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 - 예의 바른 무관심의 시대, 연결이 가져다주는 확실한 이점들
조 코헤인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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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바른 무관심이 고립과 단절을 강화하는 고독의 시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리를 하며 우리는 더욱 교류하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비대면화로 인해 서로 간의 상호작용이 이처럼 쉽게 끊어질 수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 다정함의 쓸모와 친절의 이유를 찾아 나선 저널리스트 조 코헤인의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 사회성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는 한편, 낯선 사람이 사이코패스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사이에 놓인 현대인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낯선 이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딜 가든 친구를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심사 모임에 참석해서도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가 두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저 성격 문제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우리는 낯선 이들을 경계와 의혹의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그러면서도 인간 사회조직은 탄생되었고 사회관계망은 확대되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흥미롭게도 침팬지는 낯선 상대를 적대하지만 보노보는 낯선 상대를 환대한다고 합니다. 둘의 유전자는 거의 일치하는데도 낯선 상대를 대하는 태도는 상반됩니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도시가 예의 바른 무관심을 지시한다고 합니다. 낯선 이에게 말을 걸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규범이 강화된 겁니다. 게다가 우리는 요즘 스마트폰에만 집중합니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걸 허용치 않고 그게 정상이라는 듯이 행동합니다. 많은 이들이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를 배려하는 겁니다. 이는 냉담한 무관심의 표현보다는 독특한 형태의 협력이 되었습니다. 서로가 과부하에 대처하도록 돕는 셈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하루 종일 인간과 접촉하는 일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점점 낯선 이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조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회성 약화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려고 하면 어리둥절해하거나 어색해하거나 두려워합니다. 세상은 무서운 곳이고 낯선 사람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도와주는 사람도 결국은 낯선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왜곡된 위협감은 신뢰 능력을 손상시킵니다. 신뢰 수준이 높은 북유럽이 오히려 친화력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어떻게 고신뢰 사회가 친화력이 낮고, 저신뢰 사회가 친화력이 높을 수 있는지 짚어줍니다. 예의 바름의 역설인 거죠. 


"낯선 이와의 대화는 단순히 살아가는 방편이 아니라 살아남는 전략이다." - 책 속에서





저자는 낯선 이에게 말 걸기를 옹호합니다. 우리는 낯선 이와 대화함으로써 개개인의 한계를 확장하여 새로운 기회와 관계, 이점을 얻는다고 합니다. 낯선 이와의 관계에 대한 아주 사소한 변화부터 커다란 문제 해결까지, 낯선 이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에서 다양한 사례와 최신 심리학 연구 결과를 알려줍니다. 뜻밖의 결과들이 많았습니다. 낯선 이에게 말 거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이 실제 실험을 한 이후에는 편견을 내려놓게 됩니다. 대화를 시작하기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쉬웠고, 성격 유형과는 무관했다고 합니다. 지레짐작했던 부정적 편견의 장벽은 쉽게 허물 수 있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지 못하게 하는 요인과 말을 걸게 만드는 요인을 다각도로 살펴보며 예의 바른 무관심의 시대 속에서 연결이 가져다주는 이점들을 짚어줍니다. 영국은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운동의 중심지입니다. 전염병처럼 번지는 고독감과 싸우기 위해 2018년 고독 담당 장관을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수다 카페를 영국 전역에 900군데 넘게 설치합니다. 가족, 친구, 동료와 같은 친밀한 관계를 넘어 바깥 세계 사람들과 만나게 합니다. 약해진 사회유대의 시대에 결속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낯선 사람이라는 경이로움의 원천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목적은 낯선 이에게 말을 걸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규범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면 이상한 시선을 받으리라는 두려움 없이 말 걸기를 연습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도서관, 공원 등 상호작용을 촉진할 수 있는 공공장소가 최적입니다. 저자는 180센티미터가 넘는 백인 남성입니다. 거절당하기도 하고, 방어적이거나 겁먹은 것처럼 상대방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행위를 습관화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그가 경험한 사례와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의 모범 사례와 유의해야 할 사항, 서먹하지 않게 대화를 시작하는 몇 가지 공식을 알려줍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에 "안녕하세요"라는 대답은 예의 바른 무관심의 대표적인 인사말일 겁니다. 이제는 "10점 만점에 7.5점이라고 할게요."라는 대답으로 각본에서 벗어나 보자고 합니다. 왜 7.5점인지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고 상대에게도 안녕하냐고 되물으면, 인간의 거울 반응 심리 덕분에 상대도 대답이 달라질 겁니다. 상대가 6점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면 8점이 될까요?"라고 묻는 겁니다. 이처럼 유대감을 쌓아올리는 대화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렇게 상호작용을 하다 보면 상대의 눈을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는 연결감은 물론이고, 주의를 기울여 이해하려 애쓰는 경청의 중요성과도 맞물립니다. 저자가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감정, 효과들은 개인의 사례를 넘어 사회 전체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분열과 불만이 가득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일입니다. 


편견, 분열의 방어책으로서의 호기심과 대화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 희망이 없다고 여길수록 시작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낯선 이가 가진 반짝이는 이야기를 받아들이며 그와 동시에 내 세계를 확장하는 일을 시작해 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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