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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실험실 - 위대한 《종의 기원》의 시작
제임스 코스타 지음, 박선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비글호 항해로 혁명과도 같았던 진화론을 완성한 다윈이라는 간단한 업적만 알고 있던 이들에게 <다윈의 실험실>은 과학자로서의 다윈을 살펴보는 기회입니다. 실험, 관찰 정신의 산증인 찰스 다윈. 현대의 실험과 의미가 다른 면밀한 관찰과 수집을 통한 실험, 관찰은 과학자로서의 자세를 보여줍니다.
몇 개월 전에 읽은 <미루기의 천재들>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완성하고도 발표를 미루고 온갖 다른 연구에 빠졌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했는데, <다윈의 실험실>을 통해 왜 꾸물거리며 미뤘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작은 실험이 어떻게 위대한 이론으로 탄생했는지 그 과정 속에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다윈의 모습을 알게 됩니다.

다윈은 40여 년간 지낸 런던 다운하우스의 뒷마당이 자신의 실험실이었습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들을 통해 진화론과 관련한 대부분의 실험을 해냈습니다. 실험실에 틀어박혀 외골수처럼 실험을 하는 과학자의 모습이 연상될법하지만 다윈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어린아이들, 친구들과 동료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다윈의 연구 주제는 무척 다양합니다. 따개비, 벌, 비둘기, 난초, 지렁이 등 한 번 꽂히면 끝장을 보는 식입니다. 한 번에 하나의 주제만 다루지도 않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잠시 멈췄다가 몇 년 후 다시 재개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종의 기원>의 출판을 미루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들이 결국 진화론의 증거가 되는 일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화학 실험에 푹 빠졌던 다윈이 어떻게 생물학 분야에 끌리게 되었는지, 청년 다윈에게 과학이라는 열정의 씨앗을 심어준 주변 인물, 연구 열정이 어떻게 이토록 다양하게 뻗어나갈 수 있었는지 등 흥미진진한 동기부여 에피소드가 많아 읽는 데 지루하진 않았어요.
다윈이 살던 시대는 산호가 식물로, 따개비는 연체동물로 분류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기존 이론과 맞지 않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의 고민들, 자연신학자에서 진화론자로의 행보 중 생긴 다윈의 고민들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줄곧 한 다윈. 그것은 바보실험이라 불릴 때도 있는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이뤄집니다. 그 실험과 관찰이 어떻게 다윈의 시야를 넓힐 수 있었는지 과정을 보면서 과학자로서의 연구 자세를 배울 수 있습니다.
다윈도 실수할 때가 있었습니다. 스스로도 수치스럽게 생각한 사례가 있는데 중요한 건 다윈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그 실수를 발판 삼아 이후 다른 과학 연구를 수행할 때 더욱 신중해지는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동료들의 조언과 지적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자기 생각을 검증하기 위해 도움받은 동료 중 식물학자 후커와 주고받은 수많은 서신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매거진 독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실험 결과를 공유 요청할 정도로 19세기에 크라우드 소싱을 펼친 다윈의 포용력이 멋집니다.
꽤 좋은 아버지 역할을 한 다윈의 또 다른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관찰하고 아이들과 책도 펴내면서 말이죠. "아버지께서 지렁이들을 훈련하기 시작했어."라고 아들에게 쓴 편지에 적을 정도로 집에서 끝도 없이 실험하는 남편을 둔 아내의 입장은 어땠을지 슬쩍 짐작은 됩니다만 ㅋㅋ.

비글호 항해 정도로만 알던 이들에겐 놀라운 사실들을 알려준 책 <다윈의 실험실>. 이 책에서는 다윈이 했던 실험을 해볼 수 있는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그만큼 일반인 누구나 할 수 있는 실험이기도 합니다. 씨앗을 날리는 실험을 통해 적응에 대해 알아볼 수 있고, 아주 작은 잡초 정원 실험을 통해 자연의 투쟁을 직접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실험들 중에서 <종의 기원>의 바탕인 변형설을 입증할 결정적 스모킹건이 된 실험들이 있습니다.
다윈의 진화적 사고와 연구 방법을 이해할 수 있는 <다윈의 실험실>. 세심한 관찰력과 감수성으로 진화의 신비를 파헤친 다윈의 실험 정신은 현대 과학인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을 겁니다.
지난밤 곰곰이 생각해봤어. 무엇이 한 사람을 발견자로 만들까? 그것은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도 할 수 있지. 영리한 사람들, 발견자들보다 훨씬 뛰어난 많은 사람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지는 못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건 모든 현상의 원인이나 의미를 습관적으로 찾는 데 있을 것 같다. 예리한 관찰력과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뜻도 될 테지. - P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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