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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에서 듣는 바이오메디컬공학 - 한양대 공대 교수들이 말하는 미래 의공학 기술
임창환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105/pimg_7960121633258741.jpg)
국내에도 40개 이상의 학과가 있다는 바이오메디컬공학. 그런데도 왜 낯설게 느껴질까 싶었더니 영어로는 Biomedical Engineering라는 같은 명칭을 쓰면서도 생체공학, 의용생체공학, 의학공학, 의료공학, 의공학, 바이오의공학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 학과 이름도 제각각이라고 합니다. 임창환 대표저자의 책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를 읽었던 몇 년 전만 해도 저는 생체공학이라는 말이 익숙했는데, <교실 밖에서 듣는 바이오메디컬공학>을 읽으며 그동안 이 분야의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되었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바이오메디컬공학이 현재 의료기술에 이르기까지 어떤 역할을 했고, 첨단 의료기술 개발을 위해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7명이 일반인과 청소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알려줍니다. 공학도를 꿈꾸는 청소년 외에도 일반인 누구나 관심 있게 바라볼 만한 주제입니다. 건강한 수명 연장의 삶을 살아가는데 의료 기술의 발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고, 우리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진단기기, 수술용 로봇, 치료 방사선기기 같은 첨단 치료기기가 있기에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 및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의료기기와 의료기술을 만들어 내는 주역이 바로 바이오메디컬공학을 연구하는 공학자들입니다. 바이오와 의학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공학 기술을 개발하는 바이오메디컬공학은 단순히 공학 그 자체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의학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잘 이해해야 하는 융합학문입니다.
노벨상 1호 수상자 빌헬름 뢴트겐이 발견한 X-레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마어마한 것이었습니다. 그저 뼈 사진을 본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는데, 사람의 몸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게 얼마나 혁신적인 발전을 뒤따르게 하는 일이었는지 그 가치를 이제서야 알게 됩니다. 부드러운 조직까지 잘 볼 수 있게 발전한 게 MRI이고, 어떻게 하면 더욱 선명하고 정밀한 영상을 찍을 수 있을까를 여전히 연구 중입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발전은 혼자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X-레이를 3차원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CT가 컴퓨터 기술 발달 덕분에 가능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인공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이제는 영상 분석에 인공지능 시스템이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피터팬 후크 선장의 갈고리에서 어벤저스 윈터솔져 버키의 전자의수에 이르기까지 인공보철의 역사도 흥미진진합니다. 한양대 연구팀의 탄소나노튜브 기술도 만날 수 있는데요. 인공보철 분야를 포함해 미래 의료 기술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만한 기술이어서 기대가 큽니다. 생각해 보니 인공보철은 SF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익숙한 주제다 싶었는데도 인공망막, 인공시각, 인공근육, 인공후각 등 그 영역이 상상 그 이상이라는 걸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뇌-기계 인터페이스라 부르는, 뇌의 운동영역에서 직접 신호를 읽어내 전자의수·의족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860억 개의 신경세포와 100조 개에 달하는 시냅스로 구성된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일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질환 치료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물론 이런 기술 개발이 뜻밖의 부작용을 보여주기도 할 겁니다. 도덕, 법, 가치관에 대한 담론 또한 필요하고요.
일상생활에서 의료 기술 발전을 경험하는 거라곤 워치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술이 가장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예방에서 치료까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유헬스 진료 개념으로 나아가는 추세입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스템이 증가했지만, 아직 원격의료를 경험해 보진 못한 것처럼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각종 기술들과의 융합이 필요할 테지요. 코로나19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몸속 세포에서 답을 찾는 의료 기술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한 번쯤 받아 본 경험이 있을 듯한 코로나 PCR 검사도 DNA를 증폭 및 분석 기법의 발전 덕분에 지금처럼 편하게 활용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1903년 심장 활동을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심전도계를 시작으로 CT, MRI, PET 등 의료 영상 기술과 전자의수, 인공심장, 인공와우 같은 인공보철 기술 그리고 현재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 웨어러블 헬스케어, 전자약, 캡슐형 내시경 등 첨단의료기술을 아우르는 바이오메디컬공학입니다.
이 분야가 매력적인 건 치료와 의료에만 국한되지 않고 바이오메디컬공학이 바꿀 미래를 살아갈 MZ세대와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접할 생생한 삶의 변화에 있습니다.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발전하고 있지만, 기능 향상을 위해서도 사용될 의료 기술들. 머릿속에 누구나 뇌를 자극하는 뇌심부자극기 하나씩은 갖고 있을 미래, 머릿속 생각을 곧바로 비디오로 변환해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수 있는 날도 언젠가는 올지도 모른다는 말이 SF 소설처럼 황당무계한 느낌은 아닙니다.
상상만 해 왔던 것이 여전히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술은 이미 삶 속에 들어와 있기도 하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또 다른 미래의 모습까지도 엿볼 수 있게 한 <교실 밖에서 듣는 바이오메디컬공학>.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낸 의공학 기술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공학교양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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