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 벼룩에서 인공지능까지 철학, 과학, 문학이 밝히는 생명의 모든 것
조대호.김응빈.서홍원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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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에서 인공지능까지 철학, 과학, 문학이 밝히는 생명의 모든 것 <위대한 유산>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7년 동안 진행된 연세대 교양수업 '위대한 유산 : 생명과 인간'을 책으로 펴낸 겁니다. 철학, 생물학, 영문학 교수가 참여한 이 수업은 이질적인 영역을 한데 모아 생명과 인간에 대한 본질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생명을 포함한 세계, 우주를 역사적으로 어떻게 보아왔는가를 그리스 신화와 철학, 기독교의 생명관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가졌던 생각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영혼을 중점으로 생명현상을 풀어냈습니다. 호메로스, 오르페우스교도, 그 이후 자연철학자들의 각각 다른 방식의 영혼관을 소개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19세기 다윈의 진화론 이전에 이미 기원전 5세기에 진화론적 사상은 있었다는 겁니다. 신적인 원리를 도입하지 않고 자연현상을 설명한 진화 사상의 아버지 엠페도클레스의 이야기도 다뤄집니다.

 

그러다 점차 창조론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우주와 모든 생명체를 신이 만들었다는 기독교적 생명관인 창조론. 우주 탄생에 대한 텍스트와 그림을 통해 기독교의 신에 대해 설명합니다.

 

 

 

중세·르네상스 기술혁명은 사람들의 사고를 '부분'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었습니다. 세상 만물을 부분으로 나누고, 부분의 합으로 보고, 부품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점진적으로 기계화됩니다. 근대 과학혁명 시기입니다. 철학과 종교의 역할이 이제는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근대 과학혁명과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생물학의 역사를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근대 생물학의 출발점인 다윈 진화론과 멘델 유전법칙 이후 100년도 안 되어 DNA 구조가 밝혀지고 이후 50년 만에 인류는 준인공생명체를 탄생시키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과학은 기술 발전과 미래를 보는 비전에 힘입어 발전한다고 합니다. 이제 생물학은 철학과 함께 과학의 전망을 성찰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과학, 철학, 문학의 한계를 직시하고 세 학문의 해석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면서 학문의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함을 내세웁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서양 최초의 생물학자로 바라보는 관점이 독특했는데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의 사다리와 다윈의 생명의 나무를 비교해 생명을 보는 패러다임이 영혼 중심에서 유전자 중심으로 바뀐 관점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2400여 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은 생명체는 위계질서 속에서 저마다 고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관점으로 이 세계관은 중세 기독교 우주관의 토대가 됩니다.

 

반면 다윈의 생명의 나무는 여러 세대를 거치며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듯 분화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다윈의 생명의 나무 외에도 에른스트 헤켈의 인간의 계통수, 스티븐 제이 굴드의 단속평형 이론 등 진화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생명체는 공통의 유래를 갖는다는 생각은 동일한 관점을 유지합니다.

 

 

 

『종의 기원』 이후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생존 기계로 보고 유전자는 철저히 자신을 더 많이 복제하도록 해당 생명체를 이용한다는 것인데요. 어쨌든 과학적인 진화론 역시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기엔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최초의 공상과학 소설 『프랑켄슈타인』,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영화 『모던 타임스』, 아이작 아시모프 『로봇 비전』 등을 소개하며 인간이 기계화, 부품화되고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기계화와 과학 발전 간의 상관관계를 다룹니다.

 

이젠 인간이 데이터화되는 시대를 맞이한 상황에서 생명과 인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한 영역이 아닌 학문 간 벽을 허물어 찾는 과정은 의미 있어 보입니다. 영혼을 중심으로 생명을 이해했던 시기를 거쳐 창조론과 진화론, 생명계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의 변화와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통해 생명에 대한 이해까지 <위대한 유산>은 철학, 과학, 문학 영역을 통해 인간이 세계를 보는 관점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교양 수업치고는 생각했던 것보다 깊숙이 들어가는 부분도 있어 꽤 전문적인 내용도 많이 등장합니다. 가볍게 슥 읽어넘길만한 내용은 아니었어요. 세 영역을 아울러 융합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운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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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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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기로 악명 높다는 하이데거 철학. 그래서 더 도전심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는 하이데거 철학을 처음 접하는 저로서는 정말 난해한가라는 의구심을 품을 만큼 무척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하이데거의 책이 얼마나 어려운가하면, 지성계를 뒤흔든 대표작 <존재와 시간>은 서울대 선정 권장도서 100선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너무 어려워서'라고 말이죠.

