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 나태함을 깨우는 철학의 날 선 물음들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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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처럼 소비되는 콘텐츠에 둘러싸이다 보니 사유, 사색이란 단어와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당연해 보이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는 철학자들이 하는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정신훈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인간, 사회, 미래에 대한 22가지 질문을 담은 책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나태함을 깨우는 철학의 날 선 물음들이라는 부제는 어제와 똑같은 생각으로 익숙함에 머물러서는 변화를 꿈꿀 수 없는 것처럼, 나의 상식에 반하는 것을 만나야만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좋은 학벌을 갖추어야 할까? 내가 직장에 다니며 열심히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은 딱딱하고 어려울 거라 지레짐작하겠지만 '중요한 물음은 쓸데없지 않다'라는 말만으로도 읽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는지요. 나와 인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물음들은 내가 하는 일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성찰의 기회를 안겨줍니다.

 

인간이 인생을 꾸려가는 힘으로는 결핍 욕구와 존재 욕구 두 가지가 있지만 안광복 저자는 존재 욕구에 초점을 맞추라고 합니다. 그러려면 자신의 욕망을 마주해야 합니다. 욕망도 훈련해야 좋아지고, 훌륭한 욕망을 보고 배우고 키워나갈 수 있다고 해요. 그렇지 않은 경우엔 열등감 지옥에 빠지는 겁니다.

 

가슴에 특히 와닿은 질문 중 한 가지는 정상적인 정신 상태는 정말 '정상'일까라는 물음이었습니다. 표준과 기준에서 벗어나면 비정상이 되는 시대. 옛날 위대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지금의 기준에선 비정상이었습니다. 현시대에서도 정상과 비정상을 구별하는 기준이 서로 다른 사회가 많습니다.

 

이 글을 읽다 얼마 전에 시청한 넷플릭스 영화 <버드박스>가 떠올랐아요. 눈이 마주치면 자살하게 하는 괴생물체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눈을 가리며 생존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정신병원에 있던 미친 사람들과 시각장애인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설정이 무척 흥미로웠어요. 평소 정상인들이 비정상이라 치부했던 이들이 정상이 되는 세상이 도래한 거였습니다.

 

무엇을 광기로 보고, 얼마만큼 허용하는지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의 구별 기준은 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회가 열려 있을수록 '광기'의 범위는 좁고 적다. 사람들의 유별난 생각과 행동은 '미친 짓'이 아니라 '다양함'으로 여겨진다."라며 비정상이란 초정상이 아닐까 하는 저자의 예시답변이 인상 깊었어요.

 

이는 흙수저와 금수저의 삶은 공평한가라는 물음과도 이어집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휘둘리는 삶 대신 '나의 삶의 태도를 결정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자유'만큼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졌음을 깨닫게 합니다.

 

 

 

당연하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기 좋은 질문들.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맹목적 신뢰의 위험성을 인지하게 합니다.

 

내 의지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왜 내 삶의 의미를 그토록 찾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지 의문만 있었을 뿐, 인생에 필요한 물음을 외면해 온 세월. 정말 행복하고 문제가 없어 고민하고 사유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그저 피했던 시간들이었다는 걸 내심 알면서도 변함없이 순응하고 나태해있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평소 깊이 묻고 탐구하는 사람은 어떤 위기가 닥쳐도 좀처럼 휘둘리지 않는다는 저자의 응원처럼,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에서 던지는 삶의 핵심을 이루는 물음들을 일찌감치 만난다면 곪아 터진 상황에 이르기 전에 인생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 믿습니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인간적인 사람이 되는 길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는 것이야말로 그 물음에 답하는 과정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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