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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 - 열과 일, 에너지와 엔트로피의 과학 ㅣ DEEP & BASIC 시리즈 5
스티븐 베리 지음, 신석민 옮김 / 김영사 / 2021년 3월
평점 :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베리 저자가 과학적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쓴 책 <열역학>. 아인슈타인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유일하고 보편적인 이론"이라고 말했을 만큼 근본적이며,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오랜 역사를 지닌 열역학.
과알못이라 해도 열역학이나 엔트로피 단어는 들어봤을 겁니다. 사물의 엔트로피를 반전시켜 상대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도록 만드는 미래 기술 인버전 개념이 나왔던 영화 테넷을 재미있게 봤다면 더욱 관심 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초미세 입자에서 은하계 전체에 이르기까지 우주에서 관찰되는 모든 것에 적용되는 열역학 개념은 최근 브라이언 그린의 저서 <엔드 오브 타임>을 통해서 먼저 맛봤는데 스티븐 베리의 <열역학>으로 열역학의 핵심을 제대로 알아봅니다.
현재 우리가 끊임없이 사용하는 열역학. 열과 일의 관계에 관한 학문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영국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찰스 퍼시 스노의 에세이 <두 문화>에서 비롯된 과학자 문화와 인문학자 문화 사이의 괴리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학자들이 셰익스피어에 대해 알고 있는 만큼 비과학자들도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오랫동안 열역학 강의를 해온 노학자의 노하우가 담긴 책 <열역학>은 직접적으로 열역학의 세 가지 법칙을 먼저 설명합니다. 온도, 압력, 부피, 열, 일, 에너지, 평형, 엔트로피 등 열역학의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 우리가 에너지보존법칙으로 잘 알고 있는 열역학 제1법칙을 소개합니다. 당연하고 사소해 보이지만 열, 일, 전자파, 중력, 질량 등 에너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형태를 생각해 보면 얼마나 놀랍고도 멋진 법칙인지 깨닫게 합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서 중요한 건 엔트로피 개념입니다. 엔트로피라는 단어는 사회학, 생물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을 만큼 익숙한 단어이지만 그 정체를 제대로 알지는 못했을 겁니다. 일어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함으로써 시간의 방향을 알려주는 제2법칙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제3법칙은 온도에는 절대영도라는 절대적인 하한점이 있고, 실제로 유한한 단계를 거쳐서는 절대영도에 도달할 수 없다는 법칙입니다.
열역학 법칙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법칙이 우주와 그 속의 사물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관한 기본적인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실용적인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는지 살펴봅니다.
열역학의 역사를 통해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도 보여줍니다. 열역학은 광산에서 물을 퍼내는 펌프를 더 효율적으로 구동시키는 문제에서 촉발된 과학이라고 합니다. 증기기관의 원리와 발전사, 열의 정체에 관한 논쟁 등 의외로 열역학의 역사는 아주 힘들게 진화해왔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를 통해 서로 경쟁하고 충돌하는 개념들을 해결하며 과학이 진화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수행하는 많은 일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관한 열역학. 열역학이 실제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면 알수록 흥미진진합니다. 냉장, 냉방과 관련한 분야, 백열등, 형광등, LED등처럼 전기에너지를 가시광으로 바꾸는 조명 분야 등 에너지를 변환하는 과정에서 열역학의 활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열역학의 선구자들이 기초를 확립한 후 전통적인 열역학의 범위를 넘어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다루기도 합니다. 통계학, 통계역학과의 접목뿐만 아니라 열역학과 양자역학의 관계도 소개합니다. 특정한 과학이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과 그 한계도 짚어줍니다. 이를 통해 과학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숲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문과생이라면 조금은 낯선 용어 사이에서 여느 교양 인문 세계를 탐독하듯 흥미진진한 시간이 될 겁니다. 두껍지 않은 분량이어서 만만하게 도전할 용기를 낼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교과서 과학으로만 열역학을 배운 이후 과학적 지식은 거의 없지만, 살다 보니 자꾸 열역학 이야기가 나오는 탓에 조금 더 명확히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한 훌륭한 개론서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