 

하이데거 사상을 쉽게 풀어주는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명강의를 책으로 먼저 만난 건 저로서는 행운이었지 싶어요. 하이데거 철학의 첫만남은 이 책으로 꼭 시작해보세요. 

 

 

 

20세기 사상이지만 하이데거 철학이 최근 각광받는 까닭은 미래 예측을 잘 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할겁니다. 과학 기술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현대인의 삶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하이데거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이 시대를 '궁핍한 시대'로 규정합니다. 에너지원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삶은 궁핍한 세계라는 거죠. 공허하고 삭막한 현대의 정신적 상황은 고향 상실의 시대입니다. 현대는 풍요로운 시대가 아니라 우리 삶이 진정 충만해지기 위해 필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다고 말합니다.

 

 

 

1942년에 이미 인간의 유전자 조작을 예견한 하이데거. 과학과 기술을 바라보는 현대인들의 통념을 지적합니다. 현대인들은 과학기술을 도구로 보는 것을 넘어 의존하고 종교가 되어버렸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 책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등장하죠.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자 기술의 주체처럼 보이지만 실상 객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개개인은 한낱 노동 에너지로밖에 취급되지 않는 시대라며 현대문명의 성격을 설명합니다. 현대기술문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은 세계를 기술적으로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의지와 탐욕이고, 인간은 탐욕의 노예인 셈입니다. 과학기술시대라 불리는 이 시대에 더없이 딱 맞는 하이데거 사상입니다.

 

 

 

하이데거는 "오늘날 인간은 존재를 망각했다"고 말합니다. 노동과 향락으로 이루어진 삶은 공허한 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착각할 뿐입니다.

 

고독감, 무력감, 허무감을 느끼는 인간. 삶을 짐으로 여길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라고 합니다. 이 세계에 던져졌지만 나 자신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기에 존재 가치를 잃는다는 두려움이 삶을 부담으로 느끼게 하는 겁니다. 특히 죽음은 가장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사건입니다.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자신의 삶 전체에 대해 문제삼는 인간만의 독특한 존재방식을 하이데거는 '실존'이라 부릅니다. 고독감, 무력감, 허무감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뇌가 바로 인생입니다.

 

 

 

그렇다면 존재 상실에서 오는 공허함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서양 전통철학은 과학에 가깝지만 하이데거는 시가 갖는 심미한 의미에 주목합니다. 시인으로 산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는 인상 깊었어요. 직접 시를 쓰라는 건 아닙니다. 매순간 시적 태도로 세계와 사물을 대하라는 의미입니다. 시야말로 사물을 그 자체로 바라보려 하기때문입니다.

 

하이데거가 이야기하는 시는 시적인 정신으로 충만합니다. 순수한 산문 역시 시적이기에 시와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시의 반대는 진부해진 일상어와 정보언어입니다.

 

시적 태도는 평소 자명하고 진부한 것으로 보아 넘겼던 것들에 대해 놀라워하는 세계의 사물을 '경이롭게' 봄으로써 가능해집니다. 하이데거는 그저 단순하고 소박한 것을 경이로운 것으로 느끼고 그것들을 존중하며 살면 된다고 합니다.

 

우리 삶의 실질적인 주체가 되고,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기쁨을 느끼려면 '경이'라는 기분 속에서 세계와 사물의 신비를 경험할 때 가능해진다는 하이데거. 세상이 정한 가치들에 집착하는 것을 벗어날때 자신의 삶에 만족할 수 있게 됩니다.

 

 

 

모든 행위에 시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하이데거 철학은 헨리 데이빗 소로처럼 우리는 자연의 지배자 대신 자연에서 태어나 의존해서 살다가 죽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세계와 사물의 경이로운 존재를 경험하는 삶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땐 난해했지만, 거창한 개념이 아니었어요. 단순하고 소박한 것에서 발휘합니다. 우리는 그걸 잊고 살 뿐이지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권태와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는 현대인의 행동은 타인에 대한 비교의식과 잡담과 호기심이 지배하는, 자기 삶의 주체로 살지 못하게 하는 행동으로 악순환에 빠져있는건 아닌지 짚어주고 있습니다. 궁핍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이 알아야 할 하이데거 철학입니다.

