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그림으로 피어나다 - 다빈치에서 모네까지, 행복과 위로를 담아낸 화가들의 정원
이다(윤성희) 지음 / 슬:B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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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이다(윤성희) 작가가 오랜 시간 이탈리아에서 미술품을 복원하며 쌓아온 지식과 감각을 바탕으로 화가들이 꽃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 속에 담긴 내면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풀어낸 미술 에세이 『꽃, 그림으로 피어나다』. 꽃이라는 매개체가 중심에 놓여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색채를 띱니다.


꽃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짧고 덧없습니다. 피고 지는 운명 안에서 우리는 인생을 비춰 보게 됩니다. 이다 작가는 꽃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상처, 치유와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이야기는 정원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정원은 신이 인간에게 남긴 또 하나의 선물이라는 말처럼 중세의 정원은 신과 인간,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의 축소판이었습니다. 여기에서 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과 맺는 관계를 드러내는 상징이었습니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르네상스 정원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작품 「봄(Primavera)」의 꽃들은 계절의 풍요를 알리는 소재를 넘어 인간의 이상과 욕망을 꽃잎에 새겨 넣었습니다. 이다 작가는 보티첼리의 붓끝에서 피어난 꽃들을 읽어내며 르네상스가 꽃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인간의 탄생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어서 예술가들의 삶 속에서 꽃이 어떤 위로와 치유의 언어로 사용되었는지 탐구합니다.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속 꽃은 평생 겪어야 했던 육체적 고통과 내면의 상처가 꽃과 얽히며 강렬한 생명력으로 다시 피어납니다. 꽃은 그녀에게 고통을 덮는 가면이자, 동시에 존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불꽃이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꽃도 마찬가지입니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는 꽃을 향한 집착과 애정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모든 순간의 상처를 아름답게 기억하기 위해 고흐는 꽃을 그렸고, 우리는 그 그림을 통해 여전히 그의 영혼과 대화하게 됩니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은 상실과 치유의 시학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떠나보낸 뒤, 모네는 정원 연못 위 수련을 그렸습니다. 물 위에 떠 있는 꽃잎은 부유하는 듯 보이지만, 뿌리는 깊은 진흙에 닿아 있습니다. 모네는 그 모순적 아름다움 속에서 삶의 균형을 배워갔습니다.


화가들의 시선을 통해 꽃과 식물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의미를 더해주는지 탐구가 이어집니다. 만능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식물학자로서의 눈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정밀한 꽃 드로잉은 자연을 관찰하는 과학자의 시선과 예술가의 감각이 절묘하게 결합된 결과물이었습니다.


존 에버렛 밀레이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오필리아」 속 꽃들은 문학과 회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특별한 힘을 발휘합니다. 햄릿 속 비극의 여인 오필리아가 떠내려가는 강물 위에 흩뿌려진 꽃들은 그녀의 운명을 상징하는 동시에, 보는 이의 감정을 움직이는 장치가 됩니다. 이다 작가는 이런 장면을 통해 문학과 예술 속 꽃이 어떻게 인간의 감정과 결합되는지 설명합니다.


알폰스 무하의 봄, 클림트의 여름 정원, 레비탄의 황금 가을, 프리드리히의 고독한 겨울은 모두 인간의 삶과 계절의 흐름을 겹쳐 놓습니다. 『꽃, 그림으로 피어나다』는 계절을 따라 변해가는 꽃과 자연을 통해 인생의 주기를 비춥니다.





이다 작가는 계절의 꽃을 따라가며 봄에 피는 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시들어 떨어지는 꽃잎에도 삶의 깊이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계절의 변화를 따라 사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자연에게서 배워야 할 가장 큰 지혜라는 점을 깨닫게 합니다.


화가들의 그림 속 꽃을 통해 예술을 감상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림은 인간의 욕망, 상처, 치유, 희망을 함께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이다 작가는 미술 복원가로서의 전문성과 미술사가로서의 시선을 바탕으로 꽃과 인간의 삶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 보면 길가에 피어난 꽃 한 송이조차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꽃, 그림으로 피어나다』는 예술이란 우리의 일상을 조금 더 빛나게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언어임을 깨닫게 됩니다. 꽃은 시들지만 그 순간까지도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도 그렇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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