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어휘 생활 - 잘못 쓰고, 오해하고, 혼동하는 생활 어휘 바로잡기
김점식 지음 / 틔움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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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유익한 우리말 이야기 <지적인 어휘 생활>. 우리말은 특히 한자가 많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종종 생깁니다.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의 심심甚深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한자를 배우지 않은 세대들은 문해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지적인 어휘 생활>을 읽으며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거나 알아 두면 좋은 말을 꼼꼼히 챙길 수 있었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어휘들만 콕콕 짚어 설명하니 더 실용적입니다. 이 책만 읽어도 어휘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동안 뭔가 난장판을 두고 욕처럼 써왔던 '개판 오 분 전'에는 놀라운 사실이 있었습니다. 한자어를 어떤 걸 쓰느냐에 따라 가슴 따스한 에피소드를 만나게 됩니다. 개판開板이라고 쓰면 한국 전쟁 당시 피난민을 위한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개판오분전"이라고 외치면 곧 뚜껑을 열어 배식을 시작한다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흔히 알고 있는 난잡한 상황을 표현할 때는 우리가 생각하는 멍멍이가 아니라 이리와 관련된 낭자라는 말과 근접하다고 합니다. 개들이 난리치는 상황과는 전혀 관련없는 개판이었던 겁니다.


예전엔 교과서든 신문에서든 한자를 병용해 사용해왔지만 한글로만 표기하면서 관련 논쟁도 많았습니다. 저 역시 눈에서 멀어지니 알고 있던 한자도 점점 잊더라고요. 웬만하면 굳이 한자어가 들어간 말보다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대체하는 습관을 들이려고는 하지만 잘 안됩니다.





한자와 한문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김점식 저자는 <지적인 어휘 생활>에서 우리말의 7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한자어를 익힐 수 있도록 한자 공부 코너를 함께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한자는 교양 수준에서 이 정도는 알아둬야겠구나 싶더라고요. 자주 들어봤던 단어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졌거나 잘 알지도 못한 채 함부로 써왔다는 걸 깨닫는 놀라운 시간을 맞이할 겁니다.


'시쳇말'의 시체는 섬뜩한 느낌의 그 시체가 아니라 '그 시대에 널리 유행하는 것'을 뜻하는 時體였습니다. '요즘'이라는 뜻과 같다니 한자를 알고 보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미련하다'라는 말도 비난의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한자어로 보면 아직 연습이 부족하다는 정도의 뜻이라고 합니다. 미숙이라는 말과 비슷한 셈이죠.


헷갈리기 쉬운 말도 많습니다. 사람의 지혜나 능력을 발전시킨다는 의미로 주는 쓰는 계발과 토지나 산업처럼 사람이 아닌 대상에 주로 쓰는 개발을 정확히 구분해 줍니다. 직장인들이 흔히 실수하는 결제와 결재, 철학책을 읽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실제와 실재, 신문기자들마저도 혼용하여 쓰는 신문과 심문의 차이 등 알쏭달쏭했던 어휘를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역사가 담긴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정신대의 정신挺身의 뜻이 얼마나 사악한지, 욱일기 한자어에 담긴 신화적인 이야기를 비롯해 잘못된 역사관이 스며든 어휘의 비밀을 들려줍니다.


행복을 꿈꾸면서도 행복이라는 한자어를 꼼꼼히 들여다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행幸자의 기원을 보면 손에 차는 수갑에서 비롯되었음을 짚어줍니다. 수갑 즉 구속에서 벗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담긴 행복입니다.


어휘의 유래와 본질을 밝혀 제대로 된 쓰임을 알리는 <지적인 어휘 생활>. 대충 짐작해서 쓰던 습관을 벗어나게끔 돕는 실용적인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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