 

"인간은 본래 시인이며 시인으로서 지상에 거주해야 한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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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여행 코스 가이드북 - 바쁜 비즈니스맨을 위한 맞춤형 여행 가이드북
김충식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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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3박 4일의 짧은 전시 참관 및 해외출장을 하면서 정말 일만 하고 돌아올 순 없죠!
해외출장을 떠나는 직장인을 위한 여행가이드북 <비즈니스 여행 코스 가이드북>은 반나절, 하루 동안 돌아볼 수 있는 핵심 코스만 소개하는 여행책입니다.

 

 

 

비즈니스 출장이 잦은 도시 도쿄, 타이베이, 홍콩, 상하이, 베이징. 다섯 곳을 다룹니다.
일반 여행자를 위한 여행과 비즈니스 출장 여행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짧은 시간 내 둘러볼 수 있도록 최대한 전시장과 도심 여행을 위주로 합니다. 도심 근교까지 더 나가는 것도 사실 벅찬 일정이니 최대한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동선 중심으로 코스를 소개하고 있어요.

 

 

 

비즈니스 출장이기에 숙소도 전시장이나 도심 주변만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동하기 편한 위치가 가장 중요하죠.

 

 

 

제한된 시간에 여러 곳을 이동하기 어려운 비즈니스 여행 특성상 관광지 연계 코스까지 다루진 않습니다. 핵심 관광코스와 동선 중심의 코스만 있습니다.

 

다섯 도시의 전시장을 찾아가는 방법은 자세하게 다룹니다. 도쿄의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과 마쿠하리 메세 전시장, 타이베이의 난강 전시장, 홍콩의 홍콩 컨벤션 전시 센터와 아시아 월드 엑스포 전시장, 상하이의 상하이 신국제박람중심 전시장, 베이징의 중국 국제전람중심 전시장 등 대표 전시장을 소개합니다.

 

 

 

비즈니스 출장인 만큼 저녁에는 술 한잔 생각나기도 하는 밤을 맞이할 텐데요. 도시별로 시원한 맥주 한 잔,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기 좋은 곳을 소개하고 있네요.

 

 

 

홍콩 여행의 시작점이자 마침점인 홍콩의 역사기념물 시계탑에서 보는 야경, 독특한 디자인의 고층 빌딩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상하이 풍경 등 야경 투어와 지역 탐방을 테마로 코스를 선정했습니다.

 

타이베이에서는 베이징에도 없는 국보급 보물이 많은 국립고궁박물원을 추천하고 있어요. 해외 유명 박물관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곳이라고 추천합니다. 상하이 고층 전망대는 비싼 이용료가 있는 만큼 딱 한 군데만 선택할 때 무엇을 보고 싶냐에 따라 찾아가야 할 전망대가 달라지기도 해 선택 기준을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은 둘러보기만 해도 기본 3박 4일이어서 베이징 도심을 중심으로 한 핵심만 뽑았습니다.

 

주요 출장지 다섯 곳의 필수 관광 스폿만 추천해 비즈니스 여행에 꼭 필요한 맞춤형 코스를 다룬 여행책 <비즈니스 여행 코스 가이드북>. 바쁜 일정 속에서 적은 비용으로 즐기는 비즈니스 여행을 위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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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공부습관을 키워주는 정리의 힘
윤선현 지음 / 예담Friend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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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좀 치워, 공부 좀 해, 책상 정리 좀 해. 오늘도 아이에게 잔소리 한가득 던졌는지요. 아이 스스로 정리하고 스스로 공부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난감 갖고 놀다 그만둘 때 장난감을 넣어둘 자리가 있어야 하고, 공부를 하려면 책상이 깨끗해야 몰입할 수 있습니다.

 

타고난 깔끔쟁이 성격이라면 청소는 그럭저럭할 테지만, 이 집의 물건들은 엄마 손에 달려 있죠.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고 공부하지 않는 아이는 애초에 정리를 할 수 없는 집이기에 그렇게 행동하는 겁니다.

 

국내 1호 정리 컨설턴트 윤선현 저자는 베스트셀러 <하루 15분 정리의 힘>, <관계 정리가 힘이다>, <부자가 되는 정리의 힘>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리력 책을 펴냈습니다. 그리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정리정돈 책 <아이의 공부습관을 키워주는 정리의 힘>으로 육아서 분야마저도 평정할 기세네요.

