데니스 루헤인 작가에 대한 기대감은 신작 <우리가 추락한 이유>를 읽기도 전부터 가득했습니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어서 데니스 루헤인 작가가 이렇게도 쓰는구나 하며 솔직히 놀라기도 했어요. 그의 남자 소설에 익숙했던 터라. 변신을 시도한 느낌은 결과적으론 성공적인데, 읽는 도중에는 밋밋해지려는 찰나도 있긴 했습니다. 레이철의 내면 심리에 집중을 한 이유가 있겠거니하며 기대를 놓지는 않았고, 후반부로 접어들면서는 제 기대치를 확 사로잡아 "역시~!"  감탄사 연발하며 책을 덮긴 했지만요. ㅋㅋ

 

<우리가 추락한 이유>는 전작들보다 오히려 독자층이 좀 더 넓어진 것 같네요. 30대 여성층, 부부소설 마니아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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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 나는 유튜브 소리의 비밀 - 상위 1% 크리에이터들의 수익 공식을 파헤치다!
김민철 지음 / 베프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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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관련 책은 많지만 이런 주제는 처음입니다. 눈으로 보이는 영상에만 치우쳐 자칫 놓치기 쉬운 것, 바로 소리에 관한 책 <억 소리 나는 유튜브 소리의 비밀>.

 

2018 아시아 왕홍 슈퍼 챌린지 2위를 기록한 김민철 저자. 대륙의 신조어 '왕홍'은 인터넷을 뜻하는 왕뤄, 유명인을 뜻하는 홍런을 합성한 단어라고 합니다. 국내 화장품 회사들이 특히 왕홍들을 활용 많이 하는 마케팅을 한다고 하네요.

 

MC, 아나운서, 쇼호스트, 라디오 DJ, 1인 크리에이터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저자는 1인 방송 시대에 그동안 소리의 힘을 간과한 점을 꼬집어주고, 이젠 소리에 대한 고민을 해야 롱런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포브스 집계 유튜브스타 세계 1위 다니엘 미들턴의 게임 방송은 약 180억 원. 1시간에 200만 원 꼴로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꿈인 아이들이 많아졌고, 연령 구분 없이 너도나도 도전하는 유튜브 1인 방송. 저도 종종 관심 있는 제목을 클릭하고 보는데 훅 빠져들어 끝까지 보는 방송이 있는가 하면, 중간에 나와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어떤 경우에 이탈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부정확한 전달력, 거슬리는 톤처럼 바로 소리가 큰 이유였어요. 아나운서나 성우 같은 목소리를 원하는 게 아니라 사투리 억양이 있다 하더라도 전달력이 좋거나, 편하게 내 앞에서 얘기하는듯한 크리에이터의 방송은 끝까지 시청하게 되더라고요.

 

 

 

"매력적인 소리와 정확한 전달력은 콘텐츠의 질을 높인다." - 책 속 한 줄

 

<억 소리 나는 유튜브 소리의 비밀>에서는 아나운서를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내 소리를 찾고 내 소리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전문 방송인을 할 게 아니니 오히려 유튜브에서 '소리'는 차별성을 낳게 됩니다.

 

요즘 네이버에서도 오디오클립 콘텐츠를 활성화시키듯 소리가 중요시되는 콘텐츠는 점점 많아질 겁니다. 이 책에서는 소리 매력을  찾기 위해 최소한의 소리 내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내가 평소 어떻게 발음하는지, 목소리 매력은 무엇인지, 어떤 표현을 자주 하는지 내 소리를 자꾸 들어보라고 합니다.

 

유튜브 1인 방송을 준비하는 크리에이터들. 방송 장비, 콘텐츠 구성은 완벽한데 방송에 적합한 목소리 트레이닝은 받을까요? 소리가 중요한 콘텐츠를 다룬다면 특히 주목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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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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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드라마 화제작, 일본 베스트셀러 앗코짱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런치의 앗코짱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일본에서 앗코짱 신드롬을 일으킨 원작소설이라고 해서 기대감 가득 안고 읽었습니다. 직장에서 한 번은 만나고 싶은 매력적인 여성 상사의 모습을 그린 앗코짱 시리즈 만나보세요.

 

작은 출판사 영업부 정사원 앗코 여사와 파견 보조로 일하는 미치코. 커리어우먼 아우라를 팍팍 풍기는 40대 독신 여성 앗코는 유일한 처세술 YES로 버티는 소심녀 미치코에게 직장과 일상에서 소소하지만 삶의 지지가 되는 영향력을 끼칩니다.

 

어느 날 미치코의 점심 도시락을 얻어먹은 후 앞으로 일주일 간 점심을 바꿔 먹자고 제안합니다. 상사에게 줄 도시락이라니 생각만으로도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노'라고 말하지 못하고 결국 앗코 여사의 도시락을 책임지는 미치코. 화려하게 신경 써서 도시락을 건네지만, 앗코 여사는 화려한 도시락은 싫다며 일침을 놓습니다. 처음처럼 소박한 도시락이면 충분하다고 말이죠.

 

한편 미치코는 앗코 여사가 알려준 가게로 향하고, 누군가가 만들어준 음식을 즐긴 적 없는 미치코는 특별한 감정을 겪습니다. 점심 한 끼 먹으려고 조깅까지 해야 하는 날도 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점심시간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런데 하루는 가게가 아닌 옥상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것도 사장님과! 긴장 일색이었지만 예쁜 배달 초밥을 보자마자 어느새 맛있게 음미하며 먹습니다. 그곳에서 20대 시절의 앗코 여사의 과거를 듣게 되는데..

 

출판사에서 상사와 직원 관계만으로 이끌어나가는 스토리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르고 또 다른 에피소드가 전혀 다른 배경에서 이어집니다. 야근만 하며 일에 빠져사는 별거남 스토리도 찡했고요.

 

총 네 편의 에피소드 모두 음식을 매개체로 삼은 <달팽이 식당>, <카모메 식당>처럼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따뜻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저마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에서는 '먹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라는 소설 속 말처럼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담백하고 유쾌한 기분을 남긴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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