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인 세상을 살아가는 문제투성이 얘기 다섯편을 담았다는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새겨 본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멀쩡한 모습뒤에 감추어진 마음 속의 불안들을 이 책은 각각의 다섯편의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들을 받아들이기 보단 감추고 싶은 그런 마음을 알 것 같다. 남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줄까? 그건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사람들의 머리 속에 항상 잔재의식처럼 남아있는 그런 감정들이 아닐까? <할아버지 숙제> 할아버지의 숙제를 해야했던 나도 내 할아버지가 남들처럼 멋진 모습이기를 바래보지만 실상은 너무나 다른 주정뱅이에 노름꾼이었단 사실에 난감해 한다. 하지만 내 할아버지만이 아닌 다른 할아버지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고 할아버지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냥> 진이는 아픈 엄마때문에 고모랑 지내게 된다. 아픈 엄마때문에 슬퍼해야함에도 진이는 매일같이 집에서 학교로 학원으로 지내게 되는 일련의 시간들이 너무나 힘들어 엄마의 부재로 인한 잠깐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단 사실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그리고 피아노 학원을 하루 빠지고 나온 세상에선 만난 고장난 우산을 들고 다니면서 진이는 마음껏 하루의 자유를 만끽하는데.... 엄마가 퇴원하고 아빠를 따라 집으로 가면서 진이는 마당 구석에 두고온 우산을 생각하려 해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아마 그건 진이가 마음 속 자유를 다시는 맛 볼수 없으리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멀쩡한 이유정> 처음 제목을 읽을때까지만 해도 유정이가 어디 병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유정이는 정말 멀쩡하다. 단지 길을 찾지 못하는 길치여서 항상 동생을 따라 다녀야 한다는 것이 다른 친구들과 다른 점이다. 동생을 따라 다닌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유정은 동생인 유석이에게 부탁을 해서 입막음을 했다. 하지만 유석이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때문에 유석은 혼자 집에 돌아가 버리고 유정은 집을 찾아 헤매게 되는데... 집 근처에서 만나게 된 학습지 선생님도 자신과 같은 그런 길치라는 걸 알게 되는 유정이... 아마도 유정이는 선생님으로 인하여 자신의 문제를 담담하게 받아들 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게 한다. <새우가 없는 마을> 할아버지와 같이 생활하는 나는 어느 날 할아버지의 약속대로 그토록 먹고 싶어하던 짜장면을 먹게되는데... 새우가 먹고 싶단 손자의 말에 새우를 사준다는 악속을 하는 할아버지는 종이를 팔아 새우값을 마련하지만 왕새우 파는 곳이 마트뿐이란 말에 결국 포기하고 짜장면으로 대신하면서 손자에게 왕새우가 있는 마을에서 살라는 할아버지와 약속을 하는 손자의 다짐으로 끝을 맺는 이야기를 통해 어려움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마음을 엿보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눈> 짧은 이야기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불공평하다. 세상은 불공평한 것으로 가득하다> 로 시작되는 이 글은 아빠를 살려달란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던 것으로 시작되는 영지의 불공평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영지는 불공평해서 억울 한 것이 많습니다. 우리 영지가 세상을 공평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란 엄마의 기도가 마음에 와 닿네요. 그런 엄마의 마음이 통해서일까요? 영지는 장갑이 없어 눈사람을 만들지 못하는 이웃집 여자 아이에게 자신의 장갑을 양보해준다는 그런 이야기랍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자신들의 문제를 받아들여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함을 다시 느끼게 되네요. 숨기고 감추기 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따뜻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되는 그런 책이랍니다