 

아이를 위한 정리 교육을 주제로 하지만 실상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정리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정리할 수 있는 집을 조성하는 건 엄마 몫이 크기 때문이죠. 아이만 달달 볶지 말고, 엄마의 반성을 끄집어냅니다.

 

 

 

어지러운 집 안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정서와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윤선현 정리 컨설턴트의 말에 공감합니다. 정리 필요성은 느끼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저 같은 엄마에게는 아이를 위한다는 목적 하나가 추가되면 집안 환경에 관한 경각심과 정리력을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읽은 책입니다.

 

 

 

사실 우리 아이는 저보다 훨씬 낫습니다. 물건에 대한 애착은 있는 편이지만 사진 한 장으로 남기면 버리는 것에 OK 하는 수준이라 물건 그 자체보다는 그 물건과 함께한 경험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성격이 엿보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정리력에 관한 체크리스트를 했을 때 정리 우등생형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정도였어요.

 

문제는 부모입니다. 남편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정작 물건 버리기를 못하고 미적대고 있었거든요. 엄청 버렸지만 버린 만큼 채워지는 사이클이라 널찍한 거실은 구경해본 지 오래됐습니다. 지저분하게 바닥을 뒤덮고 있진 않지만, 물건 자체가 상당히 많은 집이에요. 체크리스트 결과에서도 저는 정리입문형 수준으로 정리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진척 없는 스타일로 나옵니다. 

 

 

 

환경의 중요성. 그중에서도 집이야말로 자녀교육의 기본이란 것을 강조하는 <아이의 공부습관을 키워주는 정리의 힘>. 공부 잘 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주기는 공부와 관련 없는 불필요한 요소를 정리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 그리고 잔소리보다 정리하는 한 번의 행동이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은 더 크다는 것을 사례로 보여줍니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의 '넛지' 이론처럼 자율에 맡기되 더 좋은 행동을 하도록 영향을 주는 방식이에요.

 

부모가 정리하면 아이도 정리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선순환이 될 수밖에 없겠죠. 나중에 아이는 우리 집을 어떻게 기억할까라는 이야기도 와 닿았어요. 아이에게 올바른 정리법을 알려줄 때에는 애매모호하게 말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같은 종류끼리 모으고, 되도록이면 쌓지 말고 세워서 보관하라는 식의 구체적인 말이 필요합니다.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두라는 말을 해봤자 그 물건의 제자리가 없는 경우도 태반이죠. 

 

 

 

미니멀라이프가 대세지만 육아하는 집에서는 사실상 그 정도 수준까지 기대할 순 없습니다. 아이의 성장 과정에 따라 아이 물건이 유난히 많은 시기도 있잖아요. <아이의 공부습관을 키워주는 정리의 힘>은 합리적인 소비 습관, 잡동사니 비우기, 수납법, 청소법을 아이 키우는 집에 맞게 알려줍니다. 완벽한 미니멀리즘을 강요하진 않습니다.

 

정리력의 비법은 물건의 자리를 정해주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아이의 생활습관에 맞춘 정리법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아이에게 정리란 자기조절력, 주의집중력, 창의성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 모든 것은 학습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경제교육은 덤으로 되고, 사회생활을 위한 기본기가 됩니다.

 

 

 

공간 정리 외에도 시간 정리법 역시 스마트폰을 많이 하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개념이죠. 지금보다 덜 해야 할 일 목록을 만들어 시간도둑을 잡으라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의 단톡방을 보면 온갖 갈등이 들어있는데요.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고, 정리하는 법을 배워야 원만한 인간관계를 할 수 있습니다. 관계 정리법 파트에서는 언쟁이 반복되거나 거절을 못하는 경우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아이들 간의 갈등을 잘 풀어나가도록 조언하고 있습니다. 

 

 

 

자녀교육서를 빙자한 부모교육서입니다. 부모의 생활방식, 태도, 양육에 대한 가치관에 영향받는 아이. 정리 잘 한다는 의미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컨트롤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아이 삶을 부모가 대신 정리하려 하지 말고 정리력을 심어주라고 합니다.

 

<아이의 공부습관을 키워주는 정리의 힘>은 정리의 중요성과 방법,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구체적인 노하우를 공간 정리, 시간 정리, 관계 정리로 구분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실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결국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난장판 집이란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 행동력을 끌어올려야겠습니다. 아이를 위해서도, 부모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정리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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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이야기 - 세계의 과거.현재.미래가 만나는 제7의 대륙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김한슬기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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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룰루 국제공항에서 이륙해 괌으로 가는 유나이티드항공 154편.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를 날아가며 9,600킬로미터를 여행하는 장면을 묘사한 프롤로그에서부터 호기심이 가득해집니다.

