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서 - 한국 차 문화사 자료 집성
정민.유동훈 지음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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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차 문화, 얼마큼 아시나요? 한국 전통차를 떠올리려니 쌍화차 같은 한방차와 꽃차 몇 개 생각나는데 이게 진짜 한국 전통차인지도 아리송합니다. 늘상 마시는 커피 말고도 가끔은 차가 끌릴 때가 있는데 대부분 외국 차를 마시게 되고요. 우리나라의 차 문화를 점점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차 문화에 대한 자료는 40년 전에 나온 <한국의 다서>와 몇 해 전 <한국의 차 문화 천년>이 있지만, 책에서 다룬 정보량이나 풀이에서 조금씩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차 문화 자료를 총체적으로 망라한 책이 필요해진 겁니다.


<한국의 다서> 정민, 유동훈 두 분의 저자는 이미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를 통해 18, 19세기 조선의 차 문화를 꼼꼼히 다뤘는데 이번엔 차 문화사의 주요 저술과 논설을 한자리에 모아 주석, 풀이, 해석을 더해 더욱 탄탄한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조선 지성사 연구의 대가 정민 교수, 차 전문 연구자 유동훈 박사 덕분에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차 관련 사료들을 이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조선 전기부터 구한말까지 한국 차 문화사를 다룬 <한국의 다서>. 차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집대성한 이목의 <다부>부터, 차 무역을 제창한 기념비적 저술 이덕리의 <기다>, 차 문화의 중흥을 알린 정약용의 <걸명소> 등 30여 편이 실려있습니다.


놀라운 이야기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천 년을 이어온 조선의 떡차가, 중국과 일본에서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 제다법을 보존, 전승하고 있었는데 정작 빛나는 떡차 전통과 정체성을 우리는 잊고 있다는 걸 깨우쳐줍니다.


어이 향과 빛깔만 아낀 것이랴 내 정신의 청량함을 기뻐한 걸세.  기이한 차의 품격 찬미하노니 참으로 풀 가운데 이물이로다. - 문위세 <다부> 중 





<한국의 다서>는 오늘날 차 문화의 침체를 안타까워합니다. 왜색이 덧씌워져 정체성을 잃은 한국 전통 차문화. 그렇기에 젊은 연구자들이 학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원전 자료를 집대성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이라고 해요. 일반교양서로 읽기엔 무척이나 꼼꼼하게 보여주는 원문과 번역이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각주만 해도 어마어마하고요. 이 책 이후 한국 차 문화사 관련 책은 더 집필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국차문화총서가 될 시작점인 <한국의 다서>, 더욱 의미 있습니다.


태화의 향기 짙어 온몸에선 천향 풍겨. 외로운 고민 사라지자 답답함도 간데없다. - 전승업 <다창위부> 중


평소에 차를 즐기지 않아 차라는 주제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던 이들도 학문, 예술,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드러난 한국의 차 문화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할 겁니다. 시, 예찬글, 편지, 상소문, 논설, 통사 등 다양한 형식의 글 속에서 차의 역사와 유래, 애호와 부흥, 특징과 성질, 산지별 종류와 효능, 재배와 제다법, 음다 풍속은 물론이고 포장법 같은 경제성과 상품성을 다룬 자료까지 차 문화의 모든 것을 다룬 <한국의 다서>. 멋드러진 예찬글을 읽다 보면 좋은 차를 마시고픈 마음이 샘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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