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지음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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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체험하는 워크맨 채널을 평소 즐겨보는데 그에 못지않은 기자 버전이 있습니다. 기자 정신을 외치며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눈물바람 쏟기 일쑤인 남형도 기자. 네이버 기자페이지 구독자수 독보적 1위를 유지할 만큼 핫한 남기자의 체헐리즘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처음엔 예능처럼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저도 눈물바람 될 뻔했어요. 재미와 울컥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멋진 체험 만나보세요.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은 시선에서 소외된 것들을 체험하고 그 체험이 남긴 것들의 기록입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들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 진정 이해하는 건 또 다른 일입니다. 한번 겪어보면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남형도 기자의 발상과 실천력이 정말 놀랍더라고요.


"당신이 되고서 알게 된 것들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작은 한숨까지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라며." -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부끄럽지만 용기 내어 브래지어를 입어보기도 합니다. 여성들의 불편함에 대한 공감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착용하는 법부터 땀 삐질. 브래지어를 입고서 출근을 합니다. 옷 색깔도 맞춰야 하고 피곤한 일 투성이입니다. 하루 종일 갑갑해서 미칠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차고 있으니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었지만, 그건 불편함에 적응했을 뿐이라는 날카로운 분석까지 해냅니다. 성적인 시선에서 족쇄, 억압의 도구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를 안긴 체험이었습니다.


여성의 불편함에 대한 체험, 독박육아 체험, 노화가 진행된 노인 체험, 초등학생 체험, 취준생 체험 등 평소 내 주변, 당신의 삶을 경험해봅니다. 체험 기간은 짧은 하루였음에도 상상했던 것과는 무척 다르더라는 걸 깨닫습니다.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에서 특히 울컥하며 읽은 부분이 노인 체험이었는데요, 노인 분장을 완벽히 하고 하루를 보내면서 평생 당연하다 여겼던 움직임도 너무나 힘들었고 하루가 참 더디게 가더라는 걸 몸소 경험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일상을 체험하면서 감정은 극한으로 치닫습니다. 하루 종일 힘들게 폐지를 주워도 밥 한 끼 제대로 사 먹지 못하는 현실에 가슴이 착잡했고,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을 구조하는 일을 하면서 인간에 대한 자괴감도 느낍니다. 소방관, 집배원, 환경미화원 등 일상을 지켜주는 이들의 노고를 직접 체험해보기도 합니다.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들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시각장애인 체험도 정말 리얼합니다. 벚꽃이 한창 피던 계절이라 눈을 감고 지팡이에만 의지한 채 벚꽃축제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출발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그 장소에 가기까지 평소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장애물로 놓입니다. 점자블럭은 엉망이라 몇 미터 나아가는데도 한참을 걸리고, 버스는 우르르 몰려드는데 어떤 버스가 몇 번 버스인지 알 수 없어 수차례 놓치고, 교통카드 찍는 위치도 헤맵니다. 터치스크린조차 조작할 수 없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할 상황 등 온갖 장애물 투성이였다는 겁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겠구나 싶은 절망감이 밀려옵니다. 평범하게 누려왔던 일들이 누군가에겐 이토록 힘든 일인 줄 몰랐다고 고백합니다. 2018년 시작장애인 수는 25만 명이 넘는데 왜 주위에서 보기 힘든지 이젠 알겠다고 합니다.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는 거였다고 말이죠.


힘들 때마다 '이건 체험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란 생각에 견뎠다는 남형도 기자의 말이 울림을 줍니다.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은 그저 생각만 해보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의 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입니다. 그리고 그 간극을 조금은 줄이고자 많은 이들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글로 알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직업 체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저널리즘의 역할까지 잘 챙긴 이야기여서 읽는 내내 감동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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