 

세계의 과거, 현재, 미래가 만나는 제7의 대륙 태평양. 그곳에서 벌어진 20세기 중대 사건 열 개는 1억 6,525만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대자연 속의 인류 역사를 극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건들입니다. 저널리스트 사이먼 윈체스터 저자는 6개 대륙을 합쳐도 태평양의 면적이 더 넓을 정도인 그곳이 그저 빈 바다가 아니라는 것을 <태평양 이야기>에서 보여줍니다.

 

 

 

'현대'라는 구분은 무슨 기준으로 할까요. 1950년 1월 이전의 대기는 방사화학물질에 오염되지 않았습니다. 1950년 이후 수많은 원자폭탄 폭발 실험이 생성해낸 방사 원소로 대기 오염이 감지된 순간, 즉 자연이 방사능 피폭으로 오염된 순간부터 과학계에서는 '현대'라 부른다고 합니다.

 

슬픈 역사의 시작은 태평양의 비키니섬이었습니다. 핵무기 개발 실험을 행할 수 있을 만한 비어 있는 장소는 태평양뿐. 하지만 그곳엔 몇 세대를 걸쳐 살아오던 원주민들이 있었습니다. 태평양의 섬들은 뜬금없는 모험가들의 '발견'에 의해 식민지화되었고, 결국 핵실험 장소로 이용되기까지 합니다. 12년 동안 23번의 원자폭탄이 터진 태평양 원자폭탄 실험에 깃든 아픈 사연들을 첫 번째 사건으로 올리며 추한 역사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조금은 밝은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태평양의 전유물 파도타기 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영웅들을 소개하며 서핑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서핑이 대중화되는데 큰 영향을 끼친 영화 <기젯>은 뉴욕타임스 비평가의 호평 덕분이라고 합니다. 폴리네시아 문화 스포츠 서핑이 왜 이토록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는 미국 관점이 크긴 합니다. 서핑 정신을 담아 경영한 파타고니아의 기업 경영 방식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애플 같은 기업들에게 영감을 줬기 때문입니다.

 

 

 

<태평양 이야기>가 흥미롭게 읽힐 수 있었던 건 우리와 밀접한 관련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이기도 했어요. 판문점은 물론 북한도 몇 차례 방문한 저자는 남한에서 북한까지 반도 횡단을 시도하려 한 전적까지 있을 정도로 모험심이 대단한 사람이더군요.

 

태평양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군사적 위치, 38선 탄생의 비화도 들려줍니다. 38선은 아프리카를 나눌 때처럼 참 어이없게 만들어졌습니다. 지도상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서울까지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선을 손가락으로 죽 그려 보인 찰스 본스틸. 별생각 없이 선 하나 그은 것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태평양에서 일어나는 기후 이변도 중요하게 다룹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자연재해인 태풍 트레이시처럼 파괴력 가진 태풍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근본 원인은 지구온난화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은 자연의 보고라 불리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산호의 탈색, 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섬으로 인한 조류 생태계 위험,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위험에 처한 작은 섬나라들 등 그 영향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일본이 최초의 트랜지스터라디오를 발명한 사건은 세계무역 중심이 이동하는 큰 변화를 일으켰고, 영국의 퀸엘리자베스호 침몰 사건은 제국의 몰락을 의미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의 영역 확장으로 태평양 정세가 술렁입니다. 중국의 야심은 20세기 폭발한 화산 중 두 번째로 강력했던 필리핀 피나투보산 화산 폭발로 미군 기지 두 군데가 초토화되면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동아시아에서의 미군 군사력이 약화되어 취약한 시기에 중국이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태평양의 수많은 산호초와 무인도에 중국 막사가 지어지며 중국의 실효적 지배를 주장하는 실태를 보고합니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남태평양 섬들에게서 문학적 영감을, 누군가에겐 차지해야 할 힘의 원천으로 인류 역사상 온갖 사건들이 등장한 그곳, 태평양의 비밀을 들려준 <태평양 이야기>. 수많은 사연이 가득한 태평양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태평양이 가진 중요성을 짚어보며 정치경제학적, 지질학적, 기상학적 등에서 잠재된 역할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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